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미소
  1. yes24 서평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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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글쓴이
이주영 저
나비클럽
평균
별점8.8 (56)
삶의미소

작가 이주영은 일본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고 귀국 후 잡지사 기자, 방송국 구성작가와 PD와 번역가와 통역가로 일하다 로마에서 공부를 하다 거기서 만난 프랑스 남자 에두아르와 인연으로 결혼하고 파리에서 살고 있다. 에두아르는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작가님이 친필 사인으로 반가운 인사를 하며 맞아준 책과 함께 유쾌하고 풍요로운 책과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일이외엔 대부분을 잊어버린다. 아니, 아예 신경을 꺼놓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남편 에두아르의 그 일은 역시나 책 제목에서 알려준 것처럼 독서를 말하는 것이다. 책을 사느라 대부분의 생활비가 지출되고, 책이 너무 많아 집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고, 책에 정신이 팔려 노상 잃어버리기 일쑤이고, 취짐시간까지 잊어버리고, 정리정돈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고, 사회부조리라 생각되는 주변일상에 어김없이 충고를 해대고 싸우는 그런 프랑스인 남자. 그런 남자의 곁에서 그를 이해할 수 없고, 재수 없어하고, 참다참다 화를 내고 결국 한국말로 욕을 쏟아내는 한국인 부인. 이런 부부의 이야기가 어쩌면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부이야기를 어쩜 이리 맛깔나게 재미있게 풀어져 있는지 프롤로그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과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평생 저 지저분한 책장을 보고 살아야 하는 거야? 쾌적한 집안 환경도 중요하잖아!”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책은 장식품이 아니얏!” (p.43)

  책이 넘쳐나는 집에 신혼이라고 나름 책 정리를 하고 싶었기에 지저분해 보이는 책장을 책 판형에 맞춰서 위치를 바꿨다가 에두아르와 목청을 높여 언쟁을 하지만 이 능글맞은 남편은 부인이 읽고 있던 책이야기로 상황을 모면한다. 이 남편 정말 나사빠진 사람이 맞나? 너무 임기응변을 잘하는데? 어쩜 이렇게 지적이게 싸움을 피해가는지. 이건 아무리 봐도 에두아르의 승리이다. 자신만의 정리 방식으로 책을 찾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는 그를 어찌 이길 수 있을까. 우리집 책꽂이를 보면 사실 나도 한 숨이 나온다. 나름 정리를 하지만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사실 미관상 사이즈에 맞게 정리해 놓은 칸들이 많긴 한데 이런 걸 보면 나도 책을 장식품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장식품일지라도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안 읽은 책들도 언젠가는 읽을테니 걱정말라며 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책벌레는 되진 못해도 애서가라고 하고 싶다.

 

p.98

  벽에 못을 안 박는지 건지 못 박는지 알 수 없는 에두아르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결국엔 벽에 못이 박히는 대신 오히려 자기에게 잔소리하지 말란 소리를 책의 한 구절에 빗대어 전달하는 그. 여기에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속의 책이 늘어나 집이 좁아졌다는 이유로 아내와 딸을 죽인 남자의 이야기와 엠마뉘엘 카레르의 속의 평생 해온 거짓말이 틀통 나 처자식을 죽인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책벌레 살인자에 관한 시선은 이해할 수 없다이지만 거짓말로 인한 살인자에 대한 시선은 용서할 수 없다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살인자에 관해서도 독서광이기에 관대해질 수 있다. 작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의 흉을 보지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단지 책벌레일 뿐 나쁜 일을 하지는 않으니 그녀의 불평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내가 부인이라면 속이 터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켜보는 입장에선 다들 또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 독서가에게 우리가 가진 나름의 기대치라고 하는 것이 있기에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독서를 하자!! 이해는 못 받을지 몰라도 용서는 받을 수 있으니.

 

내가 복수를 미룬 탓도 있지만, 그의 버릇은 하나도 고쳐지지 않았다. 애당초 사람이란 고칠 수 없게 고장 난 존재인지도 모른다. 난장판이 된 집안을 치우기 시작한다. 또 억울하다. 억울함은 불편한 감정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다소 불편함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편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생활과 삶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활은 생각하지 않아도 유지되지만, 삶은 생각하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사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나의 삶을 망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생각하는 생활을 하면 내 삶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소중한 삶을 위해 생활과 삶의 경계를 허물기로 했다. (p.130)

