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2.1.27
장미의 이름은 장미
- 글쓴이
- 은희경 저
문학동네
사람과의 관계는 늘 힘들다. 그 관계 속에서 우린 때론 나 자신을 발견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도 나라는 사람을. 작년 나는 사람과의 관계로 굉장히 힘들었었다. 평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서로가 힘들었나 보다. 결이 다른 것을 견딜 수 없었는지 중간에 낀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었다. 만약 그때 내가 어디로든 떠날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이 수월했을까? 오랜만에 은희경작가의 책을 만났다. 모두 4편의 뉴욕 연작 소설. 뉴욕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곳에 덩그러니 혼자 있다면, 그곳이 아닌 한국에서의 관계들이 조금 편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승아와 민영이 주인공이다. 승아는 충동적으로 민영이 혼자 살고 있는 뉴욕에 온다. 열흘 일정으로 민영의 집에 왔지만, 그곳은 그간 승아가 알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또한 뉴욕하면 떠오르는 뉴요커의 모습도 없다. 승아는 민영을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해독주스도 만들지만, 민영은 그런 승아가 불편하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는 마흔 여섯의 이혼녀 나가 뉴욕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학생 마마두와의 이야기를 그렸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의 주인공은 현주다. 그녀는 미국에 4번 방문했고, 이렇게 미국에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삼 년 전 여름 사촌 언니를 따라 피크닉에 갔다 만난 로언의 영향이다. 로언은 현주가 영어를 배우는데 본격적이지 않아 불만이었고 로언의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현주를 배려하지 않는다. 4번째로 간 미국에서 현주는 로언과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고 코로나 19로 인해 이방인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날카로워짐을 알게 된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오십 대 소설가 ‘내’가 문화 행사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이번 뉴욕 행사에 팔십대 어머니와 동행한다. 어머니는 낭독회에서 만난 교토 ‘에이미’와 뉴욕 관광을 하게 되는데...
나는 첫 번째 소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SNS에서 봐왔던 친구의 아파트. 뉴욕커를 연상케 하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충동적으로 이곳에 왔지만, 친구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그녀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호의를 베풀지만, 상대는 그것이 전혀 달갑지 않다. 나에게는 호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런 오해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관계는 그런 것 같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때론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누군가를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을 때 혼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규칙적이고 또 가식적으로 발전이 드러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 (117)
이십대가 끝나면 당장 노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이 드는 데 대해 호들갑을 떨거나, 졸업이 다가오는데 아직 진로가 결정 안 됐냐며 걱정해 주는 말들이 듣기 싫었지만, 막상 혼자 있게 되면 그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159)
어떤 헌신은 당연하게 여겨져 셈에서 제외된다. 시기와 처지에 따라 개인의 욕망에 대한 도덕적 해석이 바뀌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자기애가 강하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의 삶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았다. (210)
살다보면 그럭저럭 알게 되는 이야기라는 뜻이야. 책이란 다 그렇지 (223)
미래를 준비하고 그래서 탄탄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미래가 불안하고 관계도 불안하다. 때론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잊고 싶을 때가 있지만 혼자가 되면 결국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를 알아가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되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하고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 나에게는 아직 가족이 있고 그 가족이 나에게 힘이 되지만 또 언젠가는 진짜 혼자가 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온전히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관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관계에 연연하지 않기. 나에게 오늘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지는 책.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