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21.8.16
세습 중산층 사회
- 글쓴이
- 조귀동 저
생각의힘
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생각의힘/2020.2.27.
sanbaram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중산층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안정기에 들어선 지금은 중상층이 자식에게 세습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는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조귀동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만 11년차 회사원이 되었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서 기업 활동이 노동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인적자본 투자의 양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20 한국의 논점>(공저)가 있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는 “각각의 20대들이 불평등 구조의 위계 서열에서 어느 위치에 자리하는지는 그들이 부모가 어떤 계층 또는 계급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취업하기 전까지 각 단계는 ‘능력본위’로 포장되어 있지만 기실 그 ‘능력’은 부모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떤 직업을 가졌으며, 월 소득은 얼마고, 어느 지역의 몇 평 아파트에 거주하는지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p.8)”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20대가 취업과 함께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어떤 일자리를 얻느냐는 그의 미래 소득, 자산, 결혼 여부, 사회적, 문화적 경험 등 생애주기 전반을 결정한다. 고임금의 안정된 일자리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간의 격차가 큰 데다, 이직이나 전직 등을 통한 ‘질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 번 중소기업이면 영원한 중소기업’이라는 말이 나타내는 첫 일자리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갈린다. 첫 일자리가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은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에 가깝다. “부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던 사회가 거의 전적으로 노동과 인적자본의 위계에 따라 구조화된 사회로 바뀌었다.”는 토마 피케티의 지적은 구미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그 대로 적용된다고 한다. 전체 내용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20대가 진입하는 노동시장의 특성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2010년 이후 20대가 노동시장 진입 당시 겪는 ‘경험’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본다. 3장에서는 교육이 어떻게 세습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는 불평등 제조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핀다. 4장은 세습 중산층에 진입할 기회가 없는, 나머지 90퍼센트에 해당하는 지방 소재 대학생과 고졸자에 대한 논의를 한다. 5장은 취업 이후의 생애주기 과업인 결혼과 주택 구입 등에서 나타나는 계층분화 양상을 분석한다. 6장은 현재 90년대의 다중격차가 부모 세대인 60년대생의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했음을 다룬다. 7장은 오늘날 20대의 세계관이 성별에 따라, 계층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에 주목한다. 8장은 그러한 세계관의 차이가 어떻게 가장 표층의 정당 지지에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다.
“오늘날 20대들은 첫 일자리로 사실상 ‘신분’이 결정된다. 한번 대기업 정규직, 전문직, 공무원이라는 ‘내부자’가 되면 웬만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내부자로 남는다.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기타 비정규직, 일용직 등이 되면 끝까지 ‘외부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p.31)” 그리고 따듯하고 안전한 내부자의 삶과 춥고 위험한 외부자의 삶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특히 외부자가 내부자로 올라가는 길은 이제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이직이나 전직을 해도 내부자는 또 다른 내부자의 일자리에 가고, 외부자는 계속해서 외부자의 일자리를 떠돈다. 부르주아지는 원래 중세 성벽에서 귀족이 거주하는 내성과 도시 전체를 방어하는 외성 사이 지역에 거주하는 상공인, 법률가, 의사 등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중세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하자 이들은 농민들과 다른 전문적 지식과 재산을 갖는 하나의 집단으로 일컬어졌다. 또 중세시대 성 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고, 봉건적 인신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성벽 안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재산 및 거주 기간 등을 동료 부르주아지 집단으로부터 까다롭게 심사받았다.
“채용계획 추이를 보면 제조업에서 인력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인력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대신 헬스케어, 사회복지, 교육 등 고만고만한 서비스업에 대한 인력 수요만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기업의 고부가가치-고비용 인력에 대한 수요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번듯한 일자리’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p.75)” 지방대생과 고졸자들은 20대 집단 내에서 ‘주변부’를 형성한다. 서울 소재 명문대라는 ‘중심부’, 서울과 수도권의 4년제 및 지방 거점 국립대라는 ‘반주변부’에 밀려 사회로부터 소외된 변방이다. 그리고 지방대의 20대가 지리적인 주변부에 그치지 않고 졸업을 전후해 사회 계층의 위계에서 주변부가 된다면, 일반계 고졸 20대는 ‘대학도 가지 못한’ 실패자로 간주 되며 투명인간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질 좋은 일자리’가 지방에 있어도 가장 좋은 몫은 서울 명문대 졸업생의 차지인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서율 소재 명문대와 지방대의 위계질서는 엄격하게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지방에서 대학을 나올 경우 초임 기준 월 300만 원 이상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대학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울타리 바깥’으로 밀렸다는 징표인 셈이다.
