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야초 이야기

산바람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5.5
팥배나무
팥배나무는 장미과의 큰키나무이다. 높이는 15∼20m 정도로 자란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팥배나무의 열매는 팥을 닮았고, 꽃은 하얗게 피는 모습이 배나무 꽃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배나무와는 거리가 멀고 마가목과 더 가까운 나무이다. 타원상 달걀꼴의 잎은 어긋나게 달리며 잎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얕은 겹톱니가 있다. 꽃은 4∼6월에 백색의 양성화가 많이 모여 달린다. 가을에 적색으로 익는 팥알 모양의 열매가 나무 가득 달리는데, 팥배나무의 열매는 산새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토양은 크게 가리지 않아 척박한 토양에서도 생육이 가능하다. 추위와 건조는 잘 견디지만 공해와 병충해에 약하다.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은 감당(甘棠)이며, 당이(棠梨), 두이(豆梨)라는 별칭이 있다. 『물명고(物名考)』에도 한글 훈을 붙여 ‘파배’라고 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감당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감당나무를 사랑한다는 말은 곧 정치를 잘하는 자에 대한 사모를 의미한다. 주대(周代) 연(燕)나라의 시조인 소공(召公)은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귀족에서부터 농사에 종사하는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일을 맡겨 먹고 사는 데 부족함이 없게 했다. 특히 그는 지방을 순시할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訟事)를 판결하거나 정사를 처리했다.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그의 정치적 공적을 사모하면서 감당나무를 귀중하게 여겼는데, 이것을 ‘감당지애(甘棠之愛)’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감당나무를 팥배나무로 번역하지 않는다. 팥배나무는 숲속의 보통 나무로 심고 기르는 나무가 아니어서 실제로 감당나무는 돌배나무나 콩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일 가능성도 있다. 팥배나무는 늦봄에 가지 끝에 깔때기 모양의 꽃차례가 2중, 3중으로 이어져 손톱 크기만 한 하얀 꽃이 무리지어 핀다. 갓 자란 진한 초록 잎을 배경으로 많은 꽃이 피어 금방 눈에 띈다. 많은 꿀샘을 가지고 있어서 밀원식물로도 손색이 없다. 타원형의 잎은 가장자리가 불규칙한 이중톱니를 가지고 있고, 10~13쌍의 약간 돌출된 잎맥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잎맥의 간격이 거의 일정하여 일본 사람들은 ‘저울눈나무’라는 별명을 붙였다.
나무 전체를 덮는 꽃과 열매의 관상가치가 높아 정원수, 공원수, 가로수로 많이 이용된다. 겨우내 달려있는 열매로 인하여 생태공원의 조류 유인식물로 좋고, 꿀샘이 깊어 밀원식물로도 이용된다. 목재는 가구재, 공예재로 쓰인다.
팥배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으며 키 15미터, 지름은 한두 아름에 이르는 것도 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곳을 좋아하나, 자람 터 선택이 까다롭지 않아 계곡에서부터 산등성이까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숲속의 수많은 나무에 파묻힌 여름날의 팥배나무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나무일 뿐이다. 그러나 가을날 서리를 맞아 잎이 진 나뭇가지에 팥알보다 약간 큰 붉은 열매가 매달리면 등산객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게 된다. 코발트색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긴 열매자루에 팥배 열매가 수백 수천 개씩 열려 있는 모습은 흔한 표현으로 가히 환상적이다. 열매는 작아도 배나 사과처럼 과육을 가진 이과(梨果)1) 다. 과일주를 담그기도 하나, 별다른 맛이 없어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열매는 아니다. 팥배나무는 흔히 고갯마루에서 잘 자라므로 수없이 고개를 넘어 다니는 산새들의 독차지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