  요즘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많은 일들이 쉽게 쉽게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도 해결된다. 핸드폰도 그중에 하나이다. 예전엔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줄줄 외웠는데 중요한 날들을 머릿속에 담았다면 어느 순간 전화번호, 중요한 행상의 날짜도 신경 써서 외울 필요가 없어지니 이제 아예 외우려는 시도보다 바로 핸드폰에 저장하고 그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면 내 삶이 멈추는 느낌과 순간 바보가 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은 필요 없고 핸드폰만 남는 것이다. 좀 답답한 사람을 보면 생각 좀 하고 살아라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생각이란 우리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그래 소중한 내 삶은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만들어 나가자 누군가에 이끌려서 혹은 곁가지처럼 묻어가지 말자.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말처럼 존재감 있는 삶을 살아보자.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대구 외갓집 하늘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 가득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친정집 근처에 살고 있던 둘째 이모는 일찌감치 도착해 마루에서 배추전을 부쳤다. 이모는 기름 묻은 손으로 배추전을 결대로 찢어 둘둘 말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내 입에도 억지로 쑤셔 넣고는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기껏해야 대여섯 살이었던 내게 배추전은 그때까지 먹어본 음식 중 제일 맛없는 최악의 맛이었다. 그 후로 나는 배추전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프랑스의 비 오는 아침에 그 맛없던 배추전이 절실히 먹고 싶은 게 신기하다. (p.141)

  작가는 어릴 제일 맛없었다는 최악의 배추전을 비오는 날 그것도 프랑스에서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책 읽기에 여념 없는 남편을 시켜 배추를 사오게 하고 결국 점심 메뉴로 배추전을 먹으며 자기의 어릴 적 배추전에 대한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에두아르의 말이 그건 노스텔지어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배추전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외갓집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개인적으로 나의 친정이 경상북도인지라 먹는 건 특별히 가리지 않는 나에게도 배추전을 최악은 아니었지만 이 맛도 없는 걸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명절 음식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명절을 지내며 시댁에선 먹어볼 수 없는 그 배추전이 그렇게 생각나고 먹고 싶을 수가 없었다. 어느 해부터 나는 비가 오지 않아도 해 먹는 전 중에 하나로 배추전이 떡하니 자리 잡았고 그게 그렇게 고소하니 맛있을 수가 없다. 신기한 건 우리집 녀석들은 배추전을 좋아한다. 이 책의 배추전에 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은 작가나 당신이나 다 늙어서 그런거야.”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진짜 책벌레도 아니고 이해해 줄 수 없고 용서해 줄 수도 없다. 말 좀 이쁘게 하지. 그 멋진 노스텔지어도 아니고 늙어서 그렇다니 아무리 배가 많이 나와 한 참 나온 간이 다행히 가려졌다지만. 얄밉고 때려주고 싶고 욕 한번 해주고 싶었지만 나의 넓은 아량으로 참았다. 그래 난 지성인이니까.

 

p.170

  영화감상 모임에 한국영화를 추전해 달라는 요청으로 같이 감상한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였고 영화를 다 본 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이 영화를 한국의 정치영화로만 받아들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아픔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 서러워 울고 마는 작가. 한 공간에 있고 똑같은 이야기를 접해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면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일본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은 일본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인터뷰에 남긴다. 친구가 되려면 그 친구의 아픔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한국과 친구가 되고 싶으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일본에 대한 이해가 안되는 부분보다는 이제는 사실 용서가 안되는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언젠간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점점 더 과거사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얼토당토 않은 말로 일관한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같은 한국인이 그리고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일본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하다. 그리고 거기에 일반 사람들이 동조한다는 것이다. 같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한국 사람이 한국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p.187

  에두아르의 학생들과 나폴리로 수학여행에서 보조교사로 참여한 작가는 아이들의 눈에도 우스꽝스럽고 책벌레로 비춰짐을 느낄 수 있었다. 문 닫힌 서점 앞에서 가지고 싶은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아이들은 책이 그렇게 좋으냐고 질문을 하고 이에 그는 이 세상 모든 책을 갖는 게 어릴 적 내 꿈이었어.”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책 앞에선 정말 순수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에두아르. 그런 그에게 여행 마지막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 그렇게 사고 싶었던 책을 선물해주며 아이들은 그의 어릴 적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예쁜 마음들을 가진 아들이 있을까. 에두아르의 눈가가 촉촉해졌듯이 내 눈가도 감동으로 촉촉해졌다. 에두아루의 큰 꿈과 그 꿈을 기꺼이 응원해주는 기특한 아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가지진 못해도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 소장하고 싶다. 하지만 맘에 드는 책을 다 소유할 수는 없으니 사는 책들의 선택에 집중하고 내가 산 책들은 그래도 나의 기준에선 엄격한 심사를 거친 책들이다. 그래 이 만큼 가진 것도 어디냐 가진 것에 만족해야지. 가진 책으로 더 열심히 독서를 하자!

