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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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쓸모
글쓴이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저
윌북(willbook)
평균
별점9.8 (21)
산바람

정원의 쓸모



수 스튜어트 스미스/고정아



윌북/2021.3.20.



sanbaram



 



산업이 발달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현대인들은 자연과 멀어진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여 심인성 질병이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그렇기에 요즘 선진국에서는 정원 가꾸기를 통하여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정원의 쓸모>는 정원이 과연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된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인 수 스튜어트는 정원 디자이너인 남편을 만나 정원 가꾸기를 처음 접하였다. 식물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여 이 책에서는 정원과 식물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바꾸는지 신경과학적, 진화론적,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으로 밝혀낸다.



 



<정원의 쓸모>에서 정원은 우리에게 휴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생명의 근원적 측면들과 접촉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원예는 반복이다. 내가 이만큼 하면 자연이 그만큼 하고, 거기 내가 응답하면 자연도 다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게 대화와 비슷하다. 속삭임도 아니고 고함도 아니고 어떤 이야기도 아니지만, 이 주고받음 속에는 느리지만 계속 이어지는 대화가 있다. 잠깐 떠났다 돌아오면 훨씬 흥미롭다. 내가 없는 사이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나 싶은 기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환한 빛과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정원은 삶의 녹색 맥박을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자연의 성장력을 신으로 인식하든, 어머니 대지로, 생명 원리로, 또는 이들의 혼합으로 인식하든, 거기에는 살아 있는 관계가 작동한다. 쓰레기로 퇴비를 만들든, 꽃가루받이를 돕든, 땅을 아름답게 만들든, 원예는 회복하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에 자연이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일종의 교환과정이라고 한다.



 



수도원에는 대개 포도원과 과수원이 있고 채소, , 약초를 기르는 밭이 있었다. 울타리를 두른 정원도 만들어서, 고요히 명상을 하거나 질병에서 회복하는 장소로 삼았다.(p.41)” 11세기에 성 베르나르도가 남긴 프랑스 클레르보 대수도원의 호스피스 정원에 대한 설명은 치유 정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정원에 나가 있으면 세상의 소음은 줄어들고, 나에 대한 남들의 생각과 판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자신에게 대해 좋은 느낌을 받을 여유가 더 생기는 모양이다. 이렇게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일이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성과 재접촉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받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좋아요에 익숙하다. 식물뿐 아니라 우리 몸과 정신에도 작용하는 자연의 느린 리듬은 가치를 잃었다. 자연의 리듬은 현대 세계를 지배하는 즉석 해결마인드와 맞지 않는다.(p.45)” 그렇게 조급한 마음을 갖다 보니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심인성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분노, 애통, 좌절을 승화시키거나 창조적으로 표출하는 방법은 많다. 원예도 그중 하나다. 흙을 파고 가지를 치고 잡초를 뽑는 일은 모두 파괴를 통해 성장을 북돋는 돌봄의 형태다. 흙을 일구면 공격성과 불안을 방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외부뿐 아니라 내부의 풍경도 바뀐다. 원예는 본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다.



 



원에는 미술이나 음악 같은 다른 창조적인 작업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시작하기만 하면 이미 절반쯤 한 셈이다.(p.60)” 모든 씨앗은 잠재력을 품고 있다. 원예가는 그저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원예를 처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식물이 제대로 자랄지 걱정한다. 하지만 새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힘차게 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우리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힘을 느낀다! 이 경험, 그리고 경험을 통해 얻는 긍정적 감각의 핵심에는 일종의 환상이 있다. 저자는 그 환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키우게 한다고 생각한다. 정원이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사회적 위계와 인종의 의미가 훨씬 약하다. 흙속에서 일하면,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을 특징짓는 허세와 편견이 사라진, 진정한 대인 관계를 키울 수 있는 듯하다.



 



식물은 빠르게 반응하지 않으며,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움츠리거나 웃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점이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p.74)” 어린 시절에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면, 이후의 인생에서 돌봄을 배우기는 매우 어렵다. 내면의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약한 모습을 보며 최악의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학대가 대물림되기 쉬운 이유다. 식물의 취약성은 작은 동물이나 사람의 취약성과 다르다. 동물과 사람의 취약성은 폭력의 희생자에게 잔인하고 가학적인 충동을 촉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식물에는 고통을 가할 수 없기 때문에, 잔혹성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식물을 통해서는 안전하게 돌봄과 애정을 배울 수 있다. 크든 작든 잘못될 여지가 별로 없다.



 



많은 일이 그렇듯이, 원예 역시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역사 속 정원은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며, 때로는 파괴하는 경우가 많았다.(p.75)” 부적합한 기후에서 완벽한 잔디밭을 만들려고 막대한 양의 물을 소모했고, 수많은 화학물질로 토양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치유의 원예는 당연히 지속 가능한 원예다. 자연의 생명력에 맞서지 않고, 더불어 일하는 원예다. 그린하우스 프로젝트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생태학의 기본을 학습하게 된다. 그 경험은 더 큰 맥락의 이슈, 우리 식량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우리가 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깨우침을 줄 수 있다.



