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4.3.13
세상 끝의 살인
- 글쓴이
- 아라키 아카네 저
북스피어
길게는 1년 짧게는 한 달이나 일주일 뒤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일단 나는 어디로든 떠나지는 않을 것 같다. 피난을 간다든지, 다른 나라로 간다든지 하는 건 없을 듯. 그럴 여유도 없고 그렇게 살아서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멸망하기 전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 그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을 위해 내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것 같긴 하다. 가능하다면 내가 살았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싶은데 그건 쉽지 않을 듯. 진짜 그런 날이 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의 ‘내’가 될까?
두 달 뒤 지구는 소행성과 충돌한다고 한다. 이제 멸망을 앞둔 세계는 소행성과 격돌하는 지점에서 멀어지기 위해 떠난 사람들, 희망은 없다며 비관하여 자살한 사람들, 떠난 자리에서 약탈하는 사람들. 다양한 모습으로 전쟁 같다. 이런 혼란 중에 운전면허를 따겠다며 후쿠오카의 운전교습소를 찾은 23살의 하루. 이런 하루에게 운전을 가르치러 출근한 강사. 두 사람은 운전 연습을 위해 교습소 차 중 하나에 탑승하려 했고, 차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다. 조만간 다 죽을 텐데 굳이 왜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했을까? 의구심을 품은 하루와 운전면허 강사.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사정을 숨긴 채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어차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면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될까?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지하로 파고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은 그저 또 그렇게 하루를 어떻게든 보내게 될까?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고 먹을 것도 없어 편의점이나 슈퍼 혹은 마트를 털어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 결국에는 죽을 텐데도 우리의 신체는 너무도 당연하게 배가 고프고 배설을 하고 또 그렇게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전기도 가스도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는 세상. 솔직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금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 생활의 편리함. 전기, 가스 그리고 휴대폰이나 인터넷. 그것들 없이 과연 이들은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남은 사람의 광기. 모두가 광기를 부리지는 않겠지만 사람은 아무도 모르지. 내가 나를 진짜 알 수 있다고 자만할 수 없듯이.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다. 죽기 전까지는 인간이 인간답기를, 그렇게 마지막까지 내가 나이기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다 가기를. 그런 바람도 쉽지 않음을 안다. 처음엔 신박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늘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진짜 반성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맞는지,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그렇다고 그들이 한 잘못이 희석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 아니 그 순간을 기다리는 동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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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