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이야기

산바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11.13
대나무 꽃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는 시구는 대꽃을 보기까지 백 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꼭 백 년에 한 번 피는 건 아니지요. 빠른 것은 3~4년, 보통은 60년에서 길게는 120년 만에 피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피든 꽃이 피면 말라죽는다는 점은 상통합니다. 그렇습니다. 대나무는 죽기 전에 꽃을 피웁니다. 대나무 하나가 꽃을 피우면 모든 대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고 일제히 죽음에 듭니다. 이처럼 꽃이 핀 후에 말라죽는 현상을 개화병(開花病)이라고 하는데 ‘꽃이 피는 병’이라니 세상에 이런 말도 있구나 싶습니다.
대나무와 조릿대류는 대부분 이처럼 꽃이 피는 병에 걸려 죽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이 피는 병이란, 한편으로 영원히 살고 싶은 열망에서 생긴 병입니다. 대나무는 대개 군락을 형성하는데 많은 대나무가 한 곳에서 오랫동안 번식하면 땅속의 영양분이 부족해지겠지요. 게다가 죽순이 자랄 땐 하루에 1미터도 넘게 자라니 그만큼 더 많은 영양분이 필요하고 결국 땅속의 영양분이 전부 고갈되는 순간이 오고 맙니다. 그래서 더 이상 죽순으로 번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대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죽순 대신 씨앗으로 번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떠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처절하게 일생에 딱 한 번 피는 꽃이니 마지막 촛불처럼 화려할 것 같지요? 그러나 대꽃은 꽃이라고 하기엔 그저 푸르기만 합니다. 세상에는 참……, 이런 꽃도 있습니다.
대나무의 일생은 보통 나무와는 아주 다르다. 땅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뿌리줄기에서 죽순이 나와 한 달에서 두 달이면 키 자람을 끝내버린다. 한 시간에 2~3센티미터씩 자라는 경우도 있다 하니 자람이 그대로 눈에 보일 정도다. 그러나 대나무가 단단해지는 데는 리그닌(lignin)이라는 물질이 세포벽 속에 쌓이는 시간이 있어야 하므로 1~2년은 기다려야 한다. 단단해지는데 조금 더 시간을 주어 대체로 대나무는 2~4년마다 베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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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