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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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리커버 에디션
글쓴이
정우철 저
나무의철학
평균
별점9.1 (137)
삶의미소





그림은 화가의 언어입니다.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가 있지만, 사랑하는 화가가 있는가라고 누가 질문한다면 나는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이유는 아마도 좋아하는 화가는 있지만 그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소심함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과 작가에 대해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 나의 소심함을 없애며 나름 미술계를 탐험하는 나에게 이런 작가들의 일생을 이야기해주고 그들의 작품 속에 담긴 의미들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은 항상 매력적이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의 수준에서는 전문적으로 그림에 해석과 감상 방법을 기술적으로 나열한 책보다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았으며 왜 그런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면 그림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책 <내가 사랑한 화가들>의 저자 정우철은 도슨트계의 아이돌이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전해주는 미술의 세계를 나는 유튜브에서 몇 번 접해보았기에 이번에 책을 내었다고 하니 당연히 더 관심이 가는 책일 수밖에 없었다.



1989년에 태어나 직장생활을 하던 중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퇴사를 하고 평소 미술을 좋아했기에 전시장 스태프로 일하며 도슨트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20198월 우연히 맡게 된 <베르나르 뷔페 전> 전시해설이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앙리 마티즈 등의 전시해설을 맡으며 믿고 신청하는도슨트로 급부상하며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림 감상하는 재미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책에는 작가가 꼭 전달하고 싶었던 11명의 작가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래의 삶과 그들이 삶 속에 피어난 작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유한한 삶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바랐던 마르크 샤갈(1887~1985)



사랑이 가득한 작품으로 유명한 예술가 하면 마르크 샤갈을 빼놓을 수 없다. 역사의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유대인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98세까지 장수했던 그는 언제나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절망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발견해내곤 했다. 러시아의 비테프스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원래 이름이 모이셰 샤갈로 모이셰는 모세의 러시아식 발음이다. 훗날 파리로 활동지를 옮기며 마르크 샤갈이라고 개명을 했다. 비테프스크도 게토 중 한 곳으로 이런 유년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평생에 걸쳐 유대인, 랍비를 그리게 된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비테프스크 위에서>는 고향, 사랑, 유대인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다. 어머니의 지원으로 예후다 펜의 미술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러시아제국의 수도이자 예술의 중심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계속하며 평생의 동반자가 된 벨라를 만나게 된다. 부유한 집안의 벨라의 부모님의 반대로 샤갈은 성공한 후에 결혼하기로 하고 파리로 건너가 명성을 얻고 1914년에는 당당하게 러시아로 돌아간다. 1915년 결혼을 하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려던 계획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레닌은 샤갈을 미술학교 교장으로 임명했지만, 스탈린 정권에서는 예술에 대한 억압으로 결국 그는 파리로 떠나게 된다. 이후로도 히틀러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그에게 1937년 프랑스 시민권을 받게 되는 행운의 해를 맞이하지만 1940년에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그는 결국 미국으로 떠나게 떠난다. 그의 작품에는 아내 벨라를 향한 무한한 사랑, 고향인 비테프스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걸쳐 있는 비현실적인 장면은 샤갈 예술 세계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다. 1944년 벨라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9개월 동안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며 힘든 시기를 보낸다. 그를 절망에서 일으키기 위해 딸이 벨라가 남긴 원고를 책으로 출판하기로 하고 그는 그녀의 회고록에 삽화를 그리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로 돌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40년간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갔고 <다른 빛을 향해>라는 마지막 작품을 남기고 삶을 마감한다. 삶에 기쁨을 가져다준 것도, 고통을 가져다준 것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로막혀 실의에 빠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것도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P. 38)



 









내가 샤갈의 그림을 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그림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림 속 인물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잃어버린 어린 시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 같고 볼 때마다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요소를 곳곳에서 발견하면 샤갈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의 그림 속에 담긴 언어가 사랑 그리고 또 사랑임을 생각해 본다.



