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5.1.22
오렌지와 빵칼
- 글쓴이
- 청예 저
허블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섯부른 충고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조용히 들어줄 수는 있지만. 내가 나를 고치지 못하고 나대로 살아온 게 몇 해인가? 내가 충고한다고 해서 상대가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한 말이 맞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지 않다. 좋은 사람인 척, 하는 것도 싫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상대가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런 걸 기분 나쁘다고 하면 안 보면 그만이다. 관계라는 건 그런 것 같다.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 사람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눈치를 보는 것. 그런 것 자체가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27세 유치원 교사 오영아. 그녀는 잘 웃고 상대를 배려하고 잘 참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좋은 면만을 기대하는 애인과 친구 은주에게 부담을 느낀다.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서 폭력적인 아이가 입학하면서 영아는 점점 웃음을 잃는다. 그 아이를 감당하는 게 버겁다. 영아는 예전의 밝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서를 조절하는 시술을 받지만 이후 파괴적인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웃고 잔인한 영상을 보며 해방감을 느낀다. 해방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가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영아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대부분의 실수가 그럭저럭 자랑할 법한 인생의 트로피처럼 느껴지는 반면, 현재는 아무런 특색 없이 쌓이기만 한 폐지 묶음 정도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폐지도 시간이 지나면 트로피가 된다. 3년 후에는 오늘을 추억할 것이고, 5년 후에는 오늘을 갈망할 것이고 10년 후에는 오늘이 찬란했다는 평을 남기겠지. (18)
나는 너를 존중할 수 있다. 단 네가 나를 존중할 때만. (125)
여자는 완벽한 균형을 완성했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전시하여 어느 쪽으로도 인생을 내던지지 않았다. 배덕과 도덕의 중앙에서 줄타기하는 인간은 흔치 않은데, 스스로를 통제하고 동시에 해방을 누린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태를 완성했다. (160)
어느 순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끊었다.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 것도 아닌데 타인의 시선에 나를 묶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방식,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도덕적 시선으로 산다. 가기 싫은 것은 안 가고, 가고 싶지 않은 곳도 안 간다. 누군가의 체면을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 이제는 그런 걸 하지 않으니 내 삶이 편해졌다. 그들이 생각하는 도덕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산다. 그러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지만, 나는 돌려 말한다.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거라고. 내 성향이 그걸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나는 하지 않는다고. 이런 과정에서 부모님과도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친구는 너 하나뿐이라서, 그 친구가 나에게 잘해줬다는 걸 알기에 듣기 싫은 소리도 참아야 하고, 동의하지 않는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것. 이제는 그런 것에서 멀어졌다.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라는 말의 허점. 다시는 그런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깨부수면 그만. 그러다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 착한 사람,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는 이상한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 것. 나는 나로 사는 것. 청예 작가의 책은 처음이었는데,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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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