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이야기

산바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4.1
♧ 목련
목련(木蓮)은 난초처럼 아름다운 나무라하여 ‘목란(木蘭)’이라 부르기도 하고, 봄이 오는 것을 알려 준다하여 ‘영춘화(迎春化)’라고 하는데, 자목련은 봄이 가는 것을 알려준다고 ‘망춘화(亡春花)’라는 반대 의미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목련(木蓮)은 ‘연꽃처럼 생긴 아름다운 꽃이 나무에 달린다’라는 뜻이다. 목련은 봄기운이 살짝 대지에 퍼져나갈 즈음인 3월 중하순경, 잎이 나오기 전의 메말라 보이는 가지에 눈부시게 새하얗고 커다란 꽃을 피운다. 좁고 기다란 여섯 장의 꽃잎이 뒤로 젖혀질 만큼 활짝 핀다. 꽃의 가운데에는 많은 수술과 각각 따로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암술이 있다. 가지 꼭대기에 한 개씩 커다란 꽃을 피우는 고고함으로나 순백의 색깔로나 높은 품격이 돋보이는 꽃이다.
꽃을 피우기 위한 목련의 겨울 준비는 남다르다. 마치 붓 모양 같은 꽃눈은 목련만의 특별한 모습이다. 꽃눈은 두 개의 턱잎과 잎자루가 서로 합쳐져 변형된 것이고, 겉에는 갈색의 긴 털이 촘촘히 덮여 있어서 겨울의 추위를 견뎌내도록 설계를 해두었다. 《동의보감》에는 목련을 신이(辛夷), 우리말로 붓꽃이라 하여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약재로 사용했다. 목련은 “풍으로 속골이 아픈 것을 낫게 하며,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메는 것, 콧물이 흐르는 것 등을 낫게 한다. 얼굴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하며 치통을 멎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수염과 머리털을 나게 한다. 얼굴에 바르는 기름을 만들면 광택이 난다”라고 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목련에 관한 기록이 처음 나온다. 김수로왕 7년(서기48)에 신하들이 장가들 것을 권했지만, 하늘의 뜻이 곧 있을 것이라면서 점잖게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바다 서쪽에서 붉은 돛을 단 배가 북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왕은 기뻐하며 사람을 보내 목련으로 만든 키를 바로잡고[整蘭橈],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그들을 맞아들였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아리따운 공주는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으로 훗날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다. 이처럼 목련은 꽃뿐만 아니라 나무로서의 쓰임새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목련은 한라산이 고향이며 오늘날 자생지는 거의 파괴되었으나, 이창복 교수가 쓴 1970년대 논문에는 성판악에서 백록담 쪽으로 30분쯤 올라가면 자연산 목련이 군데군데 보인다고 했다. 전남 진도에 있는 석교초등학교에는 키 12미터, 줄기 밑 둘레 280센티미터의 약 100년생 목련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만나는 목련은 실제 백목련인 경우가 많다. 토종 제주도 목련은 잘 심지 않고, 중국 원산인 백목련이 오히려 더 널리 보급된 탓이다. 재래종 목련은 꽃잎이 좁고, 완전히 젖혀져서 활짝 피는 반면 백목련은 꽃잎이 넓고 완전히 피어도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다.
이외에도 보라색 꽃의 자목련이 있다. 또 백목련과 자목련을 교배하여 만든 자주목련은 꽃잎의 안쪽이 하얗고 바깥쪽은 보라색이다. 또 꽃잎이 10개가 넘는 중국 원산의 별목련도 있으며, 5월 말쯤 숲속에서 잎이 난 다음에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산목련) 역시 목련과 가까운 형제나무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木蘭)이라 하며 북한 국화로 알려져 있다.
목련꽃으로 풍선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떨어진 꽃잎을 주어서 꽃잎 아랫부분을 손으로 조금 잘라내고 그곳에 입을 대고 세계 불면 꽃잎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두툼한 꽃잎 안에 공기층이 있기 때문인데 폭신폭신한 기포들 속으로 입김이 들어가 꽃잎을 확장시킨다. 목련은 꽃을 피울 무렵 봉오리를 햇볕이 많은 남쪽을 향해 두지 않고, 바람이 많고 햇볕이 적은 북쪽을 향해 둔다.
♤ 전해오는 이야기
옛날 옥황상제의 딸이 바다의 신을 사랑했지만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단다. 옥황상제는 그런 딸을 가엽게 여겨 딸이 죽은 자리에 꽃을 피워 넋을 달랬는데, 그 꽃이 바로 목련이다. 그런데 해마다 바다의 신이 있는 북쪽을 향해 꽃을 피워 ‘북향화’라 불리기도 한다.
목련은 정말 북쪽 방향으로 꽃을 피울까? 목련은 꽃잎이 덜어지면 바로 다음해에 나올 꽃눈을 준비하는데, 이 꽃눈은 보호기관인 포엽에 둘러싸여 있게 된다. 포엽의 껍질은 햇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성숙 정도가 다른데 햇빛을 많이 받는 표피의 남쪽 부분이 북쪽보다 활발하게 분열이 일어나 더 견고해진다.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봄이 되어 꽃눈의 분화가 시작되면 껍질이 얇은 북쪽 방향의 포엽 부분이 먼저 열리면서 안쪽의 하얀 속살(꽃잎)을 내보이므로 목련 꽃이 북쪽을 향해 피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식물호르몬이나 효소들의 작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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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