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19.6.23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글쓴이
- 김대식 저
21세기북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김대식
21세기북스/2019.6.12.
sanbaram
AI의 발달로 4차산업혁명이 현실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패권다툼을 시작했다.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민주주의가 득세하는 듯하더니 이제 자유민주주의는 소득의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해법이 이런 현상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해답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에서는 로마제국의 역사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KAIST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이자 뇌과학자이며, 건명원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김대식의 빅퀘스천>,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등이 있다.
정원은 끊임없이 보살피고 가꿔야만 정원의 구실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 역시 세상의 중심이었던 과거 제국을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에서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로마는 세상을 정복했는가, 왜 위대한 로마제국은 무너졌는가, 무엇이 역사를 이어지게 하는가, 누가 로마 다음의 역사를 쓸 것인가 등 4부로 나누어 로마제국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몰락하기까지의 역사적 상황을 기술한다. 문명이란 결코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로마는 먼 거울로서 지금도 우리의 나아갈 길을 비추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로마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로마는 과거 문명의 어깨에 올라탐으로써 무한한 유산을 상속받고 이로부터 새로운 문명을 창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를 끊임없이 질문해야한다는 것이다.
“1만 년 전 시작된 농경시대는 인류 역사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사냥, 채집과 달리 농사는 기존 20-30명을 넘는 더 많은 사람들 간의 협업을 필요로 했고, 레반트는 이러한 조건에 가장 알맞은 지역이었다.(p.33)” 인류 역사의 첫 마을과 도시가 레반트에서 탄생된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었다. 농경사회는 자연스럽게 계급사회의 모습을 갖춰가게 된다. 인류는 이처럼 정착과 함께 급격한 불평등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도문명과 결합해 새롭게 탄생시킨 문명이 바로 그레코 박트리안 문명이다. 그레코 박트리안 문명이 동양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부처님 조각을 이곳에서부터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로마의 승리 비결은 뛰어난 전술에 있었다. 무기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상황에 맞춰서 바꿀 줄 알았던 것이다. 창은 길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짧게 던지는 것은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무겁게, 로마는 이처럼 필요한 만큼 기술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갔다.(p.94)” 이렇게 로마의 진정한 승리 비결은 시스템, 무기, 전술 이 세 가지에 있었다. 질서에는 무질서로, 무질서에는 질서로 대응하면서 상황에 맞게 무기를 적절하게 변형한 로마는 전 세계를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용화장실은 원래 베스파시아누스 전까지만 해도 무료였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재정을 꼼꼼하게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에 의해 화장실 사용료가 처음으로 징수된다.(p.145)”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여전히 유럽에서는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다. 유럽 여행에서 불편을 겪는 화장실 사용 문제가 이렇게 오래된 관행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를 두고 아들 티투스가 비난하자 베스파시아누스는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6세기에 서로마는 이미 다양한 야만족들의 국가가 되었다. 프랑크족은 지금의 프랑스를, 고트족은 지금의 이탈리아를 점령했다. 또한 독일 서북부의 게르만족 일파인 앵글족과 색슨족은 영국으로 넘어가 그곳을 장악한다. 그리고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한 영국인들의 후손들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해 오늘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p.203)” 결국 로마제국을 무너뜨린 민족들이 오늘날 여전히 세계 패권을 쥐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 원인으로 15세기 유럽은 로마의 지식, 인쇄 기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행운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오늘날 이슬람 양식으로 알려져 있는 건축물은 본래 유스티니아누스 1세에 의해 새로이 정립된 동로마의 건축양식이며, 건축 이외에도 그는 뛰어난 수준의 다양한 모자이크 또한 남겼다.
“게르만족의 전설에는 항상 용이 나오며, 용은 언제나 굉장한 보물을 숨긴 악의 전형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p.215)” 그 이유는 후기 로마 군인들의 깃발에서 찾을 수 있다. 로마 군인들은 용의 형상으로 된 깃발을 들고 다녔는데, 수천 명이 군집해 이동할 때의 모습은 야만족인 게르만인들의 입장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그리스 로마 관련 책들은 그리스어로 번역된 다음 다시 라틴어로 번역되어 오늘날 프랑스어나 독일어로 번역된 것이다. 당시 이슬람이 로마 문명을 이식받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학자들 덕분이었다.(p.223)” 아베로에스는 이슬람 최고의 철학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자의 대명사로 불렸던 것처럼,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해석자의 대명사로 불렸다. 예술 또한 상당히 발달했다. 압바스 왕조의 5대 칼리프 하룬 알라시드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데, 학문과 예술을 보호하고 장려해 이슬람 문화를 꽃피게 한 인물이다. 그러나 1258년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 칸은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바그다드를 함락하는 데 성공한다. 항복하라는 훌라구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던 바그다드에서는 100만 명 가까운 시민이 학살당하고 수백 년 넘은 궁전 및 모스크와 함께 ‘지혜의 집’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만다.
“오늘날까지 모든 세계사에서 지식의 급격한 증가, 새로운 시장의 창출, 지식 전파 기술의 발명이라는 세 가지가 각각이 아닌 동시에 이루어진 것은 전무후무하다. 이에 따라 유럽은 이제 전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된다.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p.242)” 오늘날 유럽문명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되는 조건이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야말로 유럽 발전의 큰 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예술의 주인공을 신에서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로 끌어옴으로써 반복되는 ‘운명의 바퀴’에 갇혀 있던 중세기 사상과의 단절을 이끌었다. 또한 네덜란드인들이 세계 무역을 통해 만든 금융 시스템은 오늘날 효율적인 자본의 흐름을 가능하게 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대공황, 홀로코스트, 끔찍한 20세기 대재앙을 교훈으로 삼아 인류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룰 중심의 국제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국제 사회를 지탱하던 룰이 서서히 무너지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정의라는 슈미트의 유령이 다시 떠돌기 시작하고 있다.(p.328)” 세계화는 기회가 많아지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지만 경쟁이 많아지는 사람들에게는 재앙과 다를 바 없다. 이둘 사이의 비율은 20대 80 정도로, 세계를 무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20퍼센트밖에 안 되는 반면,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나와 같은 민족,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만 살 수 있는 사람은 80퍼센트 정도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를 자유, 불평등, 지니계수를 중심으로 보면 민주주의 2.0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늘어날수록 불평등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p.336)”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자유는 커지면서 불평등은 막을 수 있는 사회가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답이다. 애석하게도 드닌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의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는데 동참하길 기대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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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