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1. 산야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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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나무껍질은 검은 갈색이고 얕게 갈라진다. 황록색의 가늘고 긴 작은 가지는 밑으로 처져 축축 늘어지는데 털이 나지만 점차 없어진다. 가지는 원줄기에서 잘 떨어지므로 버드나무에 올라갈 때는 큰 가지라도 조심해야 한다. 썩은 버드나무의 원줄기는 캄캄할 때 빛이 나므로 옛날 사람들은 한밤중에 도깨비불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버드나무의 꽃을 버들개지· 버들강아지· 유서(柳絮)라 하는데 솜처럼 바람에 날려 흩어진다. 물가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나무로서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고, 칼처럼 생긴 잎은 장수나 무기를 나타낸다. 옛날에는 학질을 앓을 때 환자의 나이 수만큼 버들잎을 따서 봉투에 넣고 겉봉에 '유생원댁입납(柳生員宅入納)'이라 써서 큰길에 버리면 쉽게 낫는다고 믿었다. 공업용·풍치림·가로수·약용으로 이용된다. 목재는 세공재로 쓰인다. 예전에는 어린이들이 새 가지를 꺾어 속을 빼내고 껍질로 피리를 만들어 불었는데 이것을 버들피리라고 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외상에는 달인 물로 씻거나 짓이겨 붙인다.

 

효능 : 주로 통증을 다스리고, 종기에 효험이 있다. 관련질병: 각혈, 골절, 골절번통, 골절증, 동맥경화, 종독, 진통, 출혈, 치통, 풍치, 해열, 황달

 

버드나무 종류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다.

버들은 남녀의 사랑으로 승화된다. 지금 서울 정릉에 묻혀 있는 신덕왕후가 태조 이성계와 만나는 과정에는 버들과의 인연이 등장한다. 정조 23(1799)에 임금은 일찍이 고사를 보니, 왕후께서 시냇물을 떠서 그 위에 버들잎을 띄워 올리니 태조께서 그의 태도를 기이하게 여겨 뒤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급히 물을 마시다가 체할까 봐 버들잎을 띄운 지혜를 높이 사서 둘째 왕비로 맞이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태조 왕건이 신혜왕후를 만나는 이야기에도 나온다. 또 조선 중기의 문신 최경창과 관기(官妓) 홍랑의 사랑 이야기에도 버들과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북도평사라는 벼슬로 함경도 경성에 있을 때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오래지 않아 최경창은 임기가 되어 한양으로 떠난다. 관에 메인 몸이라 따라나설 수 없었던 홍랑은 그를 배웅하고 이슬비 내리는 저문 날, 버들가지를 꺾어 주면서 시 한 수를 건넨다.

 

산 버들가지 골라 꺾어 임에게 드리오니/ 주무시는 창가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밤비 내릴 때 새잎이라도 나거든 날 본 듯 여기소서

 

버들은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도 연관이 있다.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괴로울 때 구원을 청하면 자비로써 사람들을 구해준다. 그래서 흔히 옛 탱화는 관음도가 많이 그려졌는데, 그중 양류관음도와 수월관음도가 대표적이다. 모두 관세음보살이 버들가지를 들고 있거나 병에 꽃아 두고 있는 형식이다. 이는 버들가지가 실바람에 나부끼듯이 미천한 중생의 작은 소원도 귀 기울여 듣는 보살의 자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아울러서 버들가지가 꽂혀 있는 관세음보살의 물병 속에 든 감로수를 고통받는 중생에게 뿌려주기도 한다. 버들의 뿌리는 감로수를 깨끗이 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서다.

 

그러나 버들에 꽃이 섞인 화류(花柳)’는 뜻이 달라진다. 순수하고 애틋한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조금은 육감적이거나 퇴폐적이 된다. 춘향전에 보면 봄바람에 글공부가 싫어진 이몽룡은 광한루로 바람을 쐬러 나간다. 성춘향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그려지고 있다. 이몽룡은 저 건너 화류 중에 오락가락 희뜩희뜩 어른어른 하는 게 무엇인고? 자세히 보고 오너라!” 하며 방자를 재촉한다. 역시 봄바람이 잔뜩 들어간 성춘향도 그네를 타고 있었으니 둘의 만남은 다분히 의도적인지도 모른다. 늘어진 버드나무에 그네를 매고 복사꽃, 자두꽃을 배경으로 치맛자락을 펄럭였으니 숫총각 이몽룡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몽롱해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노릇 아닌가.

 

몸을 파는 여인을 두고 노류장화(路柳墻花)’라고도 한다. 길가에서 흔히 만나는 버들이나 담 밑에서 핀 꽃은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꺾을 수 있다는 뜻으로 빗댄 말이다. 그래서 이들이 어울려 노는 곳을 아예 화류계라 했다. 역시 꽃과 버들이 섞인 탓이다. 봄날이 가기 전에 다소곳이 늘어뜨린 가녀린 버들가지를 만져 보면서 우리 곁에 살아온 긴긴 세월 동안의 여러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다.

 

버들은 특히 물을 좋아하여 주로 개울가에서 자란다. 식물학적으로 말하는 버드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가지가 아래로 운치 있게 늘어지는 능수버들과 수양버들이 있다. 세 나무 모두 키가 10여 미터 이상의 큰 나무로 자라는데, 이들의 구분이 좀 애매하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길게 늘어지는데, 대체로 당년 가지만 늘어지고 작년 가지는 거의 늘어지지 않는다. 반면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은 3~4년 된 가지가 더 길게 늘어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기원전 5세기 무렵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가 통증을 느낄 때 버들잎을 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23백여 년 동안 민간요법으로만 알려져 오던 버들잎의 신비가 밝혀진 것은 1853년이다. 버들잎에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을 추출했던 것이다. 1899년에 이르러서야 독일 바이엘 사의 젊은 연구원인 펠릭스 호프만이 아스피린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류머티즘성관절염을 심하게 앓고 있는 아버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제 개발에 나섰던 것이다. 바이엘 사는 진통 해열제인 아스피린 하나로 100년 넘게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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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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