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18.6.15
열린 인문학 강의
- 글쓴이
- 윌리엄 앨런 닐슨 편/김영범 역
유유
열린 인문학 강의
윌리엄 앨런 닐슨/김영범
유유/2013.9.4.
sanbaram
인문학 열풍이 분지도 꽤 되었다. 사회 곳곳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고 그 추구하는 방향도 다양한 만큼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 <열린 인문학 강의>는 고전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기획하여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7개의 주제로 나누어 엮어졌다. ‘1. 역사/2. 철학/ 3. 종교/ 4. 정치경제학/ 5. 항해와 여행/ 6. 희곡/ 7. 시’가 그것이다. 1909년에 출간을 시작한 하버드 고전 총서는 1914년에 50권으로 완간 되었고, 하버드대학교 교수들을 중심으로 전공에 따라 대중 강의를 하도록 하고, 이를 다시 정리해서 51번째 책으로 엮어낸 것이 <열린 인문학 강의>다. ‘하버드 고전’ 총 책임자인 닐슨은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1905년 미국에 귀화했다. 에딘버러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역사의 실질적인 범위는 약 3천 년에 이르는데, 그 범위를 넘어서면, 고고학의 파편적 증거들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영웅들의 시대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시대까지도 국가라고 해봐야 규모가 작았고 대개 도시이거나 도시의 집합체였다. 전쟁은 그치지 않았고 이때 노예제도 함께 생겼다. 몇 세기를 지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졌다. 거대한 대륙 국가인 마케도니아와 로마가 건국되었다. 로마는 기원전 200년경에 카르타고 세력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와 발칸 반도, 소아시아, 이집트를 정복했고, 지중해까지 손에 넣었다. 약 한 세기에 걸쳐 게르만족의 침입과 로마의 분열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375년에는 게르만족 대이동이 있었고 410년에는 알라리크와 서고트족이 로마를 약탈했다. 이렇게 하여 현재의 유럽 민족들이 각 지역에 자리 잡게 되었고 역사는 분쟁과 화합을 겪으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서양 역사의 흐름이다.
철학에는 엄밀하게 구분된 분야가 없다. 문제들이 점점 더 근본적으로 변하면서 하나로 합쳐지고 한 문제의 해법은 나머지 문제의 해법에 의존하게 된다. 철학은 정신의 심오한 들썩임, 이미 만들어져 습관적이고 관습적이게 된 견해에 대한 불만, 자유롭고 속박되지 않은 호기심 그리고 세상을 주유하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판단하려는 욕구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대에 최고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들은 인간을 연구했고 인간의 본성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칸트의 입장에서 자연은 지성의 영역이고 지성은 또한 더 심오한 영혼의 법칙을 따른다. 플라톤-범신론적 전통에 따라 해석했을 때 이러한 법칙은 전체의 완전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견해에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전체의 완전성은 칸트가 주장했고 피히테가 더욱 적극적이고 구성적으로 주장했던 도덕적 완전성, 도덕 의지의 이상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종교란 결핍감,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세속적 이득에 대한 불신, 운명을 통제하는 힘과 타협해서 구원에 이르는 방법이다.(p.130)” 종교는 두려움에서 출발해 희망에서 완성된다. 중국인에게 최고의 신은 하늘이고, 그리스인에게는 제우스다. 한편 수호신이나 조상신 사이에도 위계가 있다. 개인이나 특정 예술, 부족이나 지방을 보위하는 신은 민족신보다 하위에 있다. 기원적으로 다른 종교에 속하더라도 동일한 행위를 하는 신은 동일시 될 수 있다. 모든 종교는 마음속으로 뭔가를 진실로 믿는 것이고 만일 그 뭔가가 진실이 아니라면, 그 종교는 믿음을 얻을 수 없다. 정의가 사회적 복지의 수단으로 존중되면, 그것은 윤리적이다. 만일 정의가 신의 호의를 얻어내는 수단이나 열반에 이르는 수단으로 채택되면, 그것은 종교적이다. 도덕적 삶이 어떤 의미에서 보편적 삶과 연관되면 종교적 성격을 띠게 된다.
훌륭한 희곡이라면 급하게 훑어봐서는 대사의 진수를 맛볼 수 없다. 대사는 어떻게 선택되는 것일까요? “대사는 그저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올 법해서 선택된 것이 아니다. 그 선택된 대사가 플롯을 앞으로 진전시키기 때문에, 그리고 작가가 고려했던 다른 구절들보다 더 낫기 때문에 관객의 감정을 흔든다.(p.260)” 비판적인 마음으로 대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공감을 해야 한다. 연극은 종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스인의 의식 속에서. 연극은 디오니소스 숭배에 기원을 두고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자연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을 상징했다. 그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신이었고 포도수확 축제 때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그를 찬미했다.(p.278)” 이렇게 시작한 것이 연극이고 연극을 하기 위해 쓰여 진 것이 희곡이었다.
“어린아이의 상상력은 아직 긴박한 현실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한계에 갇히지 않고 끝까지 뻗어나간다. 인류의 유년기에, 인간의 관심 대상은 자신의 내적인 생명에 의해 움직이는 정신이다. 자연의 힘은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변덕스러운 신이 된다. 동료보다 영리하고 강한 힘을 지닌 사람은 기억이나 전설 속에서 영웅이나 신인이 된다.(p.297)” <오디세이아> 덕분에 후세의 시에 몽상가들과 사이렌이 등장하게 되었고, 속담 표현에 스킬라와 키리브스가 나오게 되었다. 게다가 혼을 빼놓는 등장인물들은 어린이 책에서 충성한 이야깃거리로 다시 탄생했다. 영웅의 활약과 시련이 잦아들면서, 이야기는 전원생활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문학에서 신실한 아내의 모습을 가장 고귀하게 그렸다고 한다.
고전은 최고의 작가가 그 시대에 닥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해법을 제시한 책이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인간의 삶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의 반복이다. 인간이 처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한, 이러한 주제는 계속 변주되면서 숙고의 대상이 된다.(p.346)” 그래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고전이 너무 크고 깊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독자가 핵심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읽어도 간명하게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이렇기 때문에 고전은 여러 차례 읽으며 충분한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은 하버드대학에서 인문학 총서 50권을 발간하고 이들 책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문학에 대한 각 분야별로 담당교수가 강의한 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좋아요
- 6
- 댓글
- 10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