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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u
- 작성일
- 2010.9.15
전체주의의 기원 1
- 글쓴이
- 한나 아렌트 저
한길사
"나치와 볼셰비키는 과잉 인구 문제, 경제적으로 불필요하고 사회적으로 뿌리를 잃은 대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신속한 처방을 제시한 자신들의 말살 공장이 경고이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유혹도 된다고 확신한다. 전체주의의 해결책은 강한 유혹의 형태로 전체주의 정권의 몰락 이후에도 생존할 것이다. 즉 인간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는 일이 불가능해 보일 때면 언제나 나타날 강한 유혹의 형태로 생존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이 책을 탈고했을 때 한반도는 전쟁 중이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완벽한' 전체주의 국가가 될 북한을 이 책은 다루지못하고 있는데, 그가 분단 후 김일성이라는 '독재자'를 위시해 정상적 사고 능력을 상실한 대중들의 북한 사회를 보았다면 볼셰비키, 나치와 더불어 틀림없이 '주체사상'에 대해서도 꽤 많은 지면을 할애했을 것이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전체의 단일(One Man)화. 그 곳에선 '단 한 사람'의 의지가 전체의 의지가 되어야 하고 그 사람의 생각(사상)에 반하는 것은 모두 제거되어야 한다. '반동분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며 죽음은 추억으로도 간직될 수 없게 '증발'시켜버린다. 이건 나치와 볼셰비키, 북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40년 전 대한민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고 지금도 한국은 부분적으로 전체주의 국가이다.
그 때 대한민국 국민의 의지는 박정희라는 '단 한 사람'의 의지였다. 그의 '반공 사상'에 반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잡아들여 '제거'했고, '증발'시켰다. '제거'와 '증발' 작업의 핵심이었던 중앙정보부는 전체주의 국가 존립에 필수요소인 '비밀경찰' 집단이었고, '5.18 학살'로 전체주의적 폭력을 극단적으로 표출한 전두환의 '삼청교육대' 역시 전체주의 국가에 없어서는 안될 '강제 수용소'의 전형이었다.
반공 사상은 지금도 '국가보안법'을 명분으로 '국교(國敎)'로서 군림하고있고 대중들은 '국가'의 이름을 건 큼직큼직한 스포츠 대회가 있을 때면 북한에 버금가는 일사불란함으로 너나없이 전체주의적 조직력을 과시한다. 그것은 알게모르게 행해진 일방적 사상 주입에 이은 모순된 행동 양식으로 보인다. 가령 그렇게 싫은 '빨갱이'들의 하나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한 2002년 월드컵 응원 모습은 한국의 부분적 전체주의 양상의 가장 뚜렷한 증거였던 것이다.
몰리기 좋아하고 쏠리기 즐기는 한국인들은 그러나 파시스트 군사 독재의 유령이 여전히 실존으로 추억되고있는 자신들의 나라가 전체주의적임을 완강히 부인한다. 아마도 그것은 전체주의가 부분적인만큼 부분적인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있는 탓일게다. 그들은 그것들을 완전히 누린다 생각하고있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독점 대기업의 '돈'과 수구 정치 집단의 '권력'에 의해 쉽게 유린되는 대한민국 헌법의 민망한 권위가 부분적 전체주의 성향의 확대와 정착에 기여하고있음이며, 어디서든 떳떳하게 "나는 공산당"이라고 외칠 수 없음이다.
다양해보이지만 획일적이고 자유로워보이지만 제한받고 억압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이며 그 곳에서 다시 (군사) 독재 정권이, 그곳에 처음으로 '완벽한' 전체주의 체제가 들어서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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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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