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21.1.31
조용헌의 고수기행
- 글쓴이
- 조용헌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
미래프린팅/2009.4.20.
sanbaram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고수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데 각종 고수 중에 좀 더 독자성이 강한 고수들을 찾아 그들의 삶과 인생관 등을 찾아내 <조용헌의 고수기행>이라는 책을 내었다. 저자는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불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따. 재야 고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 <조용헌의 사찰기행>, <5백년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방외지사> 등이 있다.
<조용헌의 고수기행>에서는 고수란, 자기분야에 열심히 몰두하되 스스로 즐거움과 의미를 찾고, 나아가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정의 한다. 강호학의 삼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사주는 천시를 포착하는 학문이고, 풍수는 지리를 탐색하는 학문이며, 한의학은 인사를 다루는 학문이다. 이 중에 한의학의 고수로 꼽은 이가 서울공대 출신의 한의학 전문가 이의원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분야의 고수 열 명을 소개한다. 족보학 연구가 서수용, 묵방산 산지기 이우원, 컴퓨터와 사주의 크로스오버 김상숙, 전엽 문필가 이덕일, 자연을 퍼주는 독지가 변동해, 뼈대 있는 신선 정재승, 오디어 마에스트로 일명스님, 미국의 태권도 대부 이준구, 비전 전문 명상가 한바다. 등이 그들이다.
족보학 연구가 서수용
“조선 후기 세도는 경상도 사람이 누린 것이 아니고 서울의 장동에 살던 장동 김씨 집안이 누렸다는 것, 많은 호남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도 이 대목을 착각하기 때문에 경상도 사람이 다 해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 돌이켜보면 근대 이전의 조선 후기는 경상도가 탄압을 받았던 셈이고 경상도 사람이 지역적 차별을 받고 소외를 당했던 역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p.21)”
안동 일대에서 손꼽는 명문이 퇴계 선생의 진성 이씨, 서애 유성룡의 풍산 유씨, 학봉 김성일의 의성 김씨 집안이다. 의성김씨 학봉파 후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선 숙종조 이후 이 집안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벼슬이 참의라고 한다. 참의라고 하면 지금의 차관보에 해당한다. 판서가 장관이고, 참판이 차관이라면, 참의는 그 아래의 차관보에 해당한다. 이처럼 조선후기 정치사는 지역 차별의 정치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차별 기간이 대략 200년 이었다. 요즈음 호남 차별이 35년 이었다면, 조선 후기 영남 차별은 200년이었다는 것이다.
묵방산 산지기 이우원
“불교에서는 서방에 아미타불이 계신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절에서는 그 건물의 방향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석양은 평화와 안식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태양의 온전한 모습을 바라보기는 어렵다. 한낮의 태양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하지만 저녁노을은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태양은 서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지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p.57)”
이것이 자비다. 아미타불은 이 자비이고, 태양이 아닐까. 물론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해남 달마산의 미황사 대웅전 뒤의 축대에서 바라보면, 섬들 사이로 아름다운 노을이 넘어간다. 변산 월명암 뒤로 올라가면 바위 절벽에 낙조대가 있고, 이 낙조대의 석양도 일품이다.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유명하다고 한다. 묵방산 산지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산천의 정기를 받으며 수련에 매진하기 위하여 이 시대 마지막 산지기가 되갈 자청하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와 대중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전문문필가 이덕일
“내가 보기에 실증주의 사관에 기반한 식민주의 사관이 지닌 문제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공간이 축소되는 문제이고, 둘째는 시간이 축소되는 문제이다. 식민주의 사관으로 가다 보면 우리 역사의 공간과 시간이 축소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이것을 돌파하고 싶다. 실증주의 사관은 결국 축소지향의 사관에 가 닿고 만다. 나는 여기에 도전하고 싶고, 이 도전이 곧 나의 사관이기도 하다.(p.107)”
