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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무궁화
글쓴이
강효백 저
이담북스(이담Books)
평균
별점8.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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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감귤보관 창고가 많았다. 구멍난 현무암 돌덩어리가 더덕 더덕 붙어있는 흙벽의 제주 전통 건물 양식대로, 현무암 돌덩어리다 더덕 더덕 붙어있는 시멘트벽으로 만들어진 감귤보관 창고는 어디서든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2000년 대가 넘어가면서, 제주의 전통산업인 1차 산업의 규모가 3차 산업보다 작아지면서 제주는 3차 산업이 1차 산업이 배해 7배가 큰 산업이 되었다. 감귤을 보관하던 창고는 조금씩 제 역할을 잃고, 빈 공간이 되어졌다. 제주 이곳 저곳에서 놀고 있는 감귤보관창고가 생겨났지만 시간이 지나자, 제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그중 제주다운 카페로 이름이 많이 나는 카페들은 대부분이 옛 감귤보관창고를 개조한 카페들이다.

농지와 창고 외에는 특별한 자본이 없는 제주도에 이런 카페가 들어선 이유는 특별한 리모델링 없이, 쉽게 이전 창고의 분위기를 살리며 커피를 팔 수 있는 것이었다. 카페들은 감귤 상자나 농장 주변에 있는 살아있는 감귤 나무들을 그대로 두면서 카페를 활성화 시켰다. 제주의 창고가 커다란 리모델링이나 재축조없이 값싸고 빠른 시간에 카페로 바뀔 수 있었다. 타지방의 세련된 카페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지만, 금전적으로도 저렴하고 빠르게 변화했던 제주는 3차 산업, 즉 관광산업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이 나간 자리. 일본이 36년 간, 통치한 자리를 재빠르게 또한 값싸게 새출발하는 장소로 만들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해방당시 대한민국의 GDP는 2800달러로 세계적인 빈국이었으며, 겨우 국가의 틀을 형성해야 할 시기 2년 만에 세계대전 급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1953년 휴전 당시 대한민국의 GDP는 67달러로 세계 최빈국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비어있는 땅에 최대한 빨리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주의 감귤 창고처럼, 기존에 있던 것들을 긁어 보아 돈벌이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었다. 무엇이 일제의 잔재인지, 무엇이 한민족 고유의 문화이고 전통인지 구별할 능력도 여유도 없는 시대에 대한민국은 유신정권이 들어섰다. 그리고 30년 간, 유신정부와 군사 독재 등의 정권이 들어서고 3S를 비롯한 우민화 정책과 공포정치가 시작했다. 누구도 정부가 하는 일에 건전한 비판이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날조의 역사가 덮히고 쌓이고, 다시 덮히며 우리는 근간을 잃어버렸다. 비단 일본만 욕할 일은 아니다. 전에 사용하던 창고 주인의 흔적을 모두 지우지 못한 건, 전 주인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도 우리만의 사정이 분명하게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궁화가 국가의 꽃이 아니다'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도 어린시절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살면서 무궁화를 실제 만나 본 적이 거의 없는 세월을 살면서, 학교에서는 무궁화가 삼천리 금수강산에 피어있는 우리나라의 꽃이라고 했다.

TV가 화면조정시간으로 넘어가기 전, 나오는 애국가는 태극기가 경건하게 펄럭이며 무궁화 꽃이 오버랩되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나는 무궁화가 왜 우리나라 꽃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해결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바쁘게 흘러갔던 우리나라의 역사 처럼, 중고등 입시의 불구덩이로 던저졌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꽃인가? 아닌가를 고민해 볼 겨를도 없이, 애국가 4절을 암기하고 시험 봐야 했으며, 굳이 대한민국 애국가에 '하느님'이라는 용어를 써야 했는가도 의문이었다. (*하느님은 하나님과는 다르다는게 주장. 하지만 문맥상, 유일신으로 보여지는 하느님 또한 또다른 의미의 하나님이라고 생각)

뭐가 맞는지 당쵀 알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우리나라는 국장, 최고훈장, 대통령 휘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뱃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거의 모든 국가 상장에 무궁화를 사용한다. 심지어 애국가에도 들어간다.

선생님은 학창시절, 일본 놈들이 대한민국의 정기를 끊기 위해, 우리 땅 이곳 저곳에 말뚝을 쳐 박아 두었다고 했다. 사실 일본인들이 박았던 건, 우리의 정기를 끊기 위한 말뚝이 아니라, 근대적 토지 측량을 위한 측량용 말뚝이었다. 이는 현대에도 토지 측량을 위해 박는다.

일본 놈들은 대한민국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악마같은 짓들만 하고 갔다고 철저하게 교육 받고 자랐다. 성인이 되고 다시 생각해봤다. 국가 운영에서 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아무런 이득도 요하지 않고 불필요한 인력과 재산을 사용하여 악의적인 악마 짓만 남길 이유가 있을까?

사실, 우리가 '일본놈'들이 한 짓이라고 하는 대부분은 1930년 대의 '민족말살정책'으로 불리는 정치의 정책 중 하나였다.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6년 뒤인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다시 4년 뒤인 1941년 최대실수를 저지른다. 중국과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뜻하지 않게,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벌이며 전선이 이중화 된 것이다. 이런 부담은 국력의 소진으로 번져갔다. 그들은 일본의 인력과 자원만으로 전쟁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한국을 전쟁물자의 보급창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병참기지화'정책을 펴가면서 '내선일체' 정책으로 통치 방식을 바꾼다.

즉, 조선과 일본은 하나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로 인해, 창씨개명이나, 강제 징용, 신사참배 강요, 조선어 교육 폐지와 일본어 상용 등의 정책들이 줄지어 행해졌다. 그로 일본은 자원 활용이 극대화 되기를 고대했다. 일본이 행했던 악행들에 대해 그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근간에는 없애지 못한 잔재들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일' 감정만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바꿔 가야 한다. 제주 감귤창고들은 이제 남아져 있던 감귤창고의 흔적을 아예 지워 버리거나 특색을 살리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소품과 아이템들이 유래는 제대로 한다. 감귤창고였다는 역사 마저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일본의 잔재라 하더라도 남겨야할 건 남기고, 뿌리채 뽑아야 할 것들은 뽑아야 한다.

특히 애국가와 무궁화는 일장기 위해 파란물감과 검은 물감을 덧칠해 태극기를 만든 것처럼 그저 임시적 충전재일 뿐이다. 충전재는 광석이나 석탄을 캔 공간이 무너지지 않토록 때우는 땜질용 재료이고 거대 공사가 완료되면 임시로 때웠던 재료를 치우던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던 후속 정리가 필요하다.

학명이 Grus Japonesis라는 학이 500원에 올라간 건, 100원에 들어있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이제 대한민국은 '벌만큼 버는' 나라가 됐다. 어쩔 수 없이 기존 소품을 이용해야 했던 감귤창고가 그 특색으로 여유를 찾았다면 최소한 그냥 돈벌이로 활용했던 이전 잔재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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