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세계

필리아
- 작성일
- 2022.1.17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 글쓴이
- 쉬위엔중 외 2명
미디어숲
이 책을 읽기 전에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이해란 정말 피상적인 것이었다. 고작 3차원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진 분산 장부로 경제적 탈중앙화하려는 새로운 프로그램 정도로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목의 ‘디지털 신세계’가 함유하고 있는 의미처럼 지금의 실제(real) 세계를 벗어나 온전히 가상 세계가 인간의 삶을 점령하는 완전한 디지털 세계를 향한 진입의 시작으로서 메타버스를 말하고 있는 까닭이다.
무수한 물질 거래나 정보 교환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우리들은 현실의 신체를 체감하며 살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의 인터넷 세상은 인간 삶의 ‘정보화’를 통한 현실 세계를 지지하고 보조하는 수단이지만, 디지털화 중에서도 메타버스는 정보화에 의한 부산물에 머무르던 데이터가 현실의 모든 물리적 세계를 재구성해 디지털 세계에 모델링한 세계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A. 메타버스, 과연 희망찬 미래 세계인가?
메타버스는 “현실세계가 없어진 완전한 디지털 세계를 추구(139쪽)”한다는 궁극의 지향을 지닌 개념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몸은 껍데기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단지 정신의 에너지원으로 존재할 뿐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공간 속 인간들의 분신이야말로 ‘정신’, 그 자체인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메타버스는 포스트휴먼을 꿈꾸는, 새로운 인간을 예정한다. 지금의 탄소 기반의 인간이 규소 기반의 새로운 존재가 되겠다는 발걸음의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던 전통적 지식들은 대부분 쓸모없어지는 전복된 세계를 전개한다. 정신의 분신들이 거니는 세계는 인간의 생리적 욕구 전반을 떨쳐버린다. 따라서 현실 세계를 지탱하는 모든 가치 체계에서도 새로운 개념이 지배하게 된다. 누구나 가상의 공간에서 디지털 제품을 무한정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제품의 가치는 더 이상 노동의 투입과 비례하지 않으며, 한계편익도 체감하지 않는다.
또한 물류비용도 시장 형성을 위한 국가라는 중앙 통제 기관의 사회 인프라 투자와 같은 비용도 필요 없는 그야말로 비용이 '0(zero)'에 수렴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상공간을 실현하는 메타버스 안에서 모든 가상의 존재(아바타)는 평등과 자유에 대한 어떤 제약도, 아무런 통제 조직도 없다. 화폐의 통용(거래 결제)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분산 원장 기술로 금융감독 기구와 같은 중앙기관이나 은행 등 거점 기구도 불필요하게 되어 모든 개인이 직접 거래하게 됨으로써 수수료, 세금 등, 비용은 사라진다.
이 같은 인터넷의 마지막 진화 형태인 메타버스는 함께 창조하고 누리고 함께 관리한다는 ‘주체 없는 세계’를 전망한다. “몰입식 경험, 자유로운 창조, 소셜 네트워킹, 비용 제로 수렴의 새로운 경제체제, 포스트휴먼의 새로운 문명(72쪽)”을 메타버스의 기본 특징이라 천명하고 있듯이 마치 유토피아라는 이상사회를 실현 하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한다. 책은 이처럼 희망찬 미래 기술과 그것이 창출하는 디지털 세계를 찬양하며 “과거를 뒤돌아보지 말라. 씩씩하게 미래를 맞으라”며 ‘롱 펠로우’의 한 구절 시구와 함께 어서 빨리 메타버스의 물결에 합류하라고 촉구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넘치는 선전 문구와는 달리 저자들은 메타버스가 안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비교적 꼼꼼하게 집으며, 균형적 시선을 갖추기도 하는데, 아마 메타버스에 대한 이들의 의지가 그만큼 집요함의 반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B. 메타버스의 현실적 문제와 한계
바로 지금의 현실에서도 거대 플랫폼은 시초에 ‘개방과 평등‘의 실현을 위해 발명되었던 월드와이드웹(www)의 신념은 사라지고, “중심 노드(nod)의 정보우위를 이용해 이용자인 대중의 자유롭고 평등한 데이터의 권리를 박탈(212쪽)"한 독점적 괴물이 되어있다.