“‘귀족노조’라고 비난받기까지 하는 완성차 조립공장 정규직 일자리가 2000년 이후 뚝 끊긴 건 노조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듈화는 품질 개선과 생산 효율 개선을 위해 현대차 경영진이 내린 결정이었다.(p.210)” 또 해외 공장 증설도 현대차의 해외 진출과 현대차의 주력 시장이 한국에서 먼 미국이나 유럽이었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50-60년대생이 주력이었던 현대차 생산직 노조의 ‘전투적 경제주의’가 자동차 공장의 탈숙련화와 그에 반대급부처럼 이루어진 블루칼라 기능공 역할 축소, 화이트칼라 엔지니어 역할 강화를 가속화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블루칼라에서 ‘번듯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길이 끊기게 된 것이라고 한다.
“20대 남성은 대체로 이전 세대보다 더 개인의 사회경제적 위치가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가 스스로들인 노력의 결과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간 이하인 남성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부유하지 않는 부모를 둔’ 남성은 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p.237)” 하지만 부모가 고졸-생산직인 20대의 경우 확실하게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또 노력해서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부분은 남성과 여성 모두 마찬가지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20대 남성의 경우 최근의 ‘20대 보수화’담론이 포괄하지 못하는 계층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20대의 정치의식을 보기 위해서는 이들이 극도로 계층화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계층별로 생활세계에서 겪는 경험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p.246)” 20대라는 연령대는 청년이라는 말 하나로 포괄하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인 소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진입을 전후로 하는 생활세계의 경험이 상이하다. 결국 통상 유권자 집단을 각기 다른 연령, 성별, 지역, 사회 계층 집단으로 나누어 살피듯 20대라는 연령 집단도 각기 다른 소집단으로 나누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더 현실에 들어맞는 인식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산층의 재산 증식 및 자녀 교육 실태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 중 하나로 장관 인사청문회의 국회 보고 자료를 들 수 있다. 이를 보면 80년대 학번-60년대생 부모의 상당수가 국내 대학진학에 연연하지 않고 자녀를 외국(주로 미국)의 중고등학교에 보내거나, 또는 국내의 국제학교를 거친 뒤 외국 대학에 보내는 양상이 드러난다.(p.270)” 과거보다 더 늘어난 인적자본 투자와 한정된 일자리 사정이 맞물리면서 결국 인적자본 투자의 군비 경쟁 강도는 강화된다. 그리고 그 군비 경쟁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 중상위층과 나머지 계층의 격차는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인적자본 투자에서 군비 경쟁 강화와 자산 격차의 심화는 중산층 내부의 분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 같다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등에 사는 대기업 회사원 가정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인근 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것으로도 어릴 때부터 강남3구에 살고 고액과외를 받는 전문직 부모의 자녀들과 경쟁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리라는 것이다. 자녀를 어느 정도 비싼 사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외국 유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서 중산층 내부의 경제력에 따른 투자 수준이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분명하게 요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기회의 평등이다. 단순히 입시제도의 공정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수준의 교육 기회와 능력 배양의 기회에서 하위 90%도 상위 10% 수준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p.291)” 기회의 평등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영유아기에서부터 공공 보육이나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을 통한 계층 재생산이 매우 어린 시기부터 이루어짐을 보일 수 있으며, 교육 재정 구조 개편을 촉발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불평등이 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99퍼센트의 격차뿐 아니라 상위 10퍼센트와 나머지 90퍼센트의 심각한 격차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상위 10%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그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며, 자신의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계층 지위를 몰려주고자 노력한다. 그 불평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생하고, 사회적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데에 해결의 단초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20대 청년들의 고민과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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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