 

굳이 책을 사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 않아 건성으로 들었지만, 그의 말을 요약 정리하자면 ‘A책을 읽다 보니 B를 모르겠어서 B에 관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B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번엔 CD를 모르겠어서 CD에 관한 책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늘어난다. (p.221)


에두아르가 남들은 다 읽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무식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읽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 때문이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작가들이 존재하며, 평생을 다해도 그들의 존재를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아는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p.229)

  여러 권의 책을 돌려 읽는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모르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그가 유식해지는 날이 오기는 할지를 궁금해하는 그녀. 작가는 자기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에두아르가 말을 꺼내면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생겨나는데 남편은 남들이 읽었어도 자신은 읽지 않았다고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독서광만의 여유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묘미 중에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인 것 같다.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해지는 독서가 어찌 멋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독서는 거기서 멈춰버리는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책은 독자에게 그 책에서 다른책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안내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도 책을 보면 거기 인용된 책과 작가들을 알고 있으면 지인을 만난 것 같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내가 읽어 보지 않은 책들이 나오면 메모했다가 찾아서 읽어보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넘어가는 재미를 알기에 에두아르의 독서에 매우 찬성이다. 나의 독서는 아직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부족하기에 남들이 본 책을 안 본 게 사실 부끄럽긴 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본 사람들의 입이나 글을 통해 전해지는 독서의 깊이가 한 없이 부럽다. 사실 앞으로도 많은 책을 읽는다고 내가 유식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책을 보고 궁금증을 갖고 또 다른 책에 흥미를 가지는 것 자체가 살짝은 유식해 지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그런데 너무 많은 책을 사는 이들 부부의 살림이 조금 걱정되기도 하니 나의 아줌마 오지랖 발동이다.

 

p.265

  에두아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안 유명한 사람이라 애길해서 안그래도 남편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난 작가는 계속 아리스토텔레스가 안 유명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빈정거리며 말한다. 결국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사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나도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선 유명한 철학자이며 그에 관련된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알 뿐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니 사실 그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다. 이름만 유명한 사람이 내게 정말 가슴을 울릴 만큼의 떨림을 주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책을 읽었다 한들 그 책을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책을 머리로만 읽은 것이라는 이주영 작가의 말에도 공감한다. 실천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독서는 그냥 글씨를 읽는 것 뿐이리라.아는 것이 많다고 반드시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실생활에 활용하려고 노력하며 더 많은 지식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란다. 역시 그의 책을 안 읽어 볼 수가 없겠다는 작가처럼 나도 그의 책을 찜해본다.

 

  “시끄럽고가 가장 완벽하고, 다음으로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라는 말이 에두아르가 잘 할 수 있는 한국말이란다. 물론 아내한테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에 그렇다. 무슨 코믹물을 읽는 것도 아닌데 너무 웃겨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게 웃길 수 있는지. 시트콤을 여러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에피소들도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남편과의 일상을 통해 전달된다.


  에두아르처럼 책 읽는 것에 온 정신이 팔려 다른 모든 것을 뒷전으로 미뤄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사하나 빠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특히나 부인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을 만큼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같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할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사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책벌레 남편과 사는 이주영작가가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나. 아니 이건 남편 흉보고 뒷담화 하고 욕을 같이 하자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을 너무 사랑하는 책벌레 남편이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정말 멋진 사람이니 다들 이해해 달라는 애정어린 호소이자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도 그를 너무 사랑한다는 고백이였다. 작가님, 남편을 답답해하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자랑스러울 때가 더 많은 거죠? 책벌레 남편에 대한 관찰 보고서이자 지성과 탐닉독서를 제대로 보여주는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머릿속에 저장만 되고 멈추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고 지식이 내 안에서만 밖으로 나와 내 삶이 변하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줘야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릿속에 있던 지식이 에두아르처럼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문학의 서사로 전달되고 사회 불의에 눈 감지 않는 오지랖으로 표출되는 것이 진정한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는 말보다 지성인이라는 말이 독서인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책에 미쳐서 사회생활을 잘 못해 걱정스럽지만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에게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니 에두아르를 이해해주고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다. 점점 더 쌓여가는 책 속에 부인도 못찾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의 방대한 독서의 세계와 관련된 책을 그가 꼭 집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반드시 그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제 손안에 들어오길.

 

  정말 읽는 내내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고 혼자 큰 소리 내서 웃기까지 한 책이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또 하나하나 검색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벌써 몇 권은 꼭 읽어볼려고 도서목록에 적어두었다.  게다가 작가님의 삽화 감상도 솔솔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누구나 유쾌하게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글은 우리 주변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더 진솔한 것이 될 수 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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