 



◆ 매 순간 불타올랐던 보헤미안 예술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



나에게 생소한 이름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선뜻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는데 그의 그림을 보는 순간 예전에 독특하게 그려진 눈이 인상 깊었던 그림의 작가였다. 모딜리아니는 1884년 이탈리아의 리보르노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던 날 파산을 했고 그의 어머니가 스피노자의 후손이라고 스스로 소개했는데 그 덕분에 그는 어릴 때부터 시와 문학을 즐기는 교양 있는 아이로 자랐고 화가가 되겠다는 아들을 어머니가 평생 지원한다. 미술계의 장동건이라는 별명이라 할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가진 그는 어린 시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병이 나으면 피렌체로 데려가 화가의 꿈을 이루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말을 듣고 놀랍게도 건강을 되찾고 꿈에 그리던 우피치 미술관에 도착해 르네상스의 거장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훗날 이 작품이 화가로서 모딜리아니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술교육이 좀 더 자유로웠던 사립 미술학교를 나와 예술가들이 많은 파리에 도착해 집값이 가장 싼 몽마르트르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술과 마약을 하며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삶을 살며 후원을 받아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지만 그들의 인정을 받기에는 다소 엉뚱하고 삐딱한 그림을 그렸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조각을 시작하며 아프리카 조각을 보며 많은 매력을 느낀다. ‘모딜리아니하면 많이 떠오르는 초상화의 특징이 긴 얼굴과 아몬드 모양의 눈이 아프리카 조각을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재료를 구하기 힘들어 더는 조각 활동을 못하고 건강도 악화되어 다시 회화의 길로 돌아온다. 1917년 모딜리아니는 잔 에뷔테른을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지만 역시나 이 커플도 잔의 부모가 강력히 반대해 아예 독립해 둘은 살림을 차린다. 그녀로 인해 그는 작품활동에 주력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첫 개인전을 연다. 하지만 그가 그린 누드화가 풍기문란이자 음란죄가 된다며 전시회를 시작도 하기 전에 갤러리 주인과 그는 경찰에 체포가 된다. 그가 그린 누드화는 이전에 없었던 그만의 특징이 있었는데 신화나 영웅 설화에 나오는 여성들이 아닌 주변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여성들을 그리면서 체모까지 그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전시회는 실패로 끝나 좌절한 그는 건강도 다시 악화되었고 그후 지독한 가난과 함께한 삶을 살았다. 이처럼 그에게 큰 상처를 준 <누워 있는 나부>가 오늘날 경매에서 무려 1,973억 원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안타까운 사연이기도 하다. 1920124일 자선병원에서 숨지고 그의 시신을 보겠다는 잔을 가족이 못 보게 하고 아파트 6층에 가두는데 그가 죽은 이틀 뒤 그녀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잔의 부모는 모딜리아니를 원망하며 둘이 함께 묻히는 것을 반대했고 두 사람이 사망한 지 10년이 지난 1930년 모딜리아니의 어머니가 잔의 부모를 설득해 잔의 시신을 모딜리아니 시신 옆으로 옮기게 된다. 두 사람이 묻힌 묘비에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영광의 순간, 죽음이 그를 데려간다. 잔 에뷔테른-그의 동반자에게 헌신한 극한의 희생이라는 묘비명이 새겨진다.



 



저는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볼 때면 우수에 찬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에



뭔가 가슴을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그의 인생을 알고 그림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사랑이라는 말이 한없이 가벼워진 시대에,



여러분에게 사랑이란 과연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P.88)



 









모딜리아니의 사연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이중섭 화가가 떠올랐다. 기대했던 첫 개인전의 실패로 끝내 생전에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부인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찼던 이중섭이 홀로 빈곤과 건강 악화로 죽음을 맞이했고 그즈음 그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살아서 대중에게는 인정받지 못한 그들의 작품이 훗날에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사랑이 담긴 그림의 힘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 고통으로 그려낸 의지의 얼굴 프리다 칼로(1907~1954)



