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시

필리아
- 작성일
- 2007.6.12
암보스 문도스
- 글쓴이
- 기리노 나쓰오 저
황금가지
여성들이 가지는 외모와 그 내면의 뒤틀린 대비, 성의 이성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의존적 삶을 선택하는 모순적 배신, 통속적인 불륜의 정당성과 사회에 대한 그리고 자아의 갈등, 파격적 일탈에 대한 희구,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상실, 탐욕과 사악의 근원이 전편에 음울하면서도 교교(姣姣)하게 흐른다.
어두움을 잔뜩 머금은 듯한 제목의 단편 두편인 “식림”과 “독동(毒童)”에서는 외형적 미(美)에 대한 불신의 기저위에선 주인공 여성들의 내면을 심하게 손상된 기형적 심성으로 묘사된다.
사회의 속물적 근성에 대항하지만 그녀들의 표출되는 행동 또한 아름답지 않다. 동네 슈퍼의 꼬마에게 느닷없이 다가가 “내가 네 엄마야”하고 괴기스런 웃음을 흘리는가 하면, 악(惡)을 통해 계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악에 자신도 희생되는 우울함이 그득하다. ‘기리노 나쓰오’가 표현하는 여성들은 동굴과 같은 근원적 관능과 눌려진 팜므파탈의 본성이 교차한다.
“괴물들의 야회” 그리고 “암보스문도스”는 유부남과의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직업을 가진 독신여성의 불륜이 부여하는 가질 수 없는 욕망에 대한 갈증이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가질 수 없다면 파괴하는 것도 하나의 자기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그러나 “괴물들의 야회”에서 주인공은 쓸쓸이 목을 메달고 삶에서 퇴장한다. 그러나 “암보스문도스”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여교사는 자신의 밀회에 정당성을 주장하며, 오히려 불륜을 사회의 희생물로 악용한 기성의 관념을 비난하기도 한다. 앞의 작품은 여성 개인의 관념에서, 뒤의 작품은 집단속에서의 자아를 중심으로 갈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작품 “루비”는 성(性)에 대한 여성의 인식구조에 대해 생각케 하는 구조이다. 종이상자를 집삼아 후미진 공원에 노숙하는 하층 집단사회에서도 엄연히 권력과 지배구조가 존재한다.정작 호감을 가진 남성이어도 그에게는 권력이 없다. 5명의 노숙자 남성 집단에 기생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 공동의 여자이어야 한다. 이런 파렴치한 세계에서 그녀를 탈출시키려 하지만 그녀는 보호능력을 가진 권력자의 편에 서버린다. 어리석은 남자는 배신 당했음을 느낀다. 여성의 성적 의존감에 대한 심원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이와 더불어 “사랑의 섬”은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극한적 관능을 보여준다. 숨겨진 욕망의 표출에는 매조히즘과 새디즘이 교차한다. 심미적 낭만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앞면과 뒷면,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새것과 낡은것, 미녀와 추녀,... 상반되는 관념의 불투명성으로 대변되는 “암보스문도스”가 표제임은 이렇듯 여성내면의 저편에 웅크린 원죄적 낭만주의 배반적 표상인 듯 하다. 음울하고 기괴하나 관능적이고 가학적인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세계는 어느덧 깊디깊게 우리를 끝모를 동굴에 탐닉케 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