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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글쓴이
랄프 게오르크 로이드 저
교양인
평균
별점8 (31)
푸우
아직껏 읽지 못한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창조한 인물들의 평전이 널려 있는 마당에 갑자기 왠 괴벨스인가. 솔직히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라는 도발적인 부제에 끌려, ''문제적 인간'' 시리즈 두번째 책으로 나온 이 "괴벨스"를 집어 들었다.

한마다로 괴벨스는 천재이다. 대부분 퇴역 하급직 군인·도시 빈민·실업자 등 소위 룸펜(Lumpen)이 주축이 된 나찌 조직에서, 천재적인 문필가이자 웅변가이며 탁월한 전략적 사고를 견지한 그의 위치는 더욱 빛나 보인다. 히틀러의 또다른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헤르만 괴링(퇴역 전투기 조종사)이나 하인리히 히믈러(농사에 실패한 농장주)와는 근본적으로 자질이 다른 엘리트 출신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괴벨스가 나찌 초기부터 참여하면서 확고한 사상적 기반과 선전선동 수단을 제공하지 못했더라면, 히틀러는 그처럼 쉽사리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하기 곤란했으리라.

어릴 때 골수염을 앓아 평생 다리를 절게 되고, 중산층 출신으로 1차대전 후의 침체기에 자신의 이상에 걸맞는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별 볼일 없는 실업자는, 1923년 뮌헨 쿠데타를 주도한 히틀러에 매료되어 나찌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나찌의 베를린 관구장으로 활약하던 중, 1933년 히틀러의 집권과 함께 신설된 제국 선전장관에 임명된 그는 문화예술계를 장악하고 당시 태동기에 있던 라디오 방송을 적극 활용한 매스미디어 선동을 ''창조''함으로써, 나찌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유태인 탄압을 위한 무자비한 논리의 개발에 매진한다.

괴벨스를 움직인 정서적 동인(動因)은 끝없는 열등감과 복수심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로부터 유대인과 기득권층인 브르주아, 서구 열강과 볼세비키까지 독일 나찌를 제외한 전세계 모든 세력에 대한 반감이 설명된다. 1944년 2차 대전 막바지에 제국전권위원으로 임명된 뒤, 총력전의 핵심 구호가 된 ''복수는 우리의 미덕, 증오는 우리의 의무!''가 단순히 껍데기 뿐인 슬로건이 아니라, 그의 정신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언어인 것이다. 여기에 그의 내면 깊숙이 잠재한 인간에 대한 한없는 경멸감이 깔려있고, 권력 지향적인 야비한 성품이 숨어있다. 특이한 점은 그의 주군인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심인데, - 그는 끝까지 히틀러를 배신하지 않는 극소수 인사 중의 한명이다 - 오히려 지적·전략적 사고에서 히틀러를 능가한 것으로 보인 점에 비추어 의외로 여겨진다.

이 책은 수천만 명의 인류를 비참한 운명으로 몰고 간 역사에 결정적인 책임이 있는 일급 전범(戰犯)에 대한 냉철한 연대기적 분석이다. 그의 보잘 것 없는 젊은 시절은 간략하게 언급되었지만, 나찌에 투신하면서부터의 그의 일생은 연도별로 상세하게 - 때로 드라마틱하게, 때로 냉소적으로 비꼬듯 유머스럽게 - 서술되어 있다. 또한 추잡스러운 개인사 뿐만 아니라, 바이마르 공화정의 몰락과 나찌의 집권, 2차 대전의 경과와 히틀러의 자살까지 이르는, 괴벨스와 분리할 수 없는 독일 제3제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함께 엮여져 있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단지, 저자가 독일인이지라 역시 유대인 문제에 대하여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괴벨스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감이 형성된 과정을 단순히 유대인이 지배하는 언론사에 취직이 거부된 것 등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 탓으로 돌린 점은 이해하기 어렵고,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 벌어진 홀로코스트(holocaust)에 대한 서술이 거의 없는 점도 이 책의 완전성과 객관성에 다소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런 구역질나는 비열한 인간을 조명하기 위하 방대한(본문만 900쪽이 넘는다) 전기를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용된 수많은 자료와 저자의 냉정한 저술 태도에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전후 모범적인 역사 청산의 길을 밟아 간 독일의 진솔한 자세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완용이나 이기붕·김형욱·차지철 등에 대한 평전이 읽힐까, 아니 그런 책이 과연 씌여지기나 할 것인가. 좌절감에 빠진 민족들 사이에서 파시즘의 망령이 되살아 나려는 경향이 엿보이는 현실이지만, 아마도 독일에서는 新나찌즘이 발흥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믿는다. 불쾌한 과거사를 이처럼 철저하게 반성할 수 있는 민족이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소장학자에 의한 번역도 충실하고, 책 중간에 삽입된 친절한 역주(譯註 : 인명과 역사적 사건에 대한)가 돋보인다. 역사적으로 유명하거나 또는 희귀한 사진(본문 마지막 장에 실린 괴벨스의 불탄 시신 사진 같은 것은 다른 데서 찾아 보기 힘들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제본과 표지도 품위 있게 꾸며져 가격에 걸맞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유럽의 현대사, 제 3제국의 역사와 함께, 도착적인 인물의 심리 과정에 대하여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빠뜨릴 수 없는 읽을거리라 추천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앞서 리뷰를 올리신 분들에 대하여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여러 매스컴에서도 분명히 ''평전''으로 소개되어 있고, yes의 설명을 보아도 괴벨스 전기임이 분명합니다. 단순히 ''대중선동의 심리학''이라는 부제에 속았다고 분개하시고 있는데, 선택한 사람의 실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설령 속아서 샀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그를 상쇄할만큼 충분히 재미있고 교훈적인 저작입니다. 솔직히 다 읽고 리뷰를 적었는지 의심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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