시간의 축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말하는 단군조선도 실증주의를 빙자한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보면 인정될 수 없다. 단군조선을 부정하면 고조선은 사라지고 만다. 고조선에는 세 부분이 있다.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이 그것이다. 이 가눙데 현재 위만조선만 우리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만조선만 인정하게 되면 중국이 내세우는 동북공정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동북공정이 무엇인가. 바로 만주지역은 물론 북한까지 중국역사로 포함시켜 북한 정권이 붕괴되면 어용정권을 세워 북한을 접수하겠다는 의도를 깔고 있는 전략적인 사관이다. 즉 위만조선의 도읍지가 평양에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우리의 역사를 한반도 안에 가둬놓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고조선의 중심 무대는 만주였지 한반도가 아니었다. 기존의 실증주의 사관에 의하면 한국 역사의 무대는 한반도였지 만주가 아니었다. p.108
“인조반정이 잘못된 쿠데타였다는 것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인조반정 이후 서인에서 노론으로 이어지는 집권세력은 결국 나라를 망쳐 먹었다. 문제는 노론 명문가에서 독립운동가가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이다. 남인과 소론이 독립운동을 했지, 노론은 없다.(p.109)”
갑신정변의 김옥균 등은 노론이기는 하지만, 노론좌파에 해당하는 세력이었다. 주류인 노론 우파가 아니었다. 그나마 개혁적이었던 노론 좌파마저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거세되자, 그 후 노론은 현실타협 쪽으로 나아간다. 아니 오히려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섰다. 인조반정의 주도세력인 서인과 그 후신들인 노론은 일제의 친일파와 연결된다. 이때의 친일파는 1910년 10월 총독부에서 수여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들이다. 이른바 ‘공후백자남’이 그들이다. 왕족들과 이완용을 비롯한 일흔 여섯 명이 작위를 받았는데, 90퍼센트가 노론이다. 우리가 친일파라고 할 때 그 핵심 범위는 이들 작위를 받은 일흔여섯 명이다. 이들이 정말 문제라고 이덕일은 말한다.
한민족이 중심이 되는 몽골리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비전 전문 명상가 한바다
“물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에 나와 물소리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다. 마음의 움직임이 멎으면서 내면세계가 열린다. 이것을 본래 마음을 회복한다고 표현한다. 내단학에서 말하는 수승화강도 이러한 상태를 가리킨다. 계곡에서 철철철 흐르는 물소리를 계속해서 듣다보면 번뇌가 씻긴다. 번뇌가 씻기면 마침내 우리의 깊은 마음이 드러난다.(p.267)”
물소리를 듣는 것은 마음의 때를 벗기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목욕이 중요한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는 지금처럼 매일 목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욕이 갖는 의미는 매우 깊었다. 목욕은 성스러운 행사에 가까웠다. 마음의 때를 벗기고 거듭 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진정힌 의미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목욕이 곧 물소리를 듣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컴퓨터에 사주의 모든 것을 547번의 업그레이드로 데이터를 완성해 가는 김상숙, 편백나무 흙집을 지어 지인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여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독지가 변동해, 가다보면 알게 되고, 하다보면 깨닫게 된다는 신념을 갖고 한국의 신선사상의 맥을 이어오는 정재승, 잡음을 걷어내고 참 소리를 길어 올리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쳐온 오디오 마에스트로 일명스님, 음과 양의 조화에서 만병의 이치를 깨닫고 현세에 그 깨달음을 전하고 아픈 이를 치유해주는 서울공대출신의 한의학 전문가 이의원, ‘진(眞), 미(美), 애(愛)의 태권도 정신으로로 아메리칸 드림을 격파하고 민간 외교관 역할을 40여년 해온 미국의 태권도 대부 이준구. 등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수들이다. 누구 하나 자기 길을 평생 걷지 않은 사람이 없다. 적어도 자기 분야에서 30-40년을 매진해야 자세가 잡힌다는 말이 실감 난다. 우리나라에 고수는 어떤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한 사람들이 읽는다면 여러 가지로 얻는 바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