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날개를 달자
  1.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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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일몰의 저편
글쓴이
기리노 나쓰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9.3 (20)
꿈에 날개를 달자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개인의 생각이 독자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내 생각이 타인의 생각으로 침식될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생각한다. 세상의 이슈를 무시하고 사랑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 또한, 읽는 이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주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글이 주는 힘을 알기에 글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강약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추어인 나도 이럴진대 작가들은 더 많은 생각을 하며 글을 쓰지 않을까? 그래서 나와 취향이 맞는 작가를 만나는 걸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한때는 열심히 찾아 읽었던 기리노 나쓰오의 책. 시들해졌고 무시했던 시간이 제법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아니 독자에게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은 무엇인지. 그런 기준은 과연 누가 나누는 것인지.



 



성애 소설을 쓰던 작가가 문예윤리위원회라고 칭하는 조직의 소환장을 받고 그곳에 찾아간다. 금방 풀려날 거라고 믿었던 작가. 그곳은 핸드폰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곳으로, 바닷가의 격리된 건물이다. 위원회의 요구는 단 하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것. 즉 누가 읽어도 이상하지 않을 올바른 글을 쓰라는 것. 외설, 폭력, 범죄 등이 담긴 글을 쓰면 거지 취급을 받지만, 위원회가 원하는 글을 쓰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위원회. 과연 이곳에서 작가들은 나갈 수 있는 것일까?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자유로운 글을 쓰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일까? 얼마나 자유로운 글을 써야 용납될 수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노래나 영화 혹은 드라마도 심의위원회가 있어, 타당하지 않은 것은 방송되지 않았다. 그 타당한 이유가 누구에게든 납득 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규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아닐까? 나는 예술에 진지한 사람도 아니고, 예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예술의 범위가 예술인지 외설인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애 장면을 묘사하더라도 그게 성애를 위한 성애인지, 과정을 위한 성애인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 자체가 매일 희망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라고 강요하는 게 맞는 것일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가진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이 책에서처럼 어느 날 작가들이 고립된 바닷가 어느 곳으로 끌려(?)갈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얼마만큼 저항할 수 있을까? 나이를 먹으며 불의를 보면 되도록 참으라고, 어떻게든 못 본 척하라는 말을 한다. 나선다고 달라지지 않는 세상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이 피해 입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인생이, 삶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신념이 어느 순간 변절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 주는 부모일까? 신념을 가진 채 움직이고 행동하라 말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읽은 기리노 나쓰오의 책. 반짝이는, 신박한 재치가 숨어있는 건 아니지만, 작가이기에 가질 수 있는 창작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다. 우린 창작이나 표현의 자유에 얼마나 유연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우리는 속박이 전혀 없는 것인지,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의 구분은 대체 누가 만드는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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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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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표사진

    ne518

    작성일
    2023. 4. 21.

  2. 대표사진

    꿈에 날개를 달자

    작성일
    2023. 4. 26.

    @ne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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