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이야기

산바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10.1
민들레의 생물학적 고찰
토종민들레는 서양민들레와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여 그 분포지가 좁아져 도시화가 덜 된 산림지역이나 계곡 근처에서 볼 수 있다. ‘민들레 홀씨’라는 말이 유행가 가사에서부터 널리 불리고 있지만,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가장 진화한 특징을 가지므로 포자, 즉 홀씨와는 거리가 멀다. 민들레꽃이 지고 난 후 하얗고 동그랗게 생겨 바람에 날리는 솜뭉치처럼 생긴 것은 홀씨가 아니라 열매 뭉치다. 흰 털이 매달려 있는 끝을 자세히 살펴보면 씨가 한 개씩 매달려 있다.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의 차이는 꽃받침으로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꽃받침이 바깥쪽으로 말리지 않은 것이 토종민들레이고, 바깥쪽으로 말리는 것이 서양민들레이다. 서양 민들레의 씨앗은 토종 민들레보다 작고 가볍다. 따라서 더욱 멀리까지 씨앗을 날려 보낼 수 있다. 또한 씨앗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씨앗의 개수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토종 민들레는 타가 수정으로 생식을 하는 타식성 식물로, 벌이나 등에 등이 꽃가루를 운반해 주지 않으면 씨앗이 생기기 않는다. 그에 반해, 서양 민들레에는 씨앗을 만들 수 있는 ‘아포믹시스’라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수정 업이 종자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봄에만 꽃이 피는 토종 민들레와는 다르게, 서양 민들레는 1년 내내 꽃을 피운다. 서양 민들레는 꾸준히 꽃을 피워 계속 씨앗을 뿌릴 수 있기에 토종 민들레보다 개체 수가 쉽게 증가한다.
서양 민들레의 꽃가루가 재래 민들레의 암술에 붙어 가루받이가 되면 잡종이 되는데, 그 잡종이 가진 유전자 가운데 2분의 1은 서양 민들레의 유전자다. 그 잡종에 다시 서양 민들레의 꽃가루를 가루받이시키면 4분의 3, 이렇게 해서 조금씩 피를 진하게 해 가며 재래 민들레의 몸을 오염시켜가는 것이다. 잡종은 클론의 씨앗을 만들어 증식해 가는 한편 이렇게 재래 민들레와 교잡해 간다. 불공평 하게도 서양 민들레는 클론 방식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피가 섞이지 않은 순종 개체를 이어갈 수 있다. 한편 재래 민들레는 그것이 어렵다. 씨앗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개체와 교잡하지 않을 수 없는 가루받이 방식 때문이다. 잡종화할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서양 민들레는 이렇게 재래 민들레를 잡종화하며 순혈의 재래 민들레를 감소시켜 간다. 교외에서 서양 민들레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서양 민들레가 잡종이 돼서 재래 민들레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갔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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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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