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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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삼국유사
글쓴이
일연 원저/김봉주 편저
인간사랑
평균
별점9.1 (16)
산바람

교양인을 위한 삼국유사



일연/ 엮은이 김봉주



인간사랑/ 2020.1.30.



 



우리는 국사 시간에 <삼국사기>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배운다. 그러나 <삼국유사>는 정식 사서로 취급하지 않고 일종의 야사로 취급하여 우리의 신화에 대해 배우는 것이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이 식민사관에 의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고대사는 그 정도가 가장 심하다. 그들은 실증사학이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역사를 신화로 보는 일제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승의 이론에 반기를 드는 신진학자들을 학회에서 소외시키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 발전은 물론 우리의 역사 또한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북공정을 세밀화하는 중국학계나 대륙진출설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일본 사학계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볼 때 한심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양인을 위한 삼국유사>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하여 주체적 사관으로 설명해 보려는 시각이 나타나 있다. 엮은이 김봉주는 서울 영동일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삼국유사>를 학생들과 읽고 토론하면서 다채롭고 풍부한 옛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키우고 민족의 뿌리를 깨달을 수 있음을 느껴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저서로 <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가 있다. <삼국유사>의 지은이는 알려진 것과 같이 고려후기의 승려로 보각국사라고도 한다. 지눌(知訥)의 법통을 이었으며 말년에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경북 군위의 인각사를 증축하여 그곳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했으며 84세에 입적했다. 저서로 <어록>, <게송잡저>, <조정사원> 등 불교 관련 서적 80여 권이 있다.



 



“<삼국유사>는 단순히 <삼국사기>에 누락된 내용을 보충한다는 의미를 넘어 <삼국사기>의 사대적 역사관에 대한 불만과 적극적인 재해석의 뜻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p.20)” <삼국유사>의 이야기들은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주를 창조하고, 국가를 건설하고, 초인간의 경지에 들고자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망이며 상상력이고, 인간과 사회에 관한 근원적 질문이라고 엮은이는 말한다.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가 사유해야 할 것은 바로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속성과 그에 관한 문제 제기이며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우리를 우리답게 할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원 저자인 일연 스님도 중국의 옛일과 비교해봤을 때 삼국의 시조가 탄생한 신비로운 이야기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이야기라고 <삼국유사>의 서문에서 말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삼국유사><삼국사기>와 갖는 가장 큰 차이는 삼국의 건국 이전에 단군조선과 위만조선을 놓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기원전 57년 신라의 건국을 첫머리에 놓고 있습니다. <삼국유사>가 단군조선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일연 스님의 자주적 태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가 삼국의 역사 이전의 역사, 즉 삼국의 뿌리가 되는 공통의 조상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p.20)” 삼국을 아우르는 공통의 뿌리에 대한 관심은 곧 민족에 대한 관심으로 이것은 일연 스님 시대에 부쩍 높아진 우리 민족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삼국유사>는 무신 정권을 경험하고 북방의 오랑캐로 여겨지던 몽고가 천하를 지배하던 고려 후기 선종에 속한 한 승려에 의해 수집되고 바라본 우리 민족 고대 사회의 모습이란 것이다.



 



“<사기>에 묘사된 위만조선과 한나라의 전쟁 과정을 보면 위만조선의 왕검성(왕험성)이 있던 곳은 지금의 평양은 분명 아닙니다. 특히 이 기록은 사마천이 살아서 목격한 동시대의 기록이므로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이라고 하면 고조선이 멸망하던 기원전 108년경 한나라와 전쟁이 있던 곳은 지금의 요동 지역이 틀림없습니다.(p.42)” 다만 단군이 건국한 시기는 이로부터 2천여 년 전이므로 그 나라가 그 기간 동안 그 지역에서 그대로 이어졌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국사 교과서에서도 단군이야기는 아직도 신화로 보지만, 단군왕검은 당시 지배자의 칭호이며 기원전 2333년 전 환웅 부족이 곰을 숭배하는 부족과 연합하여 고조선을 건국하였다고 기록한다. 그리고 지역도 요하와 대릉하가 있는 요령 지방과 대동강 유역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 나름대로 절충안이라 주장하겠지만 안이한 판단과 식민사관을 벗어나지 못한 주장일 뿐이다.



