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시골아낙
- 작성일
- 2019.6.27
키키 키린
- 글쓴이
- 키키 키린 저
항해
키키 키린이 어떤 사람인 줄 잘 몰랐다. 그녀가 일본 내에서 어느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지, 그녀의 말이 얼마만큼 영향을 끼치는 지도 몰랐다.
고레에다 히로까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지라 거기에서 나오는 어머니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머가 넘치고 활동적이고 생생한 어머니로 표현되어서 참 멋진 엄마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녀는 이제 다른 세상으로 떠났고 그녀의 말(인터뷰나 다큐멘터리 코멘트) 이 묶여 책으로 나왔다.
(2005년 유방암에 걸려서 완치되었다가 다시 전이되어 2018년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도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젊었을 때부터 어머니 역할을 많이 했었고 나이들면서 맡은 어머니 연기로 많은 상과 주목을 받았다-우치다 유야라는 뮤지션과 결혼해서 딸을 얻고 난 후 별거를 했지만 결혼생활은 평생 유지했다)
내가 영화에서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느 가족이다. (일일시호일은 아직 못 본지라) 가족의 꼭짓점에서 외부자들을 포용하던 어른이었는데, 배우가 가진 성정이 함께 발현되다 보니 배역은 꼭 연기만이 아닌 다른 것까지 더 포함된다는 생각이 든다.
"각오를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수술을 하겠다는 각오말고요. 이렇게 육십들까지 살아왔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살아가겠구나 싶거든요. 이제 울어줄 부모도 없으니 죽어도 되겠구나, 이제 잘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각오죠" (2005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처음으로 안 돌아가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지 않고, 넘어진 데서 다시 시작하죠. 처음으로 돌아갈 시간이 없다고 느끼니까요. 그러니까 실패하면, 실패한데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요. 지금도 봐요. 여기 옷이 헤졌잖아요. 그럼 헤진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2011년 8월)
"사랑이라기보다, 저한테 남편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게 그쪽한테는 무척 힘든 일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고요. '여전히 아무튼 고마웠어요. 힘들었죠' 라고 말을 걸면 '전혀--' 라고 답하지만(웃음). 다음 생에 다시 만나지 않기 위해서, 여기서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영화 <진구 키린 나의 하느님> 공개 시사회에서, 우치다 유야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며)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립] 하는게 답 아닐까요?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얼 해야 할지, 일단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도 좋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어떻게 할지 정도는 생각하고 있어야죠. 더 나아가 그런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고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거기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2016년 6월)
짧은 문장들이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이 있다. 이 책 서문에서도 나오지만 그녀는 자기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녀가 출연하는 새로운 영화는 볼 수 없겠지만, 그녀가 남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녀가 했던 말들을 되새기면서 살아가면 나도 그녀의 경지까지 이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나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살아가다 보면 날이 갈수록 멋진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다르는 삶, 조금이라도 닮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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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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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