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1. 일반 서평

이미지

도서명 표기
검사내전
글쓴이
김웅 저
부키
평균
별점9.1 (113)
산바람

검사내전

김웅

부키/2018.1.9.

sanbaram

 

우리 주변에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검사와 같은 특정한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직업인이지만 그들의 실상을 알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생활이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요즘처럼 미투 운동으로 각계각층의 성차별적인 비리가 불거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때는 경직되고 위계질서가 뚜렷한 권력을 가진 집단의 생활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용기를 내서 <검사내전>을 세상에 내놓아 20년 가까운 검사생활의 애환과 실상을 일부분이라도 공개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인천지검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이래 창원지검 진주지청 등을 거쳐 현재는 인천지검 공안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검사내전>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거악을 일소하지는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의 나사못 역할이나 제대로 해보자고 선의를 불태웠던 시절 아쉬움의 일부를 기록한 것이라면서 4부로 나누어 경험을 기술하고 있다. 1사기 공화국 풍경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사기 수법과 그런 일이 생기게 되는 원인을 짚어본다. 그리고 2사람들, 이야기들에서는 잘못된 선택으로 범법자가 된 사람들의 예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3검사의 사생활에서는 검사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의 기술을 통해 잘못된 일면을 바로 잡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4법의 본질에서는 입법, 행정, 사법으로 3권 분립된 우리의 헌법이지만 사법부의 독립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지만 행정부 수반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을 벗어나 좀 더 발전된 사법부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치타는 그 경주에서 지더라도 또 뛸 수 있지만 가젤은 그렇지 않다. 경주에서 지면 다시는 뛸 수 없다. 먹기 위해 뛰는 것과 죽지 않기 위해 뛰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p.23)” 사기꾼을 잡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죽지 않기 위해 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백 명의 사기꾼을 상대하는 검사와 단 한 명의 검사만 상대하는 사기꾼의 싸움은 녹록한 승부가 아니라고 검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라들을 노린다. 그러니 설마 자기같이 어려운 사람을 등쳐먹겠냐고 안심하지 마시라.(p.86)”고 말한다. 그리고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알아보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변의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대신해주겠다는 사람은 대개 브로커다.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곳에서 직접 6개월 이상 일해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의 주연일지 모른다고 한다.

 

평소처럼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차장검사가 법원 판사들과 회식을 한 모양인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흥이 과했던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내기를 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p.239)” 부르기만 하면 마냥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 아무튼 차장검사는 저자에게 검사들에게 연락해 나오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저자는 각 부처 총무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뒤에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고 한다. 이런 터무니없는 권위주의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 생각된다. 이제 검사 사회도 유연하게 변하여 창조적인 조직이 되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법률가들의 비판 중에는, 과학기술은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라고 한다면 법조야말로 가장 비민주적이지 않은가?(p.299)” 기계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위협은 이미 인쇄술 논쟁에서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다. 신호등이나 등대를 따른다고 설마 인간의 존엄성이 상처 입겠는가.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인쇄술이 인류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주었듯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공평한 법 적용이라는 신천지를 최초로 선사해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헌법과 달리 우리는 국민이 행정권과 입법권만 행사하는 3분의 2민주주의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법원장은 판결과 판사에 대한 비판은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공격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어떻게 주권자인 국민이 판결을 비판할 수 없는가?(p.355)” 그러나 서구 법조인들은 우리나라 법조 체계를 보며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판사 임명 제도에 대해 놀라워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워하는 것은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핵심 사안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상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7조에서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재판에는 당연히 헌법소원도 포함된다. 따라서 헌법소원에서 법원의 판결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은 헌법에서 정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원에 특권을 부여한 것이고,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받는 국민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p.360)” 이와 같이 지적하면서 사법개혁을 하려면 이제는 모두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장치를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 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할 수 있어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재판소원이 부당한 속박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사처벌은 진통제와 같다. 자꾸 먹다 보면 내성이 생기고 점점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너무 많은 형사처벌로 인해 범죄 간의 경중에 대한 균형감각을 잃기 쉽다.(p.376)” 그래서 처벌 대상은 줄이고 정작 본질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하고 공평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고 하는 우리의 의식을 비판한다. 앞으로는 화해와 합의를 먼저 시도하는 관행이 다시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에서 저자는 검사조직사회에서 약간은 다른 견해를 가진 생활을 통해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나 관행을 지적한다. 좀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불로소득을 노리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좀 더 나은 내일의 사회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좋아요
댓글
6
작성일
2023.04.26

댓글 6

  1. 대표사진

    산바람

    작성일
    2018. 4. 25.

    @아자아자

  2. 대표사진

    시골아낙

    작성일
    2018. 4. 25.

  3. 대표사진

    산바람

    작성일
    2018. 4. 25.

    @시골아낙

  4. 대표사진

    부자의우주

    작성일
    2018. 4. 26.

  5. 대표사진

    산바람

    작성일
    2018. 4. 26.

    @부자의우주

산바람님의 최신글

  1. 작성일
    9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9시간 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11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11시간 전
  3.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9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6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