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날개를 달자
  1. 2017년 내가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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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글쓴이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30)
꿈에 날개를 달자

인문학 공부를 같이 하는 팀이 있다. 공부하는 것만 좋았지 독서 모임에 대해 생각지 않았는데 그중 큰 언니로 통하는 분이 모임에 대한 제안을 하셨다. 첫 책으로 정해진 것이 바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다. 책에는 17편의 안톤 체호프의 단편이 실려 있다. 17편의 줄거리를 모두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만 언급하고자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애수’다. 아들을 잃은 마부는 자신의 슬픔을 누구에게든 털어 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도 마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때문에 마부는 슬프지만 슬프다고 말할 수조차 없다. 가끔 텔레비전에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인터뷰를 본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힘들어하면서 그럼에도 세상은, 사람들은 살아간다는 것이 그들을 힘들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내 일이 아니면 그 누구도 진심으로 슬퍼 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큰 것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냥 자신의 슬픔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마부는 덜 외로웠을까?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어느 관리의 죽음은’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당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소심한 관리가 오페라 관람 중에 장관의 뒤통수에 재채기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 한다. 자신의 의식 세계에 갇혀 지나치게 확대 해석을 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관리를 보며 어리석다 말해야 할지,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해야 할지 씁쓸함을 더한다. 괜찮다고 말하는 장관에게 자꾸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 하지만 장관 입장에선 이 관리가 더 이상하고 놀리는 것 같다.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기억하게 만드는 소심한 관리의 성격. 현실에서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굉장히 피곤한 일 아닐까?

 

‘거울’이란 단편을 보면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아내는 오래된 성에서 증조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굽은 거울을 보게 된다. 아내 역시 거울을 보고 나서는 거울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묘하게 굴절되어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비추는 거울.. “난 너무 아름다워.”란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성형외과 침대에 누워있을지 모르겠다. 더 아름다운 얼굴과 만나기 위해... 동안 열풍에 미인 열풍.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단편이다.

 

‘자고 싶다’란 단편은 지금의 추리 스릴러 느낌이 강하다. 밤낮으로 쉴 틈 없이 일하는 어린 유모. 유모는 자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 아이를 목 졸라 죽이고 잠을 청하게 된다. 이 얼마나 무섭지만 안타까운 일일까? 어린 유모도 지금으로 따지면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그런 아이가 아기를 보고, 일을 하면서 편안하게 잠을 자본 게 언제인지 모른다. 조금의 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할 것 같은 유모는 결국 우는 아이의 목을 조르고 편안하게 잠을 청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려오는 눈꺼풀과의 싸움에서 이겨보려 했던 어린 유모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으면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떠올랐다. 삶이 권태로웠던 남자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만나 정사를 벌인다. 이후 각자의 일터로, 가정으로 돌아간 이들은 그렇지만 서로를 잊지 못한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 사이지만 남의 눈을 피하며 이중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들은 각자의 가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이들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 낀 흐림인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국적 불문, 시대 불문. 불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기회(?)가 되어 부부가 된다면 연애하는 만큼 보고 싶고 더 사랑스러울까? 결국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은 더 애틋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쟁취하기 위해서 버려야 할 것과 놓쳐야 할 것 들이 많다. 어떤 것이 서로에게 이득일지.. 쉽지 않은 선택 아닐까?

 

읽었을 거라 생각했던 단편이지만 실제로는 읽지 않은 단편이 더 많았고 그랬기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독서 모임에서는 어떤 것을 주제로 이야기할지, 나보다 인생을 더 산 그들은 무엇이 인상 깊었는지 들어볼 참이다. 독서 모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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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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