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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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대학의 조센징
글쓴이
정종현 저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9.4 (17)
산바람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휴머니스트/2019.7.8.

sanbaram

 

친일파 청산작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친일파의 뿌리는 넓고 깊게 자리 잡고 그 후손들이 이 나라의 엘리트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실상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 근본을 되짚어 보기 위해 <제국대학의 조센징>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 놓게 되었다. 저자 정종현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고, <식민지 후반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동양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동양론과 식민지 조선문학>, <제국의 기억과 전유> 등과 여러 권의 공저 및 공역서가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에서는 아홉 개의 제국대학 중에 일본에 있던 7개의 제국대학졸업생 수가 대략 1,000명이 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들 모두에 대해 자세한 것을 다 연구하지 못하고 주로 도쿄제국대학과 교토제국대학을 중심으로 그 졸업생들의 실태조사 결과를 기술하고 있다. 제국대학생들의 의식은 1920년대와 30년대 그리고 3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변화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제국대학생들 실태를 한마디로, 구한말의 지주는 식민지 산업자본가를 낳았고, 그 산업자본가는 군사정권의 국무총리를 낳았다. 김연수-김상협 부자에게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국대학은 한국 사회의 지배 엘리트를 재생산하는 제도로도 기능했던 것이다.(p.54)”라고 평가한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었지만 제국대학에서는 조센징으로 멸시받았다. 그들이 졸업 후 귀향하여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리가 되어 이 나라 시민들 위에 군림하였으며, 해방 이후에도 그 직위는 대부분 승계되었고,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정권들과 유착하여 그들의 후손들은 대한민국의 각계각층 엘리트집단을 형성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도 정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제국대학생들과 그 후손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지식, 경제권을 배경으로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 또한 자기들 입맛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이 집단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식민지 조선에 설립된 경성제국대학이 서울대학교로 승계되면서 졸업생들은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건설에도 중추세력이 되어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조선인은 조선총독부 당국자에게 사상운동혹은 항일 민족운동과 어떤 관련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받지 않고서는 사법관으로 임용될 수 없었다. 총독부 판검사 경력이란 한마디로 총독부가 보증한 친일파의 증명서였다.(p.147)” 그럼에도 그들 대다수는 식민지의 법관이나 관료 경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그들이 축적한 사회자본은 다시 그 후손들의 사회적 신분으로 상속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이회창이다. 이회창의 본가, 외가, 처가는 구한말 이래 지주 집안이면서 제국대학과 고등문관시험, 관료라는 제국의 사회적 신분 상승의 주요 장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제국대학 출신의 배타적 특권의식은 서울대의 교사(校史)에서도 드러난다. 공식적인 교사인 <서울대 50년사>(1996)는 개교를 1946년으로 잡고 있지만, <서울대 의과대학사>(1978), <서울법대백년사자료집(광복전 50)>(1987) 등에서는 경성제국대학을 자신의 뿌리로 인식하는 이중적인 대학사를 가지고 있다.(p.264)” 이런 의식 때문인지 지금의 서울대학교 교표는 경성제국대학의 로고로 해석할 수 있도록 중의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왼쪽부터 읽으면 서울대오른쪽부터 읽으면 경성대가 된다. 아마도 이 교표를 바꾸지 않는 한 민족주체성을 갖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발돋음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식민지인들의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했다. 제국대학 유학생들의 인식도 1920년대와 1930년대 중, 후반 이후가 크게 다르다. 제국대학 조선인 유학생은 식민지 출신의 유학생에서 지방에서 올라온 수재가 되었다. 식민지인이라는 자의식은 사라졌고, 시골 출신의 수재로서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게 되었다.(p.234)” 제국대학 학생들은 고등문관시험을 거쳐 군수 혹은 판검사가 되었다. 고등관은 관계(官界)’의 꽃으로서 조선총독부 전체 관료 중에서 대략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중 조선인은 극히 소수만이 있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유학생 대부분은 일본제국-식민지 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총독부 행정-사법 및 식산은행과 관립학교 등 식민지 국가 기구의 각 영역에서 그들은 제국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유용한 부품으로 작동했다. 일본식민주의의 진정한 청산을 위해서라도 제국대학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의 실상을 역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p.297)”고 저자는 주장한다.

 

1930년 제국대학진학은 법학 30.7%, 경제학 13.3%, 상학 9.9%, 문학19.9%, 사범 4.4%, 예술 2.6% 등 인문사회 계열이 80.8%. 이러한 현상은 과거 급제를 통해 간직에 오르는 것들 최고의 입신출세로 간주하고 이공 계열의 직업은 천시하던 조선 왕조 이래의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특히 제국대학 법학부는 식민지 청년에게 일본인과 대등해지거나 평균의 일본인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권력의 통로로 여겨졌다. 관료 지향의 입신 출세주의는 제국대학 유학생의 법학부 편중으로 드러나고 있다.(p.64)” 또한 제국대학 출신 교육자들이 많았다. 오늘날 대학 교육을 받은 이들을 가르친 교수들의 학문계보를 되짚어 올라가다 보면 이들 제국대학 출신들과 만나게 될 확률이 높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일성은 <남조선에서 인테리들을 데려올 데 대하여>를 발표하여 우수한 남한 학자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북한 정권은 최고 수준의 교원을 유치하기 위하여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했다. 남한에서는 미군정 이후 미국유학세력이 급격히 부상하여 초기의 제국대학 세력을 대체하였다. 지금은 미국의 유학세력이 대학에서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 식민의식에서 미국의 학문에 종속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대가족주의 국가였고, 사회는 뚜렷한 계층(신분)과 젠더의 위계에 의해 구획되어 있었다. 천황제 국가를 지탱하는 제도인 제국대학은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나 모두 남성뿐이었다.(p.201)” 이런 상황에서도 최초의 제국대학 여자 유학생 신의경의 삶은 동시대 민족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며, 제국의 권력을 좇던 남성 엘리트들이 비추어봐야 할 거울이라고 말한다. 일신의 안위와 권력에 눈이 어두웠던 남성 엘리트에 비해 신의경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과 미래의 국가를 위해 헌신했기 때문이다. 한편 신의경은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 네 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한국 현대사에서 입시제도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을 정도로 권력자의 자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바뀌어왔다. 1958년생인 박정희의 외아들 박지만의 성장에 따라 한국사회의 입시제도가 바뀐 것은 우연일까?(p.249)” 이를테면 박지만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은 중학교 입시 준비로 극성을 부리던 초등생 과외 열풍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를 채택했다. 중학교가 무시험 입학제로 전환되자 이전까지의 중학교 입시열이 고등학교 입시 과열로 옮겨갔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한 박정희는 고교평준화검토를 지식했다. 공교롭게도 이 지시가 내려진 때는 그의 아들 박지만이 막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즈음이었다. 박정희의 지시를 받은 민관식은 서둘러 이 문제의 해결책을 일본에서 찾아 고교평준화를 실시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렇게 정권이나 정치인들의 필요에 의해 백년대계라는 교육은 조삼모사의 줏대 없는 정치의 시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결과 교육이 정치인들의 입김에 오락가락하게 되어 국민의 정서와 의식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엘리트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제국대학유학생들의 실태와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역사 및 현재의 정치경제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을 것을 적극 권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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