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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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글쓴이
박상익 저
정한책방
평균
별점9.6 (5)
산바람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

사진으로 세상 읽기

박상익

정한책방/2020.9.13.

sanbaram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면서 디지털 사진이 유행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 눈에 띄는 재밌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자연은 물론이고 요즘 한창 유행인 먹거리나 음식에 대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일이 자연스럽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찍는 목적도 찍는 대상도 점차 다양해지고, 특화되기도 한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은 한 장 사진에 담긴 내용과 인문학을 매치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고 있다. 저자는 우석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강의 하면서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다. 저서로는 <번역은 반역인가>, <나의 서양사편력 1,2>, <성서를 읽다 : 역사학자가 구약성서를 읽는 법>, <번역청을 설립하라>, <호메로스에서 돈키호테까지>,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등 다수가 있다.

 

<박상익의 포토 인문학><서울신문>2년여 동안 연재된 사진과 글 중에서 50편을 엮은 것이라고 한다. 서문에서 사진을 시각적 이미지에 환정하지 않고,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끌어내려는 시도이다. 사진과 인문학의 크로스오버라고 봐도 좋다.(p.8)”고 말한다. 이미지를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머리로 사색하고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문학의 영역으로 변환시켜 보려고 시도한 것이라 한다. 일부러 찍은 것이 아니라 생활하는 동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촬영하게 되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전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하고, 자기의 관심분야를 동영상으로 전달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사진 속 이미지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가가 아이의 공중부양 순간을 말없이 기다리다가 순간 포착 하듯이 학교와 사회는 그들의 재능과 미덕이 드러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다가 찾아내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p.19)” 이처럼 공중 부양하는 소녀의 사진을 보며 교육의 역사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매치해보면서 위와 같은 문제를 도출해 내기도 한다.

 

횡단보도의 줄무늬는 통행의 어려움을 뜻하지만, 동시에 안전한 통행 가능성을 뜻한다. 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보행자를 보호하기도 한다.(p.43)” 줄무늬를 가로세로 엮으면 그물이 된다. 소외 계층에 제공하는 사회안전망의 그물망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진사회 일수록 정교한 줄무늬가 필요한 이유다.

 

빨간색은 고대로부터 귀한 염료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색은 임페리얼 퍼플이었다. 황제의 자주색이라는 뜻의 이 색상은 범위가 넓어서 자주색뿐만 아니라 진한 주홍과 선홍색까지도 포함한다.(p.68)”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 색에 관한 열망이 강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에는 집정관이나 전쟁에 이기고 개선하는 장군들만이 자주색 망토를 착용할 수 있었다. 로마 제정 이후 자주색은 황제 전용이 된다. 이 전통은 로마 멸망 이후 중세에도 이어져 자주색은 왕이나 귀족의 색으로 간주됐다. 고대 지중해 세계 동쪽 해안 레반트에 거점을 둔 페니키아인들은 페니키아 근해의 뿔고동에서 채취한 값비싼 자줏빛 염료를 지중해 각지에 수출해 큰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거미형, 개미형, 나비형인간이 있다는 것이다.(p.76)” 거미는 제 몸에서 실을 뽑아 그물을 치고, 조용히 앉아 걸리는 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개미는 하루 종일 활동하면서 먹을 것을 물어 집에 저장한다. 한편 나비는 한 곳에 머무르는 법 없이 이 꽃 저 꽃으로 전전하면서 가루를 모아 꿀로 변화시킨다.

 

가을바람에 콩 껍질이 우수수 날아간다. ‘잘난 엘리트들에겐 알맹이를 가려내는 촌부의 분별력도 없어 보인다. 시인 신동엽이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p.147)” 스스로 잘났다고 으스대는 엘리트들이 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동체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다는 기개는 없고 완장차고 양아치 짓을 즐기는 껍데기 군상들이다. 우쭐대는 사춘기에서 성장이 멈춘 자들이다.

 

흑사병은 교역로를 따라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 됐다. 먼저 바닷가 항구를 기습했고, 그 다음 내륙으로 이동했다. 하루 약 3킬로미터의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이 최초의 대유행이 있고 나서 흑사병은 향후 300년 동안 유행병으로 발병했다.(p.176)” 크림반도의 항구도시 카파는 동서양 교역의 접점이다. 이 도시를 3년간 포위했던 몽골군은 1346년 물러나면서 선물을 남긴다. 병에 걸려 죽은 군사들의 시체를 투석기로 성벽 안에 던져 넣는 것이다. 흑사병은 그렇게 성안으로 침투했다. 성에 피신해 있던 제노바 상인들이 본의 아니게 균의 전파자가 됐다. 이듬해 여름 이들이 고향으로 향하며 들른 지중해 항구마다 환자가 속출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종종 듣던 말이 있다. 상놈은 나이 먹는 게 벼슬이다.’ 연암 박지원의 경우에서 보듯이 학문과 실력만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인정받을 수 있는 양반과 달리 상놈은 나이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는 뜻이다.(p.182)” 유교 전통 속에서도 나이만 앞세우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기풍이 맥맥히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오죽 내세울 게 없으면 나이 자랑이냐는 거다. 그렇다면 몇 달 차이로 위아래를 가르는 풍토는 천민자본주의 시대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학교 선후배 서열과 군사문화의 영향이 크다. 그 결과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묻는 말도 몇 살이야?”라고 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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