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건 참 묘하다. 모두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고, 다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세상 모든 사람 만큼의 다양한 삶이 스쳐간다. 모두 행복해 보이는 다양한 삶이.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태어난 이상 그냥 살아가고 있는 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면서 사는 것에 의미가 생겼다. 지켜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고 있다.

인기 천재 소설가 하루카와 유마. 그가 갑자기 실종된다. 유마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던 중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았던 소녀가 있다. 하루카와 유마의 소설을 사랑한 마쿠이 아즈사라는 소녀. 그녀는 해지기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어머니에 의해 저녁 7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벽장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 어둡고 답답한 벽장 안에서 아즈사는 천재 소설가 하루카와 유마의 책이 한 줌 빛이 된다. 하지만 하루카와 유마의 소설책으로 인해 엄마에게 버림받자 아즈사는 자살을 결심한다. 하루카와 유마의 책을 안고 자살하려던 그때, 유마는 자신의 소설책을 갖고 죽으면 민폐라는 천재 소설가 유마를 만난다. 둘은 이때부터 기묘한 공생관계를 유지하지만, 하루카와 유마가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하게 된다. 아즈사는 하루카와 유마를 구하기 위해 천재 소설가의 고스트 라이터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고 동경해야 그 사람보다 더 그 사람 같을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나 같은 사람. 나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축복도 저주도 아닐 수 있지만 가까이 있는 건 솔직히 무섭다. 나보다 더 나같다는 건 그만큼 나를 관찰하고 연구했기 때문 아닐까?

소설이라는 게, 아니 글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내공이 생기는 것 아니고, 번개를 머리에 맞아 미친 듯 돌아가는 것 아니고, 빙의 되어 3일 만에 글을 써 내려가는 만화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 아니다. 처녀작은 천재 작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쨍’했을지라도, 차기작이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 혹은 작가들이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거겠지. 유마도 그랬을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까지는 좋았는데 세 번째에 혹평을 듣고 글을 쓰는 게 두렵다. 아즈사는 그를 향해 천재 소설가라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유마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그런 유마를 바라보는 아즈사의 마음이 어떤 거였을지. 유마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이 결국 그의 고스트 라이터가 되는 거라니. 그런 아즈사를 바라보는 유마의 마음은 또 어떤 거였을지.

재능이라는 것. 하늘이 내린 천재적인 재능이라는 것. 그게 과연 당사자에게 축복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 재능 너무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나는 재능이 별로 없고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아무 재능 없는 내 삶이 나쁘지 않다. 어쩜 아즈사는 자신보다 유마를 더 사랑했을까? 그 모든 게 아즈사의 소설이었을까? 자신의 소설을 쓰는 아즈사를 바라보는 유마의 마음은 또 어떤 것이었을지. 그게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묘하게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