자신의 이름과 정반대의 삶을 산 여성 미술가 프리다 칼로. 그녀는 1907년 멕시코 코요아칸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프리다라는 이름을 지어주는데 프리다는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이 독일어로 프리다이다. 가난했고 우울증을 겪는 어머니를 두었지만 아버지가 철학, 고고학, 음악, 미술 등 여러 분야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을 했기에 그녀는 똑똑한 아이로 성장한다. 여섯 살에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고 후유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덜 자라서 절개를 하게 된 이후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웃음도 잃게 된다. 아버지의 극진한 재활 훈련으로 다리가 많이 좋아지고 학교생활도 활기차게 해나간다. 성적도 우수해 의사를 꿈꾸던 그녀는 교통사고로 심각한 골절상과 자궁이 크게 다치는 바람에 평생 불임이 되었다. 사람들은 프리다가 죽을 거라 예상했지만 강한 의지로 버텨낸다. 이 사고로 의사의 꿈은 포기를 하고 긴 병원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침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의 작품 중 3분의 1 가량인 55점이 자화상이다. 자신의 그림을 평가받기 위해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게 되고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디에고는 수많은 여성과 불륜을 저지르며 프리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된다. 아이가 생기면 디에고의 바람기가 수그러들 거란 생각을 한 그녀는 총 세 번의 유산을 겪게 된다. 프리다를 보살피기 위해 왔던 여동생과 디에고의 불륜으로 그녀에게 가장 큰 시련이 다가오고 그녀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림에 직설적으로 표현을 한다. 몇 년 뒤 디에고와 이혼을 하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프랑스 파리에서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멕시코로 돌아와 이혼한 지 1년 뒤 다시 재혼한다. 척추 통증이 재발하고 큰 수술을 받으며 본인을 그린 <부러진 척추>라는 작품에서 자신이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그녀가 자신의 그림이 결코 상상이나 초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말을 이런 작품들이 증명해주는 것 같다. 1953년 프리다 생의 마지막으로 멕시코 현대미술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에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의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과 축제를 즐겼다. 그녀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54년 시위에 참여하기 위한 마지막 외출 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1년을 앓았고, 척추 수술을 일곱 차례나 받았다.



자주 절망에 빠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 그런데도 살고 싶다.” (P.140)



 





 





 



3세계 출신에 혼혈이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그녀이기에 오히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삶과 고통을 숨기지 않고 용감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의 작품이 유독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마도 같은 여성으로서 겪은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의 혼을 불사르고 그런 아픔의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존경과 찬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도 나는 그녀의 그림에 빠져든다.



 



◆ 죽음으로 물든 파리의 민낯까지 사랑한 베르나르 뷔페(1928~1999)