 



자기 존중감을 높여주는 원예의 힘은 범법 위험에 놓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큰 힘을 발휘한다. 자연 세계와 교류하면 진정한 능력을 얻고, 식물의 성장력과 함께 일하면서 건설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다.(p.77)” 하지만 오늘날의 아이들 대부분은 자연과 단절되어서 자란다. 야외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실제로 최근 어린이들이 실외에서 보내는 주당 평균 시간은 최대 보안 감옥의 수감자보다 적다.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모르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얻어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파괴성 뒤에는 인정에 대한 소망이 있다. 그들의 미래가 어떤 희망을 보일지는 이 소망을 어떻게 잘 조절하는가에 달려 있다.



 



운동과 냄새로 기분을 고양시키는 것 말고도, 정원에서 흙을 파면 토양 속 다른 박테리아들의 직접적 활동을 통해서 세로토닌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p.95)” 10년 쯤 전,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퍼 로리는 토양 속에 있는 박테리아 소량이 두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올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잡초를 뽑거나 흙을 팔 때, 거름과 퇴비로 지력이 높아진 땅에 많은 마이코박테륨 바게를 흡입하고 소화하게 된다.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양한 박테리아 대사 물질은 우리 장내의 미주신경-휴식과 소화를 담당하는 부교감신경계의 일부-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또 어떤 대사 물질들은 두뇌의 소교세포와 일종의 혼선을 일으켜서 두뇌의 항염증 기능을 높여준다고 한다.



 



햇빛, 운동, 흙과의 접촉은 원예가 신경계에 회복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와 동시에 큰 상실에 직면했을 때, 정원이 비유적 차원에서 의미하는 바도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우리 정신의 상징 능력은 훼손된다. 그때 정원은 간편한 상징들을 제공하며, 때로 심리적 생명줄이 되어줄 수 있다.(p.97)” 정원에서는 모든 일이 느리게 흘러간다. , 관목, 나무는 스스로의 속도에 맞추어 성장한다. 사람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트라우마는 필연적으로 느리게 회복되나. 마음에 독성 감성이 가득하면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가 어렵지만, 냄새는 그런 장벽을 뚫고 들어온다. 후각은 가장 강력하고 원시적인 감각이다. 코는 편도체, 두뇌 깊이 자리한 정서와 기억 중추들과 직접 소통한다. 뇌의 이 부분들은 후각계와 함께 진화했고, 그래서 정서와 기억과 냄새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작은 정원일지라도 도시 생활의 피로에 대항하고 자연 세계와 접촉하고픈 소망을 채워주는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 잘 고른 꽃과 나무, 그리고 흐르는 물이 있는 공간은 우리가 도시를 떠나지 않고도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p.107)” 도로와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있으면 자연은 아득하게 느껴지고, 식물은 인생에 필요한 것들에 밀려 뒷배경으로 물러난다. 하지만 생명의 녹색 맥박은 여전히 우리를 부른다.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가혹하다. 소음과 오염은 사막과 먼지바람을 상기시킨다. 아무리 네온 불빛에 현혹되고 도시의 활기와 에너지에 이끌려도, 우리 정신 깊은 곳에 있는 태생적 본질은 경보를 올리며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고 신호한다. 수돗물은 편리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녹색에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때로는 창틀의 꽃 몇 송이,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따뜻한 햇빛이나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처럼 작은 것으로도 충분하다. 자연의 부는 도시가 마케팅하는 부와는 다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도시공원과 정원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조용히 작용하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 내성을 변화 시킨다. 녹색 공간이 가까이 있으면 사람들에게서 공격성과 불안이 줄고, 기분이 고양되며, 정신적 피로감이 감소한다고 밝혀졌다.(p.111)” 녹색 공간은 사람들의 행동 방식도 바꾼다.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이웃과 접촉도 더 많이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몸과 마음이 자연 환경에 반응하는 복잡한 방식을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도시 환경이 무너지면 상황은 거칠어진다. 도시 황야에는 폐가, 쓰레기 더미, 깨진 유리창, 녹슨 금속과 사람 키만큼 큰 잡초가 가득하다. 그런 곳은 위험 지역이 된다. 지역이 쇠락하면, 주민들은 야외 활동을 줄인다. 그러면 갱단이 거리를 장악하고, 환경악화가 폭력 증가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시작된다.(p.194)” 원예는 스트레스와 동기 상실 같은 개인적 문제부터 공동체의 파편화, 신선식품 부재, 도시의 쇠퇴 같은 사회정치적 문제까지, 다양한 못된 거인들과 맞서 싸우도록 도와준다. 모두 오늘날 세계 모든 지역의 도심정착 프로젝트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들이다. 그것은 사랑을 키우는 일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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