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혜율
- 작성일
- 2022.4.29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 글쓴이
- 백지선 저
또다른우주
비혼입양가정이라니 분명이 모두 들어본 단어들인데 이렇게 생소한 조합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준 단어였다.
내가 '비혼'이라는 말을 꽤 많이 하면서 살았는데 이 단어의 의미를 매우 좁게 받아들였거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던 것 같다. 비혼이라면 당연히 혼자 살거나 아니면 비혼인 타인과 함께 생활공간을 나누어 살아가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비혼인 워킹맘이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이야기라니,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입양은 당연히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데다 가족의 모습에 정답이 있는 듯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어떻게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지, 대한민국이 어떤 제도로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놀랍도록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접할 수 있다니 그들의 이야기를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어머니는 구어체 문화에 속한 사람답게 욕에 대한 어휘력이 엄청났다. 자식들은 욕의 향연이 펼쳐지는 조정래의 소설[태백산맥]에도 나오지 않는 온갖 엽기적이고 즉흥적인 욕설을 들으며 자랐다.
욕에 쉽게 노출된 성장기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 신선한 충격을 준 문장이다.
어머니는 막상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키울 때는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농사일과 집안일, 나중에는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한 노동에 시달려서 자식들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며 애정을 표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가 자녀를 입양하게 된 이유나 자녀를 키우면서 하는 생각들을 읽으며, 당연히 행복한 가정에서 충만한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자라난 여유가 이렇게 자식에게도 표현이 되는 것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녀가 성장기에 속해 있던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반면교사를 통해 성장하고 오랜 고민과 선택으로 충분히 자식을 양육할 만한 토대를 스스로 다져놓았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반드시 자라온 가정환경과 자녀 양육이 하나의 결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준비된 가정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탄했다.
어려서 어려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늘 정서적 허기를 채워줄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결혼을 통해서만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덫에 걸리기도 한다.
배우자가 아이의 안전과 복지를 가장 위협하는 대상인 경우는 드물지 않다.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생각 자체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입양아동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아빠, 엄마가 모두 있는 가정에만 입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온전한 가정'을 몹시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정을 하나의 표준을 정하고 그것에 맞춰가기를, 가정 속의 역할도 기준을 정해 한정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미 굳어져버린 생각을 깨어내는 것은 계속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책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가정의 형태, 온전한 가정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엇던 것 처럼 다앙햔 매체에서 여러 형태의 가정, 가정 속의 다양한 역할에 노출된다면 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고정관념도 점차 흐려지다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시야와 경험이 제한되면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경험한 적이 없어서 흥미를 못 느끼는 건지, 원래 안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성장기에 넓은 세상을 접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재능과 소질을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주 양육자로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조카 양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성장기,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점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는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일치해서 이 부분에서 특히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공시설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으니 주변에서 시행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조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권해봐야겠다.
아이가 있음으로 아이가 주는 행복만을 생각해도 아주 클텐다 아이가 함께 있음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세로운 세상은 소중한 추억으로 하나 하나 쌓여갈 것이고 그 순간의 행복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 이다.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두명인 보편적인 부부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하고 사소한 어쩔때는 큰 다툼에 노출되지 않고 온와한 가정 환경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비혼 입양가정의 큰 장점 중 한가지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어버니의 나라] http://www.yes24.com/Product/Goods/62129716
현대사회보다 더 자유롭고 평등한 이 '오래된 미래'는 연애, 결혼, 가족, 가정과 일의 양립, 자녀 양육 등 삶의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책속에서 인용되고 소개된 작품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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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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