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12.18
가족이라는 착각
- 글쓴이
- 이호선 저
유노라이프
아마도 사춘기 때부터였을 것이다. 가족이 주는 무게가 무겁다는 것을 느낀 것이. 음. 나란 사람은 혼자인 시간을 즐기고, 좋아하는 1인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3녀 1남에, 부유하지 않았기에 ‘자기 방’이라는 게 없었다. 물론 우리 때엔 보통 다 그랬겠지만. 딸이 셋이다 보니 언니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 세 자매는 같은 방을 썼고, 언니가 결혼하고 나서는 여동생과 함께 방을 썼다. 결혼하고 나서 내 방을 가졌냐 하면 아니다. 남편이랑 같이 사용하니 온전히 내 방은 없었고,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는 아이들 각자 방을 줬으니 태어나 지금까지 나는 ‘내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꿈꾼다. 내 방이 아닌 나의 작업실 하나를 마련하는 것을.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말씀하셨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시끌벅적하게 사는 것이 참 좋다. 라고. 물론 나는 결혼해서 친정집과 멀리 떨어져 나왔지만(그 대신 시댁 식구랑 같이 사니, 내 팔자에 ‘혼자’ 혹은 ‘각자’는 아직 없는 단어인가 보다) 가족의 굴레는 참. 나를 힘들게 한다. 혼자인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코로나 때 가장 좋았던 것은 가족 간의 거리 두기였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쉽다. 나는 지금도 가족이 참 어려운 데, 내가 20대 때엔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그나마 요즈음은 가족이라는 정의가 다양해지고 가족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아선지 가족이라는 이름의 비정상적인 관계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말에 위로받는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남편은 ‘가족’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나마 감사한 건 가족의 의미를 조금 달리 생각하는 나의 의견도 존중해 준다.
‘가족이라는 착각’ 제목이 발칙할 수 있지만 그래서 위로받는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관계를 끊으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누구보다 먼저 관계를 끊어야 하는 1순위이기도 하지만. 나는 가족에, 아니 엄마에게 상처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대 놓고 차별하지 않으셨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다 그럴 때라는 말로 잊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니, 이런 내가 유난하고 유별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처란 쉽게 아물고 나아지는 건 아니다. 특히나 마음의 상처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심리적 거리.’ 가족 간에도 지켜야 하는 거리라고 생각한다. 책은 1장 자식은 내 것이라는 착각, 2장 부부는 하나라는 착각, 3장 부모는 어른이라는 착각, 4장 가족은 새롭게 봐야 회복된다. 5장 가족이지만 타인이다. 이렇게 이뤄져 있고 대부분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가족에게는 그리울 만큼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가. 나는 엄마와 떨어져 있어서 더 잘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고, 엄마 역시 나와 적당한 거리를 뒀기에 상처받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 내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 아이들을 독립시키고 싶은데,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누군가는 어차피 독립해서 나갈 거 조금 더 끼고 있으라 말하지만, 나는 싫다. 이젠 누구의 엄마 혹은 아내가 아니라 그냥 ‘나’로 살고 싶다. 50년 남짓 누군가의 나로 살았다면 이제는 온전히 ‘나’로 살고 싶기에 아이들이 빨리 독립해 나갔으면 좋겠다. 아이들 역시 나에게 그리울 만큼의 거리를 두고 그렇게 제 갈 길 가면 좋겠다. 너무 가까워 상처 주지 말고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그리워하며 사는 그런 가족이고 싶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