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18.3.27
여황 측천무후 (상)
- 글쓴이
- 샨사 저
현대문학
측천무후
샨사/이상해
현대문학/2005.5.30.
sanbaram
수나라 때 목재장사로 돈을 벌어 갑부가 되었고 그 지방의 유수인 이연을 도와 당나라 건국에 앞장선 무사확과 양씨가문의 딸 사이에 태어난 무조는 100일 잔치에서 아버지의 검을 손에 잡았다. 그것을 본 우렁찬 목소리는 “네 딸은 하늘의 숨결을 받아들일 수 있는 툭 불거진 이마, 반짝이는 눈동자, 단단한 턱, 도톰한 입술을 타고 났다. 이 아이가 제 아버지의 검을 집었으니 얼마나 장한 일이냐! 얘야, 앞으로 이 아이를 사내처럼 입히고 타고난 운명에 걸맞는 교육을 시키거라. 장군의 딸은 지휘를 좋아하는 법이니라. 이 아이는 장차 훌륭한 무관 집안의 여주인이 될 게다!(p.14)”라는 말을 했다. 남자 아이처럼 키워진 아이는 5살 때 정자사에 출가하여 허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전근으로 절에서 나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홉 번째 생일을 호화롭게 마치고 이듬해 언니가 지방의 양반 자제에게 시집을 갔다. 정관 9년 물러난 황제가 죽자 아버지도 그 충격으로 죽었다. 본부인의 아들들이 와서 곳간 열쇠부터 차지했고, 아버지 사촌들은 무조 집안의 재산 관리자, 운명의 주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황하를 건너 무씨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장사를 지냈다. 장례 주재자로 온 이적 장군의 눈에 띈 무조는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적장군은 무조의 장래를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상이 끝나자 황궁 내명부의 후궁으로 들어가게 추천해 주었다. “나는 무 재인, 신들의 나라에 굴러들어온 불청객, 고운 진주들 틈에 섞인 자갈이었다. 나 역시 내심으로는 황제의 침실과 천자의 총애를 갈망했다. 주위에서 여자들은 천천히 춤추듯 움직였다. 호소하는 듯 하늘거리는 그들의 고갯짓과 오로지 한 남자에게만 넋을 빼앗긴 뱀들의 군무였다.(p.80)” 만 명의 황궁 여인들 틈에서 미색이 뛰어나지 못한 무조는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던 차에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말타기와 궁사연습에 열정을 보였다. 그러다 야생마를 길들인 것이 왕자인 치노의 눈에 띄게 되어 그와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태종이 몸져눕고 황태자가 방자해지자 태자를 폐위하고 진왕이었던 치노를 외척인 장손무기의 천거로 황태자로 삼게 된다. 마음이 약한 치노는 무후를 보호자처럼 생각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가까워지자 무후의 몸을 취하게 된다. 그러다 황제가 죽자 선왕의 여자들은 출가하게 되어 감업사의 비구니가 되었다. 탈상을 할 때 치노는 감업사를 찾아 무후를 품게 되고 여자들의 세력다툼에 이용하려는 황후의 배려로 다시 황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황궁에 돌아온 무후는 선왕의 서기노릇을 하면서 배운 감각으로 치노를 보필하면서 태기가 있어 왕자를 생산했다. 이름은 홍이다. 그리고 후궁 중에서 가장 고위직인 정2품 조의의 첩지를 받았다. 둘째로 공주를 출산했는데 자식을 생산하지 못한 황후가 독살을 했다. 치노가 황후를 폐하고 무조를 황후로 맞이하려 하자 장손무기와 그의 지지자들은 결사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황후의 인장과 금검을 받았다. 서른 살 때의 일이었다. 장손무기는 황후의 숙부를 사주하여 공주를 독살할 비상을 황후에게 전달한 혐의로 퇴출되고 결국 이송도중 목숨을 끊을 것을 명받고 목을 맸다. 그의 죽음은 무후를 해하려는 자들에게 본보기로 사용 되었다.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무후는 과부가 된 언니를 치노에게 바쳤다. 세월이 지나자 시들해진 치노는 언니의 딸 화지와 몸을 섞기 시작했고, 그것을 안 언니는 심하게 딸을 야단치면서 죽어버리자는 말을 했고 무조는 그것을 말렸다. 결국 화지는 한국부인이 되어 후궁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러나 언니는 치노의 사랑을 잃은 것에 병을 얻어 거처로 돌아가 마약을 하고 결국 독을 마시고 죽었다. 무후는 네 번째 아들을 낳았다. 무후를 폐위시키려는 음모가 진행되다가 그들의 죄상을 밝혀내고 충을 황제로 올리려던 역당들을 모두 처형했다. 그리고 봉선의식이 끝나고 집안사람들끼리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귀양 갔던 사촌들이 바친 술을 만신 화지가 독살되자 사촌들을 사형에 처했다. 무후의 어머니는 아흔 한 살로 죽었다. 언니의 아들 하란민지는 무씨집안의 양자가 된 후 기고만장하여 바람둥이 역할을 하며 가산을 탕진하고, 황태자의 약혼녀를 유혹하여 놀아나다 잡혀서 곤장을 맞고 유배되었다. 외척이 없어 아버지 후계자 자리를 귀양가 있던 아버지 조카들을 불러들여 장손인 무승사에게 집안일을 맡기게 되는데…….
황제 곁에서 국사를 일일이 챙기는 무후는 여자를 짐승이나 어린애 같은 존재로 취급하는 편견에 젖어 있던 고관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점점 커지는 무후의 권력은 그들의 불안과 불만을 촉발시켰다. 그 사람들이 무후를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다. 조카인 화지 또한 위험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가 죽으면서 무후의 형제자매는 살아남은 자가 없었다. 권력을 탐하는 인간의 추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정치에 뜻을 잃은 황제를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무후의 활약이 펼쳐지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저자인 샨사는 1972년 북경에서 태어나 8세 때 이미 시를 쓰기 시작하여 9세 때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중국의 예술 신동으로 성장한 그녀는 1990년 파리 가톨릭 인스티튜트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어로 <천안문>, <버드나무의 네 가지 삶>을 발표하였다. <바둑두는 여자>가 <통쿠르 데 리쎄앙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측천무후>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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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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