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16.9.29
커피 한잔 할까요? 6
- 글쓴이
- 허영만 저
위즈덤하우스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6
허영만 그림, 이호준 글
예담(위즈덤하우스)/2016.9.26.
sanbaram
요즘 우리나라에는 세 집 걸러 한 집이 카페라 할 만큼 커피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커피 마니아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서민들은 믹서커피로 또는 자판기 커피로 즐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피에 대한 남다른 관찰력으로 커피 한 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하다. 이야기 속에는 커피향처럼 피어나는 인간미가 있고, 달콤 쌉싸름한 인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커피에 대해 문외한인 나도 이 책을 펴는 순간 빠져들고 말았다.
작가 허영만은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나 1974년 한국일보 신인 만화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면서 공식 데뷔하였다. <각시탈>, <무당거미>, <타짜>, <식객>, <꼴>등 수많은 히트작품으로 많은 상을 받았고, 영상화 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들도 많다. 글을 쓴 이호준 작가는 허영만 화백과의 인연이 15년을 넘겼다. <식객 1, 2>의 취재와 스토리 작업을 하면서 30대를 보냈고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시작으로 <커피 한잔 할까요?>를 함께 하고 있다.
<허영만의 커피 한잔 할까요?> 6권에서도 카페와 고객 관리를 위한 원칙들을 묵묵히 지켜가는 박석과 강고비가 운영하는 2대커피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커피 한잔 할까요’에서는 커피와 담배 중독과 가족들의 건강 챙기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할아버지. ‘그 카페엔 천사가 살고 있다’는 핫초코 한 잔으로 무서움을 이겨내고 행복해 하는 다빈이. ‘프렌치 프레스’는 은퇴한 후 여가활동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노인에게 프렌치 프레스를 권한 택배기사. ‘아이스 큐브라테’는 시골의 다방 마담의 추억과 비결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커핑 휘파람’에서는 슬러핑 소리를 못내 스트레스를 받는 바리스타 강고비. ‘커피가 뭐라고’에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회사의 사원들과 커피타임. ‘커피 한 잔의 슬픔’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2대커피의 규정에 불만을 품은 동네 주민들이 낸 악의적인 소문이 SNS을 통해 퍼져나가 위기를 맞게 되는데…….
“저도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가장 쉬운 추출 도구로 프렌치 프레스를 추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더라고요.”
“원두 갈아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 붓고 기다렸다가 누르면 되니까 쉬워 보이지. 그런데 원두 종류, 로스팅 정도, 분쇄정도, 물 온도, 추출시간 등을 따지면 이것처럼 어려운 도구가 없어.(p.94)”
간단한 원리로 커피를 추출해 내는 도구인 프렌치 프레스에 대한 거래처 카페 주인과 강고비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제대로의 맛을 내려면 여러 가지 조건을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같은 재료로 다른 손맛을 내는 요리사처럼 모든 것이 경험과 정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렌치 프레스는 약간 굵게 간 원두에 94도의 뜨거운 물을 붓고 4분 누릅니다. 그렇지만 2대커피의 원두는 그렇게 뜨거운 물에 오래 우리면 텁텁하고 잡맛이 많아집니다. 미분도 아주 많이 나오고요. 드립보다 굵게 간 원두입니다. 한 잔 기준은 17그램인데 그중 미분으로 1그램이 손실됩니다. 물이 90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원두하고 물에 층이 생길 때 잘 섞이게 20회 정도 저어줍니다. 젓는 횟수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뚜껑을 덮고 기다리면 됩니다. 추출 시간은 2분 10초에서 20초.(p.108-109)”
강고비가 제대로 된 프렌치 프레스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문외한인 내 입장에선 신기하기만 하지만 이런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제 맛을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70도 초반에서 60도 후반의 온도에서 단맛, 신맛 등 커피가 가진 개성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뜨겁게만 마시던 커피에 대한 생각을 바꿔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즐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대목이다. 그리고 금연의사가 손님에게 내미는 커피 한잔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에게 “커피 한잔 할까?” 한마디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커피 마니아가 아니라도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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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