메타버스의 창세기를 열었다고 일컬어지는 '로블록스(Roblox Studio)'는 가상공간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스스로 게임이나 물품을 만들 수 있으며,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신들만의 화폐인 로벅스를 만들어 로블록스 내에서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이제 로블록스는 가입자 2천 만 명이 넘는 거대 플랫폼이 되어 자산가치 400억 달러를 넘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연료 공급(추가 재원의 투입)없이 엔진이 돌아가는 ’플라이휠 효과‘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흑자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유토피아를 내걸었지만 플랫폼의 소유주와 주력 개발자는 거부(巨富)가 되고 이용자는 가난한 다수의 대중이라는 극단적 양극화의 문제뿐 아니라 정보 독점에 의한 막강한 권력까지 독차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독점적 현상의 초래를 단지 비즈니스 유전자라는 것이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관용의 시선을 보내기에는 그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그리고 넌센스가 도사리고 있다. 물질 욕망을 벗어던진 정신적 자아실현의 공간이라고 하지만, 이 자아실현이란 것이 가상공간에서 각종의 화려한 아이템으로 장착하기 위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환되었을 뿐, 본질적인 인간의 욕망을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이는 오히려 자아부재 현상만을 초래한다는 질책을 면하기 어려운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가 실현하겠다는 장점들은 모두 단점의 이면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중앙 통제 조직이라는 주체가 없기에 모든 유형의 자유가 실현되는 공간이라 하지만 플랫폼이 이윤을 얻기 위한 일종의 중앙 통제 기제인 개발자 집단이 있으며, 로벅스 같은 디지털 화폐와 실물 경제상의 법정 화폐와의 환율 유지책임은 아무도 지려하지 않는 도덕적 부패의 심리까지 상존한다. 이는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까지 초래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기업 모토로 하였던 1999년의 구글은 오늘 가장 사악한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올바른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로 모토를 바꾸었다. 게다가 2021년 새로운 버전인 ‘몰스 월드’는 아이들의 계정을 훔치고 이를 협박수단으로 소아성애를 즐기는 악인이 넘치는가하면, SF 세계의 메타버스를 자칭하는 ‘이브 온라인’은 타 이용자의 환산 가치 약 16,500달러를 약탈하듯이 이용자의 안위와 안전에 대한 통제 상실의 현상을 줄곧 드러내기도 한다. 과연 메타버스는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의 실현인가? 저자들은 메타버스의 자치방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자인하면서도 이는 현실 세계에도 으레 벌어지는 일이 아니냐고 항변하기까지 한다.
이 밖에도 메타버스가 내재하고 있는 본질적 문제는 지면에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메타버스를 자임하는 플랫폼들의 상호 호환성이 전혀 없기에 저마다의 화폐와 저마다의 다른 기술적 체계로 시공을 뛰어넘는 세계의 창조라는 말은 그저 공허한 울림만 줄 뿐이다. 예로서 애플의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의 앱마켓의 프로그램이 서로 호환되지 않듯이 실질적으로는 그들이 어떤 이상을 내걸지라도 단지 플랫폼 소유주의 이익 욕망을 선전하는 과학기술의 탈을 뒤집어 쓴 앞잡이 이론에 불과할 것이다. 끝으로 플랫폼의 운영 관리를 위한 정책 제정이나 시행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여전히 명확한 답의 제시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메타버스의 궁극적인 실현을 가능케 할 디지털 기반 기술들은 언제 모두 완성 될 수 있을까? 세계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10개국 평균이 200Mbps고 한다. 그러나 고효율 영상 압축 알고리즘을 연구하더라도 메타버스의 3D 공간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려 138Gbps가 요구되듯이 VR과 AR기기는 물론 라우터조차 사용자의 가상공간 일체감 형성을 위해서는 많은 기간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아닌 새로운 존재는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일체화된 존재, 즉 포스트휴먼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전이라 할 것이다.
C. 맺는 말
그런데 포스트휴먼이 되려는 이러한 욕망의 근저에 있는 이상(理想)들이란 것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더는 실물 세계를 인간이 외면하는 세계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 몸이라는 거추장스런 껍데기(이들 저자의 표현)는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게 활개 치는 정신의 에너지원에 불과한 것일까? 메타버스를 찬양하는 이들의 말처럼 현실이라는 실체성은 팽겨 치자고 하자, 그리곤 가상공간에서 마음껏 자기실현을 하며 정신의 만족을 누리는 것이 정말 유토피아인가?
대다수의 유저인 대중은 좁은 거주 공간에서 가상공간과 접속 가능한 단말기와 VR기기를 쓰고 디지털 공간에서 부지런히 창조행위(디지털 노동)를 하며, 플랫폼 소유자와 개발자들은 세계의 모든 권력과 물질적 부를 독차지하곤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호령 하게 되지 않겠는가? 이게 유토피아의 실현인가? 정부도 없고, 세금도 없고, 굳이 실물의 차량이나 옷도 필요 없는 벌거숭이 인간들, 디지털 노예만이 지구를 거니는 암울한 세계, 아포칼립스(aporkalypse)아닌가? 내겐 디지털 혁명이란 언어 아래서 탐욕을 위장한 추악한 욕망만이 보인다.
포스트 휴먼의 세계, 인간의 신체를 버리고 두뇌만의 정신세계를 칭송하는 이 이원론적 이데올로기의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전체 인류의 거대한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된다. 인간에 대한 기니긴 존재적 물음을 진정 하여야 할 때 인 것 같다.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덕목들, 자유, 평등, 권력의 분산, 물질로부터의 해방...,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육신을 떠나 오직 정신적 승리를 위해서 추구하는 것이라면 정말 무엇인가 잘못된 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메타버스에 대한 과다한 선전으로 장식된 이 책은 그 이상에서부터 그 고유의 특성, 현실 플랫폼들의 장단점들, 실현 기술을 위한 디지털 기반 기술의 실태에 이르기까지 평이하고 대중적 설명으로 그 실체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안내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말 꼭 가야할 현 인간의 마지막 세계라면 그 윤리적, 정치적 지향에 대한 깊은 숙고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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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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