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내가 읽은 책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13.12.26
아무도 보지 못한 숲
- 글쓴이
- 조해진 저
민음사
새로운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설렘도 있지만 그만큼 부담스럽기도 하다. 작가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지면 읽는데 부담이 없고, 작가의 의도를 그나마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젊은 작가나 익숙지 못한 작가들은 아무리 문체가 유려하고 아름다워도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익숙하지 못한 작가의 책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차라리 단편이라면 아니다 싶을 때 읽지 않을 수 있지만, 중 장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왕 시작한 것 끝을 내려는 내 성격도 한 몫 하는 것이겠지만.
생소한 작가를 만났다. 얼핏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만난 리뷰를 기억하고는 한동안 도서관 책장 앞에서 고민을 했다. 빌릴 것인가 말 것인가?.. 책 표지 때문이었는지, 아님 시간 때문이었는지 이 책을 품에 안고 나왔다. 결코 길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의외로 읽는 데 시간이 걸렸다. 가시가 걸린 듯 목 안이 결코 부드럽지 않았고, 불편했다고나 할까?
K시 기차역에서 폭발 사고가 난다. 사채업자들은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타 내기 위해 미수의 동생 현수를 사망자 처리 하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엄마가 쓴 사채로 인해 어린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한 현수의 누나 미수는 가난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죽은 이로 처리된 현수는 이후 조직의 일을 도우며 그림자처럼 살아간다.
현수를 데려간 조직은 서류 위조 업자로 현수를 키우고, 그 안에서 세상의 냉혈 함을 배워간다. 하루하루가 게임이고 전쟁 같은 현수에게 그나마 위안은 원룸에 살고 있는 누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현수는 누나의 원룸에서 누나의 생활을 엿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숲을 꿈꾸게 된다.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미수는 빌딩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며 평범하다 못해 무료한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눈빛을 한 윤을 만나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자신과는 다른 4년제 대학을 나왔고, 공무원 시험과 취업 그리고 족쇄 같은 가난한 집안 때문에 보안 요원이 되어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자신의 원룸에 뭔가를 채워 놓는 것이 윤이라고 생각했던 미수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생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아무리 가난했어도, 부모님은 우리를 키웠고, 가난했지만 세상의 무섭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셨다. 돈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린 적 없고, 한 방을 꿈꾸지도 않았던 우리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 건 비단 나뿐일까? 미수와 현수의 엄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은 아니지만 소위 어른이라는 사람들. 미수와 현수의 엄마, 외삼촌 그리고 숙모까지.. 그들은 어른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고, 그래서 현수와 미수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자신을 대신해 사채의 굴레를 뒤집어 쓴 현수의 엄마는 과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어린 동생의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미수는 또 얼마나 좌절하고 아파했을까?
우리는 세상에 나를 지키기 위해 나만의 숲을 간직하고 산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숲. 그 숲 안에선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된다. 현수와 미수에겐 서로가 그런 숲이 아니었을까? 그들의 삶의 무게가 무거워 읽는 내내 답답했고 안타까웠지만 미수와 현수 모두 엄마에게 복수의 칼날을 세우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절하게 복수했다면 더 외로웠을 테니까... 어떻게 보면 헨젤과 그레텔같은 느낌이 든다. 숲에 버려진 오누이에게 세상은 무섭고 잔인하지만 결국 둘은 만났고 행복해진다. 미수와 현수도 현대의 숲에 버려졌던 것은 아닐까? 무참히 밟히고 찢겨져도 그렇게 만났고 마지막엔 결국 웃었으니까. 솔직히 리뷰를 작성하는 지금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읽는 내내 어려웠고, 마음 한 켠이 답답했지만 읽고 나니 그 숲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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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