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23.3.30
무지개 새
- 글쓴이
- 메도루마 슌 저
아시아
무지개 새
메도루마 슌/ 곽형덕
아시아/2019.5.10.
“인간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돈을 낳는 생물을 사육하는 거야.”
히가의 생각을 대변이라도 하듯 마쓰다가 가쓰야에게 몇 번이고 했던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가출해서 히가에게 속고 있는 바보 같은 중학생이나 고교생은 어찌 되든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다만 마유가 지금과 같은 처지에 빠지게 된 계기를 히가가 데리고 있던 여자로부터 들었을 때, 마유에 대한 동정심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혐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p.83
히가의 일당이 되어 나이 어린여자들을 데리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일을 하고 있는 가쓰야의 마음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학교폭력 피해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간의 양심이 동정심을 야기하고 있지만, 좁은 섬 안에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헤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벗어날 희망을 포기하고 하루하루 그들의 지시에 따라 생활하는 노예 같은 삶을 계속 이어간다.
히가의 일당의 하수인이 된 가쓰야는 어린 여자애들을 성매매 시키고 성을 산 남자를 협박하여 돈을 갈취하여 먹고 산다. 미군부대에 땅을 빌려주게 되어 그 사용료를 받아 생활하는 부모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가쓰야는 중학교 때 히가 일당의 폭력 희생자가 되었다. 이번에 관리하게 된 여자 마유도 중학교 때 성폭력을 당해 학업을 중단했지만, 결국 가해자들의 이용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작은 체구의 마유 등에는 일곱 색깔이 선명한 무지개 새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새의 머리 부분이 담뱃불로 짖어진 흉터로 일그러져 흉하지만 전체적인 모양은 선명하다. 마유가 불문율을 깨고 집으로 끌어들인 첫 번째 남자는 중학교 교사다. 평소에는 힘없이 늘어져 잠만 자던 마유는 딴 사람이 되어 교사를 구타하고 뜨거운 물을 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다. 그뿐 아니라 성폭력까지 행하고 그것을 가쓰야는 사진으로 남긴다. 그러나 그 사진을 히가에게는 숨겼다. 불문율을 어긴 체벌이 무서워서다. 그리고 약한 마유가 일을 못한 댓가로 어머니로부터 돈을 빌려다 상납을 하고 히가의 폭력을 모면한다.
몸을 추스린 마유가 다시 성매매를 나섰지만 규칙대로 하지 않고 호텔에서 혼자 나온다. 이상히 여긴 가쓰야가 추궁을 하려하자 늘어져 있던 마유는 갑자기 돌변해 카터 칼로 가쓰야를 공격하여 얼굴에 칼자국을 남긴다. 가쓰야는 마유를 구타한 후 극진한 간호를 하지만, 일주일을 앓는 바람에 상납할 돈을 다시 엄마에게서 받아 오는데, 미군 셋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한 것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데모대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하게 된다. 히가는 가쓰야의 집에서 교사를 성폭행하는 사진을 찾아내 가쓰야를 사진 속 교사와 똑같이 폭행하게 되는데……
죽은 척 늘어져서 시키는 대로 하던 마유가 폭력단의 부두목인 마쓰다와 자기를 비웃은 작은 여자에게 복수를 하고 죽인다. 급기야는 가쓰야가 고문당하는 욕실로 들어와 히가까지 살해한다. 이들은 현장을 정리하고 도피를 하기 시작한다. 가쓰야는 중학교 사회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전설 속의 무지개새가 산다는 숲을 향한다. 도피 물품을 구입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사이 마유는 미군의 어린 딸을 유괴하여 죽인다. 아이의 부모가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고 찾아 나오는 것을 보며 그들은 급히 차를 몰고 출발한다. 전설의 무지개 새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 북쪽 얀바루 숲으로…….
<무지개 새>는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의 성폭력 문제와 오키나와에 만연한 폭력을 고발하고, 무능력한 경찰행정력을 비판하는 일환으로 집필되었다. 이 소설로 인해 오키나와가 일본으로 귀속되면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오키나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저자는 류큐대학 법문학부에 들어가 문학 활동 및 반기지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다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오키나와 반전평화 운동의 최전선인 헤노코 앞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해상 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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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