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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람
- 작성일
- 2016.1.30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 글쓴이
- 이원석 저
필로소픽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
이원석
필로소픽/2013. 12.31
sanbaram
저자는 자기계발 분야의 선구적 독자였다.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모두가 자기계발을 외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자조 신앙의 배교자가 되어 국내 최초의 자기계발서의 비평서를 쓰게 되었다. 저서로는 2013년 한국출판평론상을 받은 <거대한 사기극>이 있다.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에서 저자는 자기계발서의 대표적인 13권의 베스트셀러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비판을 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는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이다. 믿을 것은 오직 자신밖에 없으므로 스스로를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가공하라고 설파하고 있다. IMF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조기 퇴직을 당하게 되고 갈 곳을 잃은 그들에게 어필된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다. 급여체계가 연공제에서 연봉제로, 그리고 성과급제로 급격히 변화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경제적으로 불안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유행한 것이 자기계발서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필두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꽈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공병호의 <공병호 자기경영노트>등이 한국의 초기의 자기계발서 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본론에 바탕을 두고, 자기능력을 계발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다단계 수법이나 개인의 습관을 고쳐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 사상의 뒷 배경은 신자유주의가 있었다. 무한 경쟁에서 승자 독식의 미국식 자본주의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일반 근로자들은 살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시작으로 계약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급여는 절반을 받게 되면서 점차 빈부의 차가 심해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에서 주장하는 것은 자기의 능력을 신장시켜 다른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에서 만족을 하라는 것이 지나지 않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에서는 부모의 역할을 무시하고 단지 경제적 입장에서 부모를 평가하는 시각을 갖게 해서 황금만능주의를 심화시켰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이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인데 이 또한 대기업이나 자본가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다. 독자의 성격에 대한 존중이나 수면유형은 무시하고 효율성만을 강조한 책이다.
데이비드 브록스의 <보보스>는 새로운 시대의 미국 엘리트 계층을 이상형으로 한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부자부모를 둔 보보스와 가난한 독자와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출발조건부터 다른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자기의 능력을 계발하여 이상형처럼 되라는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는 신비적 자기계발을 주장한다. 중세부터 내려오는 비밀스런 비법이 있는 것처럼 호도 한다. 그러나 실제 서양에서 중세까지는 상류를 형성한 귀족이나 왕족들은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고 심지어는 문맹자도 많았다고 저자는 반박한다. 이전의 자기계발서가 자기의 노력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이제 부터는 정신적인 믿음과 상상의 힘을 중심으로 기술하면서 독자의 희망을 엮어나가지만 현실과 괴리된 이론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호도 하는 것이다.
이어서 나온 데이비드 케슬러의 <인생수업>은 미국의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종교적 관점을 말한다.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자기의 영성을 완성해 가는 공부라고 유도하여 현실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지지해 주고 있다. 이런 관점은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초기 기독교에서 무속신앙을 받아들여 새벽기도를 정착시켰다. 개척교회에서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이뤄낸 조용기 목사 등의 자본주의와 결탁한 개신교의 신앙이 바로 미국의 뉴에이지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노동환경에 치명적인 변화를 겪게 되며 나타난 것이 연봉제와 성과급제의 정착이다. 이런 사회에서 힘들어하는 3포 세대를 향해 김혜남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혜민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출간되었다. 이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변화에 힘들어하고 지친 독자들에게 심리적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통해 힐링이 대세인 세태를 반영하였다.
비교적 최근에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을 펴내며 20대 청년들의 멘토가 되었다. 그러나 인문학을 통한 두뇌개발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며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상상의 일부라고 지적 한다. 또 <꿈꾸는 다락방>의 자기계발의 공식 R=VD(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또한 성공을 마음속에 떠올리는 심상화 기법은 미국의 신사고 운동에서 연원한 것이다. 서양에서 전해지는 마음의 힘 끌어당김을 주제로 설명하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것이다. 정말 그런 힘이 작용한다면 로또당첨은 모두에게 돌아가고 대박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박경철의 <시골의사 별경철의 자기혁명>은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인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청춘 콘서트를 전국적으로 열었다. 안철수와 몇몇 멘토들이 청년세대의 특권화를 외쳤지만 이 사회에 순응하는 쪽으로 유도하여 결국 청년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시대도 정치경제, 즉 왜곡된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해법도 이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왜곡된 구조가 문제인데, 개인의 노력에서 해법을 찾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자기계발은 바로 개인주의적 처방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중산층은 사라지고, 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 빈곤층으로 구성된 남미식의 8자형 사회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우리 앞에 열려 있던 신분 상승의 문이 견고하게 닫히고 있는 것이다.(p.252)” 브라질과 같은 양극화 사회를 이루는 8자형 사회로 진입한 우리의 정치경제를 살리고 청년들에게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은 “마을과 학교에서, 교회와 사찰에서 마음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멘토가 아니라 공동체가 사회 변혁의 견인차가 되어줄 것이다. 청년들의 자기 혁명은 연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p.250)”고 저자는 강력히 주장을 한다.
지금까지 자기자신의 능력계발과 향상만을 외치는 자기계발서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의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가 자기를 돌보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서로계발’이다. 사회는 자기계발을 명령하지만, 이제는 서로계발을 서로에게 독려해야 한다.(p.255)”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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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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