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은 책

달마루
- 작성일
- 2022.6.17
아침 10분 영어 필사의 힘
- 글쓴이
- 위혜정 저
더블엔
어느 순간, 영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기는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무게. 아이가 생기니 아이의 영어까지도 내 짐이 되었다.
다양한 책과 어플, 유튜브 동영상까지 시도해보았지만, 시간과 환경 문제 그리고 끈기 부족으로 제대로 성과를 내 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볍게, 꾸준히 해보려고 영어 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좋은 책을 고르는 눈도 없고, 어떤 기준도 없이 무작정 손에 닿는 영어 책으로 하다 보니 정말 재미가 없었다. 유명 고전들의 줄거리만 모아 둔 책이라 단어도 낯설고, 재미도 없었던 탓이 컸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상당히 기대를 하게 되었다.
저자가 현직 영어 교사이고, 영어 교사들의 모임에서 영어 소설책을 필사하며 느꼈던 울림을 공유하고 싶어서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전문적인 체에 걸러지고,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훌륭한 글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았다.
지루하지 않고, 효과적인 영어 필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었다.
실제로 받아 본 책은 참 예뻤다.
일반 서적보다 약간 작고 생각보다 얇아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영어 필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쉽게, 꾸준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다.
표지 색감도 차분하고 예뻐서 아침에 필사를 하려고 꺼내드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책의 구성은 크게 3개로 나누어져 있으며,
1장. 서로의 삶을 포개어, 함께
2장. 삶의 뚜렷한 실루엣을 찾아, 나
3장. 삶의 결을 맞추는, 가족
각각 10개, 8개, 13개 총 31개의 단어를 주제로 선정하여 저마다의 책들에서 좋은 구절들을 짧게 제시하고 있다.
필사를 할 글과 실제로 필사를 해 볼 수 있는 노트 형식의 페이지,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작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나는 영어 필사를 위한 책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작가의 글이 이렇게 많이 들어가 있을 줄은 몰라서 조금 당황했다.
필사를 위한 부분보다 작가의 글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을 것이고, 나처럼 필사를 위해서 찾은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글 속에도 짧은 영문 구절들이 들어가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구절들도 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작가분이 단정하게 글을 잘 쓰셔서 읽는 재미도 있고.
당황스러운 또 한 가지는, 첫 이야기부터 등장한 오타였다.
Anne of Green Gabls 는 내가 원제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소설 중 하나라서 Greengale 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눈을 의심하다가, 이런 제목이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고,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를 합리화도 해보다가 검색을 해보고 오타임을 인정했다.
현직 영어 교사가 낸, 영어 필사 책의 첫 이야기에서 등장한 오타를 보고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제목을 알고 있었으니 오타임을 알았지, 내 실력으로 다른 오타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더더욱 우려가 되었다.
덧붙여, 책 뒷표지에 33개의 키워드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목차를 보면 아무리 봐도 31개 뿐이라 실제로 하나씩 세어 보기까지 했는데, 31개가 맞았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한걸까? 그건 좀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책 표지와 첫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2개의 실수는 좀 아쉽다.
약간의 우려는 있으나, 이 책을 한 번만이 아니라 여러번 필사할 생각이라서 하다 보면 놓쳤던 오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저 오타 이외에 다른 오타가 없다면 다행이고.
책에 필사를 할 공간이 있지만,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나는 따로 노트에 써 보고 자신이 생기면 책에 쓸 생각으로 영어 노트를 사서 쓰고 있다.
학창시절에 써보고 몇 십년만에 사 본 영어 노트는 학생이었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다.
짧은 글을 매일 하나씩 필사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영어 단어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영어 문장을 읽거나 해석할 때 어디에서 끊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는데, 필사를 하다보니 어디에서 끊어야 할지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필사를 하면서 서투르게 해석했던 내용을 나중에 맞춰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10분 즈음의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매일 충만함을 느끼고 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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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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