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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10.30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 글쓴이
- 마치다 소노코 저
모모
누가 그랬는데. 동네에 생기는 건 편의점이랑 미용실이라 부동산 중개소 그리고 네일 가게라고. 우리 동네에도 많은 편의점이 생겼다. 동네 조그만 슈퍼는 모두 편의점으로 업종 변경했다고 보면 된다. 브랜드 편의점이다 보니 특별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는 편의점. 하지만 우리 동네에 이런 편의점이 생긴다면 혹 자주 물건을 사러 가지 않을까?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 이곳 점장(시바)은 잘생긴 얼굴에 페로몬을 뿜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화내는 법이 없다. ‘당신의 그리고 나의 편의점’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점장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미쓰리의 이야기고 ‘희망의 편의점 커피’는 학원 강사면서 만화가의 꿈을 꾸는 기리야마의 이야기다.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는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찾아오는 여중생과 여중생의 친구가 되어준 아즈사의 이야기다. ‘꼰대 할아버지와 부드러운 달걀 죽’은 편의점을 달가워하지 않는 은퇴 노인 다키지가 편의점 덕분에 히카루를 알게 되고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며 ‘사랑과 연애 그리고, 어드벤트 캘린더 쿠키’는 사랑과 연애에 냉소적인 고등학생 미쓰리의 아들 고세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광상곡’은 시바 점장의 동생 주에루가 등장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없을 것 같은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런 편의점이 우리 동네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는 편은 ‘멜랑콜리 딸기 파르페’. 친구라는 이유로 친구의 모든 행동이나 생각까지도 통제할 수 있을까? 적극적인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 어릴 때는 몰랐지만 자라면서 나와 다르다는 걸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친구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간섭하는 것. 이게 과연 친구인지. 실행하는 아이와 뒤에서 조정하는 아이. 그런 상황이 불편한 아즈사와 아즈사가 자신의 영역에서 떨어져 나갔다고 화가 나는 친구. 이런 친구라면 빨리 아웃시키는 게 맞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왕따가 되어야 하는 게 무서워 침묵할 수밖에 없는. 하지만 아즈사는 용기를 내고 성장한다.
‘꼰대 할아버지와 부드러운 달걀 죽’도 좋았다. 은퇴하면 아내와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생각한, 왕년에 일밖에 모르던 할아버지. 하지만 아내도 딸도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짜증이 날 때로 나 있던 할아버지는 히카루를 만나고 시바 점장을 만나면서 생각이 유연한 할아버지로 변한다.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줄 것, 같은 가족.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자라고 나와 생각이 달라지면서 반목하기도 하고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다. 대화하지 않으면 그들의 마음을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부모와 대화하려 하지 않는다. 꼰대의 생각으로 가르치려고만 하지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과 상처가 있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를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 물론 그렇지 못해서 아픈 사람도 있겠지만.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건 때론 힘들고 귀찮은 일일 수 있으나, 그들 덕분에 우리는 살아갈 의미를 찾는 건지 모르겠다. 전방위로 많은 사람을 사귀는 게 좋은 사람도 있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나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것 아닐까? 오늘도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에는 다양한 사건을 안고 이곳에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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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