젊고 잘생기고 재능까지 출중하고 성실하기로도 누가 따라올 자가 없었고 추상의 시대에 구상으로 자신만의 미술 세계를 펼쳐 스물여덟 살이 되던 해에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베르나르 뷔페. 192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소심한 성격과 몸이 약해 따돌림을 당하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에 그려진 삽화를 따라 그리기 시작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지원으로 낮에는 중등학교를, 밤에는 야간 미술학교를 다니게 된다. 조용하던 그가 갑자기 교육과정을 비판하고 퇴학을 당하지만, 선생님 한 분이 미술학교를 추천해 주어서 그 유명한 파리의 에콜 데 보자르에 시험을 치르러 가게 된다. 이 학교를 졸업한 거장들은 드가, 모네, 들라크루아, 르누아르 등이 있다. 그런데 이 학교의 입학 규정이 바로 나이 제한인데 15살인 그가 너무 어려 입학이 불가능했으나 그가 제출한 작품을 본 감독관들은 그의 조기 입학을 허락하게 된다. 뷔페가 초기에 가장 주력한 것은 정물화였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그 시절 풍요로움을 찾아볼 수 없고, 생기 없던 사람들의 건조한 모습을 정물로 표현했다. 뷔페의 그림 속에 담긴 시대 공감과 세상을 직선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그를 열광하게 되는데 그의 전시회에는 폭동이라 비유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피카소와 비교가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그에 대해 피카소는 구식이다. 한물갔다. 이제 프랑스 예술계는 뷔페다.”라고 <뉴욕 타임스>의 파리 에디터가 표현할 정도로 프랑스 전체가 뷔페의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에서 5년간 머물려 빈곤에서 해방된 그가 드디어 마음껏 다채로운 색으로 새로운 표현 기법을 연구한다. 1958년 어느 사진작가는 할머니의 사진을 찍으려다 너무 허전해서 자신의 지인인 뷔페와 아나벨을 촬영장소에 부르게 되고 그 둘은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하고 40년 동안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인생의 동반자로 지냈다. 그의 인기는 지속되었으나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프랑스 평론가들이 갑자기 그를 따돌리기 시작하며 그의 명성은 추락하기 시작한다. 뷔페가 초심을 잃고 돈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평가했고 그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예술가들이 뉴욕으로 몰리게 되면서 파리의 명성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추상화를 홍보해야 했는데 식을 줄 모르던 뷔페의 구상 미술이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그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당시 가혹한 평론가들에 대한 최근 분석은 바로 한마디로 질투였다. 잘생긴 외모, 부자, 아름다운 아내,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사람들의 질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1971년에 받은 프랑스 최고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로 그에게 쏟아지던 비난이 수그러들고 그의 그림에는 안정적인 구도와 밝은 분위기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 시절 배를 많이 그렸고 자신의 인생을 가장 작은 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나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한 척의 작은 배와 같다.



파도는 계속해서 덮쳐오고 또 밀려가기를 반복한다.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때로는 부딪치고



다시 일어서면 간신히 조종간을 잡고 있다.” (P.266)



 



그는 평생 광대도 즐겨 그렸는데 슬플 때도 힘들 때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한 광대의 모습에 자기 자신을 투영한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뷔페를 만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밝은 면만 기억했다. 1980년대 후반에 세상과 담을 쌓은 그는 문학작품을 그림으로 옮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1997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으면서도 그는 그림에 매진한다. 1999년 목숨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생각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죽기 전 그는 굳어가는 몸으로 6개월간 해골을 모티브로 한 죽음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스물네 점을 남긴다.



 





 







  내가 처음 정우철 도슨트의 이야기를 동영상을 접한 게 바로 베르나르 뷔페였다. 이름도 좀 특이했기에 눈길이 갔고 내가 들어보지 못한 작가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작품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으로 접하게 된 그의 이야기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이 베르나르 뷔페와 정우철 도슨트가 함께 기억에 오랜 남게 되었다. 그의 천재성, 밝은 면, 그리고 운명 같은 아나벨과의 만남과 평생에 이어진 동반자 관계 등 그와 관련된 이야기 어느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프랑스의 열광과 외면을 모두 받은 그의 작품이 21세기에 다시 재평가되며 이젠 나 같은 미술의 문외한도 그의 작품과 생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먼 곳에 있는 그가 흐뭇해하지 않을까?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작가들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어 책장을 넘겼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미술을 더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작가가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최고의 수확은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라는 내게는 생소한 작가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 둘의 특징은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현실 속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예술을 펼쳤다는 점이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도 당연히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어두운 단면도 우리에게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한 그들의 삶과 작품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역시 미술은 작가의 삶에 대해 알아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해보았고 이런 미술에 대한 쉬운 접근이 나에게는 큰 재미와 공부가 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앞으로는 사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앞으로도 나의 미술 탐험에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줄 이 책은 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라 여겨진다. 책 속 작품들이 가진 사연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데 아는 만큼 보이는 미술 세계에 초보자도 재미있게 입문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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