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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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글쓴이
J. D. 밴스 저
흐름출판
평균
별점8.7 (172)
산바람

힐리빌리의 노래



제이디밴스/김보람



흐름출판/2017.8.21.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백인 하층민의 대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애팔라치아산맥의 아일랜드계 힐빌리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 철광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란 저자의 이야기다. 이혼하고 술과 마약에 취해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대신해 외조부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가난을 타고났을 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에 관한 나의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는 것이 이 책의 근본적인 목표다.(p.17)”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어떤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에 불과한 힐빌리만 등장할 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곳은 일자리와 희망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사라져가는 동네였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좋게 말하자면 복잡한데, 엄마는 거의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도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자그마한 우리 고향 동네에서 작년에만 수십 명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p.8)” 이렇게 저자가 자라난 지역과 가정환경을 설명한다. 누가 봐도 최악의 조건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자포자기 직전까지 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쩌다 그런 상황까지 가게 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신적 물질적 빈곤이 자녀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길 바랐고, 신분상승을 이루면 정말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해하길 바랐다. 그리고 내가 최근에야 깨달은 바를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바로 운 좋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더라도 과거에 우리를 괴롭혔던 악령은 여전히 우리의 뒤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p.9)” 가난과 사회적 소외가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고, 그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나 다름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하여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레시라고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나를 이해하려면 내가 본디 스코트랜드계 아일랜드인 출신의 힐빌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민족성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지리적 요인은 뒷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p.10)” 가난한 육체노동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조상과 민족에 대한 배경뿐만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알아야 그들에게 형성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해온 힐빌리들은 백인 오하이오인으로 구성된 기성 중산층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자식이 너무 많았고 고향에서 방문하는 친척들은 너무 오랫동안 머물다 갔다. 할모의 남자 형제들과 여동생들도 산골을 벗어나 일자리를 찾아보려고 오하이오에 올 때마다 할모, 할보와 수개월간 함께 살다 갔다. 바꾸어 말하면, 토박이 미들타운 사람들이 힐빌리의 문화와 관습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는 얘기다.(p.56)” 가난한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건이 제시된다. 가족이 너무 많다는 것과 가난한 친척들이 와서는 오랫동안 머물다 직업을 찾지도 못하고 가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엄마는 평생 수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내가 글자를 알기도 전에 나를 도서관에 데려가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어 주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며 언제든지 어린이 책을 집으로 빌려 올 수 있게끔 해줬다. 한마디로 우리 동네와 지역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 집에서는 다른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가르침이 나를 구원했을는지도 모른다.(p.104)” 이와 같이 어머니가 독서 습관을 갖도록 해주고, 할머니는 틈만 나면 절대 자기 앞길만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빌어먹을 낙오자처럼 살지 말거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이면 뭐든 할 수 있단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할머니가 지켜준 덕분에 빈민가에서 일어나는 최악의 환경 속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과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다정한 품이 있었다. 그러나 이웃집 아이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최악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부르는 사회적 자본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전문 용어지만 그 개념은 꽤 단순한데, 우리 주변의 인맥이 실질적인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맥이 있어야 적절한 사람과 연이 닿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맥이 없으면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한다.(p.347)” 저자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사회생활과 인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대학과 대학원을 진학하여 주변 사람들 인맥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신분상승을 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낙제수준이었던 성적과 엄마가 할모 집에 들어와 내게 소변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던 날 아침이 생각난다. 또는 그보다 더 전에, 생물학적 아버지와 법적 아버지라는 두 명의 아버지를 두고도 누구하나 자주 보지 못해 외로운 아이였던 내 어린 시절과, 살아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아빠가 돼 주겠다고 약속했던 할보 생각이 난다. 엄마가 재활 센터에 입원해 있는 동안 10대였던 린지 누나가 날 보살피며 엄마 노릇을 대신했던 날들도 생각난다.(p.405)” 이와 같이 저자의 일생에 영향을 주고 힘들어 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면서 성장기에 의지가 되어줄 사람과 안전한 공간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이 사회가 그런 희망을 실천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출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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