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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느낌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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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글쓴이
강현식 저
살림출판사
평균
별점9 (31)
우껴진짜

조선의 역사와 심리학의 만남


 


조선의 역사를 단지 시대적 흐름이나 왕의 계보를 통해 조명하는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접근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바라보는 <조선, 평화를 짝사랑하다>나 조선시대에 창궐했던 갖은 역병을 토대로 한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심리학'이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조선의 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조선 왕들의 심리를 추적해 그들의 행적을 파악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다.


 


하지만 심리학으로 조선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신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본디 심리학이라는 것이 내담자의 신상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체계적인 접근으로 조심스러운 진단이 이루어져야 할 분야인데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한 사료조차 충분치 않은데다가 가장 중요한 사료로 치부되는 실록마저도 '승리자들의 역사'로 그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과연 왕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역사에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끌어들였음에도 동어반복이나 피상적인 접근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은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부대 속에 조선의 역사라는 술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다. 우선 책은 9장으로 마디를 정해 비슷한 심리패턴을 지닌 왕들을 나눠 서술하고 있다. 태조에서 단종까지는 익숙한 내용에다 적절한 심리용어가 더해져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세조에 이르러서는 세조의 사뭇 다른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세조가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어떤 면에서는 단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정심이 낳은 역사의 희생양은 아닐까 하는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됐다.


 


이 책이 조선의 역사와 왕의 심리를 다루는 만큼 가장 관심 있게 살펴본 부분은 바로 반정의 희생자인 연산군과 광해군, 반대로 반정의 주인공인 중종과 인조에 대한 것이다. 책에서 연산군은 불온한 가정환경이 나은 시대의 탕아로 규정짓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종래에는 부적격한 군왕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산군이 즉위 초에는 괜찮은 정치를 했다는 점에서 이는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나는 연산군에 관한 다른 관점, 즉 <왕의 투쟁>이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연산군이 공포정치의 맛을 안 뒤 그것을 곧잘 이용했다는 견해에 마음이 실린다. 아첨하는 자들이 왕의 눈과 귀를 흐리는 가운데 연산군이 취할 수 있는 방식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빠른 것이었으리라.


 


한편 광해군에 관한 키워드는 열등감이었다. 명의 세자책봉 거부나 선조와의 불화 등으로 광해군의 불안해진 심리가 적자인 영창대군에 대한 열등감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공감할만한 내용이지만 광해군이 생사를 오가는 전장을 누비고, 끊임없이 왕위계승문제에 시달려야 했으며 항상 불안한 상태의 중간자적 입장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열등감 이전에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열등감과 더불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광해군이 조선의 여느 왕보다 친국을 단행한 횟수가 가장 많은 왕임을 고려해볼 때 안전을 중요시하고 또 그를 위해서 극한의 일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반정이라는 이름으로 연산군과 광해군을 밀어내고 각각 왕위에 오른 중종과 인조는 즉위한 과정은 비슷할망정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중종이 왕위찬탈자들에 의해 뜻에도 없던 왕위에 오른 반면 인조는 자신이 직접 개입해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갑자기 왕이 된 중종보다도 자력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가 국정운영이나 대외관계에서 엄청난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인품이나 왕으로서의 미덕 면에서 인조는 참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왕이었다. 어쩌면 동생에 대한 복수심으로 왕위를 노렸던 그가 제대로 제왕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던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조선 왕들의 심리를 토대로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은 증거부족이나 과대해석으로 인해 취약한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아주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역사는 인간의 기록이고 인간의 기록은 누적된 경험의 산물이기에 경험의 맥락을 짚어보는 시도야말로 역사의 감춰진 의미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한 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억지추측이나 과대추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으니 보완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의 역사와 심리학의 만남은 역사적 접근과 학문적 접근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시도로 역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뜨게 한 점만은 높이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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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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