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2.2.17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
- 글쓴이
- 조수경 저
한겨레출판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줄 사람도, 언제나 서로의 편이 되어줄 사람도 가족이라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설득하기 힘든 상대도 알고 보면 모두 가족이다. (27)
고통의 정도에는 표준이라는 게 없는 거야. 타인의 고통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고. (29)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이들은 죽음에서 조차 선택의 폭이 좁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가진 유일한 것마저 내놓을 수밖에 없게끔 강요당했다. (40)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가끔은 생각해본다. 죽음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가는 것. 나는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내 식구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호흡기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것. 나는 그건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 또한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친한 언니의 남편이 폐암 3기라는 것, 또 다른 지인의 남편은 사고사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 그 두 분 모두 이게 겨우 50대 초 중반이라는 사실.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이런 내 마음 상태에서 알게 된 책.
서우는 엄마를 설득해 안락사 센터에 입소하게 된다. 서우는 방에 틀어박혀 오랫동안 밖에 나오지 않았고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서우는 사는 게 고통스러운 어른이 되었다. 안락사 센터에 입소하게 된 서우. 서우에게 내려진 처방은 한 달 동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약을 받아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죽기 위해 들어간 센터에서 같은 방 룸메이트 태한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랑했던 반려견 또또의 죽음을 목격한 양지는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가 심하다. 한 여사는 늙어가는 자신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향수로도 가릴 수 없는 늙음의 체취에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기러기 아빠였던 손형. 그의 가족은 깨졌고, 그래서 삶을 마감하려 한다. 외톨이였던 민아와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삶을 마감하려는 연우까지.
이들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고통스럽다. 어떤 사연이든 다 아프고 슬프다. 누군가는 고작(?) 그런걸로 죽음을 택하느냐 말하지만, 고통은 표준이라는 게 없다. 내 고통이, 내 아픔이 세상에서 제일 크게 느껴진다. 신은 내가 이길 수 있는 고통만 준다고 하는데 모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알약을 삼키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것. 만약 그런 세상이 오면 나 역시 그걸 선택할 것 같다.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내 선택에 자신이 생기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한데 몸은 건강한 상태. 나는 이런 상태는 피하고 싶다.
젊은 아이들이 죽음을 생각하는 것. 솔직히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 또한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기에 젊은 친구들의 죽음은 더 아프고 슬프다. 엄마에게 안락사 센터에 가고 싶다 말하는 아들. 엄마는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어떤 아픔을 갖고 죽을 생각을 하는지.. 아들이 엄마에게 모두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이가 아파했을 시간. 혼자 아파했을 시간을 상상하는 게 고통스럽다.
“죽음을 생각하는 건 언제나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책날개)
삶과 죽음. 동전의 양면 같은 것.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 찬란할 수 있고, 더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언젠가는 나 역시도 죽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 그리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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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