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11.13
파견자들
- 글쓴이
- 김초엽 저
퍼블리온
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기껏해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인데, 미성년자의 경우는 그조차 없으니 자신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다. 나는 나인데 왜 나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 나라는 사람, 몸과 정신을 분리했을 때, ‘진정한 나’는 결국 정신인 걸까? 어느 날 내 안에 다른 아이가 들어왔다. 곰팡이의 균주처럼 들러 붙어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확대한다. 그리고는 내가 아닌 자신이 ‘나’라고 주장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나’라고 어떻게 증명 가능할까? 김초엽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이 작가의 책이 완전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녀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좋아 무조건 읽게 된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인간이라는 혹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인간에게 광증을 퍼뜨리는 아포(芽胞)로 가득한 지상 세계는 이제 사람이 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어둡고 퀴퀴한 지하에서 산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태린은 지상의 세상을 갈망한다. 황홀한 노을빛과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 이것을 알려준 사람은 스승 이제프. 태린은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어 지상을 탐사하고 싶다. 파켠자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필요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태린은 다른 이들처럼 뉴로브릭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늦게 시술을 한 탓인지 부작용으로 뉴로브릭 연결을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린에게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광증 저항성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파견자 과정을 모두 마치고 시험만 남겨 둔 상황이다. 이런 태린에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누군가의 목소리. 태린은 이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상에서 이뤄지는 최종 시험에 응한다. 그러던 중 태린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큰일을 저지르고 이후 죽음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데...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 생명체로 존재할까? 나는 아닐 것 같다. 어딘가에 우리와는 다른 모습을 한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만나고 있지 않을 뿐. 그러나 이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 어딘가에서 우주인의 조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을까? 태어나 지금까지는 나는 나라는 것에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나니까.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건 무언가가 내 머리를 지배하려고 나를 혼란하게 한다면, 그래서 평소의 내가 아닌 행동을 한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의 범위는 또 어디까지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범위’를 생각하게 되었다. 먼 훗날 외계의 다른 생명체가 지구에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처절하게 살아가게 될까? 많은 영화나 책은 미래를 암울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아지기를,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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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