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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doli24
- 작성일
- 2021.1.23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
- 글쓴이
- 강성률 저
글로벌콘텐츠
공자는 공자의 아버지와 70세, 공자와 공자의 어머니는 16세 차이 밖에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국 춘주시대 노나라 군인이던 '숙량흘'이 70세가 되었을 때 16세인 셋째부인 '안징재'를 맞아 공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히 철학 이론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 아니라 철학자들의 뒷이야기를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읽다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혹은 가정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서양과 동양 할 것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고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등 서양 철학자들의 야사들만 모아 둔 책이 아니라, 신사임당과 율곡이이, 노자와 공자, 프로이트와 융과 같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많은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인 '성격과 삶'이라는 책에서 만났던 프로이트와 융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니 왜 자그문트 프로이드가 정신분석학을 이야기 하면서 '성 이론'에 중심을 두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나온 존재들이 아니라, 하루와 하루의 경험들이 쌓이고 축척되어 모인 결정체들이다. 그런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때, 반드시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이 무의식에서 남아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한 인과관계가 비록 끼워 밎춰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어떤 사람의 성장 배경에서 그 사람의 다른 결정을 이해해곤 한다. 이 책은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에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쓰여 있는 듯 하다. 쉽게 말하자면 그 철학이 탄생 배경에는 주창자인 '철학자'가 있어야 한다. 그 철학자의 성장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름도 어렵던 여러 철학들에 대한 이해를 쉽게 도와준다.
책은 총 6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에는 명언에 대한 뒷담화. 2장에는 황당한 궤변 시리즈가 있다. 최초 이 2장에서는 이 책으로 철학에 대한 흥미를 붇돋아준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고 사형을 당했다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사망 당시에 "죽으라고 하면 죽겠다. 이 더라운 세상."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정신적 사랑이라는 '플라토닉 러브'는 '플라톤'의 사랑 방식이 아니라는 관념도 깨준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중국과 인도, 한국 할 것 없이 다양한 철학의 종류와 철학자를 다룬다. 공간과 시간상의 차별은 없다는 '혜시'에 관한 글을 읽을 때 쯤, 정말 좋은 표현을 보게 되었다. 지대무외 지소무내(至大無外 至小無內) 이는 '지극히 큰것은 바깥이 없고, 아주 작은 것은 안쪽이란 것이 없다'는 이야기로 비록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다 하다러도 무궁하다는 점에서 모두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야기는 2장의 궤변 시리즈에 실려 잇는 이야기인데, 그를 설명하는 천여지비 산여택평(天與地卑 山與澤平)가 그렇다. '하늘과 땅은 똑같이 낮고, 산과 연못은 똑같이 평단하다' 하늘과 땅, 산과 연못은 맨땅 위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몇 천리나 되는 높은 공중 위에서 바라보면 똑같은 평면일 뿐이다. 라는 이야기다.
군대에서 생활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다. 2년 간 전역 할 때까지 항상 같은 사람들과 생활해야하고 70명이 한 내무실에서 생활하면서 철저하게 계급문화가 있는 군대에서는 인간관계에 더없이 고민할 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20살에서 23살 사이에 젊은 남성들끼리 모여서 보내는 그 하루와 하루에서 그닥 심각할 만큼의 일은 일어나지 않은 듯 하다.
'오늘은 누구와 근무를 서야 할 것인지.'
'오늘 근무는 몇 시인지?'
따위의 지나고보니 별 일 아니던 것들이 그 당시에는 감정의 기복을 만들어내는 일들이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전에는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대에는 '외모'나 '성적', 20대에는 '이성' 혹은 '진로'가 그렇다. 30대에는 '돈'과 '가정'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자면 10대에 고민했던 중학교 몇 학년 시절, 중간고사 시험에서 67점을 받거나 97점을 받거나 그닥 그닥 중요하지 않다. 어떤 것들이 지속이 되었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평균을 지속하는 인생의 점들 중, 독보적으로 이탈되어지는 '한 사건'은 당시에는 커다란 사건일지 몰라도 결국 보이지 않는 미세한 파동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뜩, 천문학자들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넓은 우주를 들여다보다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그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극미한 먼지 같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서 서울로 가다보면 개미처럼 기어다니는 자동차들과 성냥갑 같은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 단지들이 발 밑으로 수 백, 수 천 개가 스쳐지나간다. 분명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바글 바그한 사회문제와 개인적인 문제가 많겠다고 생각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나 또한 그 세상의 일원이 되어 상당히 많은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산다. 하지만 나의 시선의 높으면 높아 질수록 전체에서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넓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이던 독서이던 여행이던 다양한 일을 겪고 해봐야 '철'이 든다고 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기존 관념 부터 하나 하나 지적해가며 재미있게 흥미를 끌어가던 이 책은 3장부터 '부모'인 내가 관심있게 보게 될 내용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3장은 출생의 비밀의 장이다. 4장은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에 대한 이야기. 5장은 모범생과 문제아 이야기. 6장은 '금수저'와 '흙수저'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는 밤 8시 부터 아이들을 재우려고 시도를 했다. 그러다보니, 나 또한 책을 펴놓고 같은 페이지를 30분 째 보다가 뒤로 넘어가다를 반복했다. 신사임당이나 존 스튜어트 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저 아이들이 잘 자라기를 바라기 위해서 부모는 '방임'과 '교육'을 적절히 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알아서 잘 크길 바라는 것이나 무조건적으로 치밀하게 교육하는 것은 결코 좋은 교육이 아니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재산을 물려 주겠다는 것도 덧없는 말이다. 의천대사, 석가모니는 자라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결국은 승려가 되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조선왕조실록을 보자면 '왕자'로 태어나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겨우 27세의 나이에 친 아버지의 명령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인생은 1735년 매사추세츠 만 식민지에서 태어난 '존 애덤스'는 같은 나이다. 사도세자가 27세로 생을 마감하던 1762년이 3년이 지난 1765년 '존 애덤스'는 인지조례법 반대투장으로 처음 정치에 입문하게 되고 1797년 미국의 제 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순리라는 것이 어떤 힘이 있는 지 모르지만 '운(Fortune)'이라는 영어 단어에 'Fort(힘)'이라는 어원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언가 굳어있는 표정으로 고도하게 사색하는 차가운 철학자의 이면에 여러가지 재밌는 이야기들과 어린시절 성장 배경들이 가감없이 벗겨져 보여지는 이 책을 보니 차가워 보이던 철학자들에게서 인간다운 모습들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책은 어렵지 않고 그림이나 사진이 많아 시원 시원하게 넘어가는 맛도 있다. 철학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일독해도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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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