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미소
  1.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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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파이 이야기
글쓴이
얀 마텔 저
작가정신
평균
별점9.7 (71)
삶의미소





워낙 유명한 책이라 언젠간 꼭 읽어보아야 할 책 중 하나였던 파이 이야기를 드디어 만나보았다. 16세 소년과 벵골 호랑이가 바다에 표류하며 지낸 이야기라는 큰 가닥만 알지 세세한 이야기를 몰랐기에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도입부의 작가노트에는 인도여행을 하며 글감을 찾고 있었고 중 프랜시스 아디루바사미라는 노신사로부터 파텔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캐나다로 돌아와 파텔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었다고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이 실화인지 허구인지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픽션임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았다.



 



제목 파이에서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먹는 음식이었기에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인도 폰티체리에서 동물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 산토시 파텔의 둘째 아들 파이. 아버지의 친구분인 마마지(프랜시스 아디루바사미)의 오래된 레퍼토리였던 프랑스 파리의 최고의 수영장 피신(piscin, 수영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몰리토가 주인공 인도 소년의 이름이 된다. 피신 몰리토 파텔은 발음을 잘못해 피싱 파텔(‘소변을 보는이란 뜻의 pissing)로 불리면서 놀림감이 되었기에 중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간단히 줄여서 파이 파텔이라 부르고 π=3.14라고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각인시키며 소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름이 수영장과 관련이 있으니 당연히 수영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마마지 아저씨의 가르침으로 열심히 수영을 배우며 10대 초반을 보냈다. 이름 이야기에 이어 파이의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파이 부모님은 나름 특별한 종교가 없었지만, 이모 덕분에 힌두교식 통과의례를 치른다. 어린 아기였지만 이 경험은 힌두교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 힌두교인 파이는 14살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15살에는 이슬람교를 받아들인다. 세 개의 신앙 모두가 파이에 소중한 믿음으로 자리 잡는다. 절대 이 세 개의 종교가 파이 안에서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세 개의 종교가 파이를 더욱 평화롭게 만든다. 그리고 성인이 된 파이는 여전히 이 모든 종교를 다 포용하고 살아간다. 모든 사람이 파이같이 종교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종교전쟁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파이가 16살 때 동물원을 정리하고 가족 모두 캐나다 이민 길에 오른 배가 침몰하면서 이 배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파이는 하이에나, 얼룩말, 오랑우탄, 벵골 호랑이라는 웃지 못할 조합으로 구명보트에서 지내게 된다. 결국,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 살아남은 벵골 호랑이(리차드 파커)와 파이는 7개월간의 험난한 표류기가 시작된다. 200kg이 넘는 맹수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한 파이의 부단한 노력 속에 구조의 희망을 키우지만, 시시때때로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는 희망을 침몰시킨다. 망망대해 속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동지 아닌 동지가 된 파이와 리처드 파커는 서로에게 외로움을 달래는 정신적인 조력자 같은 그런 존재가 된다. 천만다행으로 이 7개월이 넘는 표류기는 멕시코 해안에 도착하게 되면서 끝이 나고 리처드 파커는 밀림 속으로 사라진다.



 



"간디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p.110)



 



공포심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공포심만이 생명을 패배시킬 수 있다. 그것은 명민하고 배반 잘하는 적이다. 관대함도 없고, 법이나 관습을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비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접근해 쉽게 약점을 찾아낸다. 공포심은 우리 마음에서 시작된다. 언제나 우리는 잠시 차분하고 안정되고 행복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벼운 의심으로 변장한 공포심이 스파이처럼 어물쩍 마음에 들어선다. 의심은 불신을 만나고 불신은 그것을 밀어내려 애쓴다. 하지만 불신은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보병과 다름없다. 의심은 간단히 불신을 해치운다. 우리는 초조해진다. 이성이 우리를 위해 싸워 온다. 우리는 안심한다. 이성은 최신 병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부인할 수 없는 여러 번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이성은 나자빠진다. 우리는 힘이 빠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초조감에 끔찍해진다. (p.236~237)



 



 



형을 잃는 것………. 함께 나이 드는 경험을 하고, 형수와 삶의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를 칠 조카들을 선사해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아버지를 잃는다는 것………. 길잡이가 되어 도움을 주고, 가지를 받쳐주는 기둥처럼 나를 든든히 받쳐줄 사람을 잃는다는 것.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 머리 위의 태양을 잃는다는 것. 미안하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나는 방수포에 누워서 양팔에 얼굴을 묻고 밤새 슬퍼하며 울었다. 하이에나는 밤새 얼룩말을 먹었다. (p.190~191)



 



리처드 파커를 길들여야 했다. 그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도 같은 배에 타고 있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p.240)



 



생존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에 있는 삶을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다. (p.247)



 



상반되는 것 중 최악은 권태와 공포다. 우리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다. 바다가 주름살 하나 없다. 바람의 속삭임조차 없다. 시간이 영원까지 계속될 듯하다. 어찌나 권태로운지, 의식불명에 가까운 상태로 빠진다. 그러다 바다가 거칠 어지면 감정은 광풍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두 상반되는 것조차 명확하게 남지 않는다. 권태 속에는 공포라는 요소가 있다. 눈물을 터뜨린다. 끔찍함이 당신을 가득 채운다. 비명을 지른다. 일부러 자해를 한다. 한데 공포의 손아귀 - 최악의 폭풍우 속에 서도 당신은 권태를 느낀다. 그 모든 것과 함께 깊은 나른함을 느낀다. (p.313)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고난을 딛고 살아나서가 아니었다. 물론 고난을 극복하긴 했지만, 형제자매를 만나서도 아니었다. 사람을 본 것이 감동적이긴 했지만. 내가 흐느낀 것은 리처드 파커가 아무 인사도 없이 날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서투른 작별을 하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p.410)



 



 



이 긴 고난의 끝이 언제일지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고 파이의 강인함, 침착함, 대범함, 현명함, 믿음,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 진작에 신도 희망도 믿음도 다 포기하지 않았을까? 리차드 파커를 바다로 빠뜨릴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16세 소년이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었던 근원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당근과 채찍질을 잘 활용해 리차드 파커를 조난의 동거자로 잘 길들였던 파이와 그런 파이의 의도에 잘 따라준 리차드 파커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그래서 성인이 된 파이가 여전히 리차드 파커를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7개월간의 파이와 리처드 파커의 믿을 수 없는 표류기이지만 이 안에 담고 있는 주제는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은 조난과도 같은 역경과 고난을 겪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희망과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기적과 같이 생사의 고비에서 지속된 삶의 연장에선 신에 대한 믿음이 한없이 커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가지론자가 될 수도 있다. 이 표류기 안에는 인생의 이야기가 있다고 사람들이 평가하듯 개개인이 이 책에서 찾는 인생의 이야기와 주제는 제각각일 것이다. 무언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로 이 책을 단정하기엔 내 언어의 범위가 너무 편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광범위하다. 우리의 삶은 망망대해의 난파선과 다르다고 말할 수 없고 그 고난과 역경 속에서 무언가를 찾을지는 개인의 몫이다이 인생의 이야기가 담기 표류기에서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 (p.433)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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