 



조선을 멸하고 4군을 두었다고 하지만 4군의 태수로 누구를 임명했다든가, 어떻게 4군으로 나누었다든가 하는 내용도 하나도 없습니다. 전쟁의 내용이 매우 세세하게 묘사된 데에 비하면 용두사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한이 조선을 멸하고 4군을 두었다는 이 기록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p.57)” 4군을 소위 한사군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정말로 있었다고 믿기 어렵다. 조선을 공격했던 한의 체면상 결과는 한이 이긴 것처럼, 그리고 조선에 있던 4군데 지명을 4군으로 나누어 지배한 것처럼 서술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엮은이는 말한다. 그동안 당연시 되던 한사군의 실체는 이렇게 근거가 불확실한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위만조선의 위치다. 처음 섭하가 조선의 비왕을 죽이고 패수를 건너 요새로 들어갔다는 표현을 보면 패수는 왕검성과 중국의 변방요새 사이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또 요동 태수로 임명된 섭하를 조선 사람들이 습격하여 죽였다는 기록을 보면 조선의 왕검성과 요동은 거리가 멀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래서 지금의 평양과 1000km이상 떨어진 것을 애써 눈감으려는 식민사관을 가진 역사학자들의 주장이 눈물겹게 느껴지기도 하다.



 



무왕과 진평왕 시대, 백제와 신라는 정말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삼국사기>를 보면 이 시대는 수없는 전쟁의 기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때는 바로 증오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무왕의 시대가 끝나고 20년밖에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증오심을 치유하고 화합하여 하나가 되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p.203)” 백제 멸망 후 줄기차게 일어났던 백제 부흥운동을 무마하고, 당나라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던 시대, 가장 대립적이었던 두 나라를 서동요라는 노래를 통하여 사랑으로 묶어내는 이 이야기는 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주제였기에 두 나라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보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하고 엮은이는 추론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민족이란 의식은 신라 통일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천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만들어진 것입니다. 7세기의 전쟁을 그 전쟁의 결과로 인해 형성된 개념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분명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p.257)” 그럼에도 삼국 시대를 신라쪽에서 통일로 마감한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고 엮은이는 조심스럽게 비판하고 있다. 영남과 호남을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아전인수격인 현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민족적인 생각이 아닌가 한다.



 



서양문화를 이해하려면 누구나 먼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은 서양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책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에 있어 이 위치에 있는 것이 바로 <삼국유사>입니다.(p.452) 현재의 우리 문화 안에 끊이지 않고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전통이다. 처용 이야기, 단군 이야기, 주몽 이야기 등 <삼국유사>에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와 이미지는 끊임없이 재생산 되는 우리 문화의 중요한 원천이다. 이것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게 현재 우리 문화의 저변에 스며있다. 이것이 21세기의 우리에게 <삼국유사>가 갖는 첫 번째 의의이며 우리가 <삼국유사>를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92년의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네 개 부분의 상을 타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 생각된다.



 



근래 국사학계의 가장 큰 숙제는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p.453)” 일본은 한반도와 대륙의 침략의 역사인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은 슬쩍 덮고, ‘자학적 역사관에서 벗어난다는 이름 아래 철저히 자기들 중심으로만 서술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항의하는 우리에게 그것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또한 동북공정이란 단순히 그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인의 역사의식 속에 이 나라들을 넣어 중국인이 스스로 이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는 것입니다.(p.456)” 그런데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모르고,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못하면서,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남의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 한들 그것이 어디 가능한 일이겠는가? 일본과 중국이 우리보다 고구려나 고조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 역사가 우리의 것이라는 우리의 외침은 한낱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이 <삼국유사>를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엮은이는 강조한다.



 



우리의 역사를 5,000년 역사라 하면서도 3,000년은 신화로 얼버무리고 삼국시대부터 2,000년의 역사만 가르치는 현재 역사학계의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혀 제대로 된 5,000년 역사를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2,000년으로 폄하하고 자기네 역사를 1만년 전 조몬시대부터 기술하는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실증사학이라는 틀을 깨고 광범위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제대로 된 역사의 정립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발해를 이미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킨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편찬된 <한서>, <당서>, 등에 있지도 않은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가 중국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임을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는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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