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2.10.17
딜리터
- 글쓴이
- 김중혁 저
자이언트북스
다양한 책을 읽다 보면 상상하곤 한다. 나에게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이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인생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고. 아님, 우리는 죽는다고 표현하지만, 죽음 이후의 삶. 그런 삶이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 그래서 죽음은 또 다른 삶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살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는 그 표현을 죽음으로 표현할 수 있고, 누군가는 ‘사라진다.’라는 표현을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다른 세상으로의 통로가 있으니 그곳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주인공은 소설가 강치우다. 그는 실종 사건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 반년째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의 지인인 강치우는 사람이 사라졌는데 지나치게 태연하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다. 심지어 그가 최근 발표한 소설이 실종자의 삶과 비슷하다. 형사는 그들 조사하지만 이렇다 할 뭔가를 알아내지 못한다. 강치우는 백만 명 중 한 명꼴로 태어난다는 딜리터로 물건이나 사람을 사라지게 한다. 딜리터 중에서도 최상급(?)의 딜리터.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옮겨가는 것. 이 세상은 여러 겹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고 딜리팅 된 존재는 우리가 사는 레이어가 아닌 다른 곳의 레이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세상엔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강치우는 그런 의뢰인들을 돕니다. 그 댓가는 바로 이야기. 의뢰인이 알려준 삶의 이야기를 소설로 발표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 그런 강치우에게 간절히 되찾고 싶은 것이 생기게 되는데...
딜리터가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까? 예전에는, 20대의 나는 아마 그런 기회가 있다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지키고 싶고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오래 사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그래서 이 사회에서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걸 보고 싶다. 사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지키고 싶은 것도 없었고 바라는 것도 별로 없었다. 지금은 지키고 싶은 게 있기에 어제보다 나은, 어제보다는 행복한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딜리팅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 하지만 되찾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서 강치우의 삶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딜리팅해서 이 세상에 없는 그 사람. 그 사람이 사는 레이어에 들어가 그를 되찾으려는 강치우는 지금이 더 행복할까?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지만, 그 평범함이 누군가에게는 지독히도 바라는 삶이라는 걸 이젠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누구든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책 한 권쯤은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오늘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있고,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겪었으며, 어떤 포인트에서 웃었고, 어떤 지점에서 슬펐는지.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 아닐까? 매일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딜리팅할 만한 것도 없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살고 싶다. 매력적인 소재의 소설. 나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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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