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3.12.29
고통 구경하는 사회
- 글쓴이
- 김인정 저
웨일북
연일 배우 이선균의 죽음이 화재다. 그가 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는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그의 죽음이 씁쓸한 이유는 우리 모두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열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게 된 책이 바로 ‘고통 구경하는 사회’다. 제목이 지금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읽기 시작했는데 나 또한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구경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다른 사람에 관심이 별로 없다. 나랑 상관없는 사람은 더더욱. 그래서 나는 세상 오지랖 넓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 문제도 어떻게 못하는데 남의 문제, 남의 생각까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냉정한 편이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평은 듣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이기에 누군가의 고통을 보는 건 반갑지 않다. 고통이 상품화되고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도 싫다.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에서는 새롭고 특별한 고통의 이야기, 2장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 대한 이야기가 있고, 3장에서는 나를 닮지 않은 이들의 아픔에 대해, 4장은 세계의 뒷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로 되어 있다. 내가 제일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1장이겠지. 좋아요와 리트윗, 그 이상,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뉴스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것. 제목만 봐도 대충 무슨 이야기일지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을 판다. 고통을 본다. 고통은 눈길을 끌고.. 때로는 돈이 된다. 고통이 자주 구경거리가 됐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 고통은 콘텐츠가 됐다. 콘텐츠가 된 고통은 디지털 세계 속에서 클릭을 갈망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산업의 틈바구니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버글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통을 착취하거나 구경하고, 모른 척 지나친다. (49)
쉬는 걸 보이지 않아야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고쳐져야 하는 건 보이는 인트라나 환경만이 아니라 이들을 어둑한 땅속으로 밀어 넣고서 깐깐한 고용주라도 된 것처럼 노동과 쉼을 고작 자신의 눈에 뛴 장면만으로 평가하는 무례함이다. (124)
이 글은 청소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뉴스에 청소 노동자들의 쉬는 곳을 취재했고 그들의 열악한 환경에 경악했다. 이후 이들에게 지상의 쉼터를 마련했지만, 입주민들은 그들이 쉬고 있으면 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다시 지하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청소 노동자들. 이런 뒷이야기가 있다는 게 슬펐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 8시간을 쉬지도 못하고 일 만할 수 있을까? 특히나 청소 노동자들인데. 더구나 그분들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실 텐데 말이다. 타인의 고통이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자 돈벌이가 되는 세상.
세상엔 분명 좋은 사람도 많고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이상한 사람들을 보면 좋은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많아 보인다. 그들도 1대1로 보고 만나면 세상 좋은 사람이려나? 나 역시 누군가의 고통을 소비하고 그 고통에 위로(?)받았던 것은 아닌지, 고통이 소비가 되는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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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