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잡담

koogi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4.12.23
삭발을 단행 한 이후,
이발소 의자에 앉을 때면 늘 느끼는 거지만
거울 속의 나는 꼭 원숭이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침팬지!!
입매며, 얼굴 윤곽, 광대뼈까지
어쩜 저렇게 흡사한 것인지..-_-;
그래서인지 요즘엔 주변인들의 삭발한 모습을 상상하여
원숭이와 대비시켜보는 묘한 버릇이 생겼는데
내 친구 녀석 하나는 영락 없는 오랑우탄이고,
하나는 틀림없는 고릴라다.
특히 오랑우탄 녀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식의 태생이 수마트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생겼다.
수마트라에서는 오랑우탄은 '숲 속의 사람'이라 불리우고
수컷 오랑우탄이 여자를 납치하여 애를 낳게 한다는
전설을 떠올려보면 더더욱..
어쨌거나 침팬지 같다는 사실이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설득력 있다.
다윈의 초상을 보면 이 양반도 상당히 원숭이스럽게(?) 생겼던데- 나이 든 로랜드고릴라
처럼 생겼다.-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 내었 듯,
다윈은 나처럼 삭발을 한 후 거울을 보다가 진화론을 생각해 낸 것이 아닐까?
p.s.
그 동안의 장발이 독특하긴 했던 모양인지,
삭발 이후 몇 번 가보지도 않은 가게들에서 내게 아는 척을 하며
머리 왜 잘랐냐고 물어 봐주는 것엔 정말 놀랐다.
심지어는 딱 한 번 가 본 술집에서도 그 머리 아깝게 다 어쨌냐고 하며
서비스안주를 줄 정도이니.
아무래도 그리 평범하게 생기지는 않은 듯 한데,
기뻐해야 할 일일까?
p.s.2
삭발 이후로는 이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별 차이가 없다.
내 눈엔 똑같은데도, 이발사 아저씨는 언제나
여기 조금 만지고 저기 조금 만지며 장장 20여분을 깎는다.
신기한 건 그 20분 동안 거울을 보고 있으면
머리를 잘라 어색하던 모습이 점차 익숙해져서
이발이 끝날 쯤 이면 잘 자른건지, 못 자른건지
알 수 가 없을 정도로 내 모습이 자연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이발사들이 머리 깎는 시간을 길게 잡는 건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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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