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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 아가씨
글쓴이
앤 타일러 저
현대문학
평균
별점8 (7)
바다시계

<식초아가씨>를 읽고



 



제목 : 식초아가씨(VINEGAR GIRL)



저자 : 앤 타일러(Anne Tyler)



출판 : 현대문학/ 2016.10.25.



 





2016년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의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로 호가스라는 영국 출판사에서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시녀 이야기>의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의 <템페스트>의 한국 제목 <마녀의 씨>, <종이시계> 작가 앤 타일러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한국 제목 <식초 아가씨>, 해리 홀레 시리즈 작가 요 네스뵈의 <맥베스>의 한국 제목 <맥베스>, <겨울이야기>를 다시 쓴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의 <햄릿> 등이 있다.



 



 



 



 



오늘의 책 <식초아가씨><종이시계>1989년 퓰리처상 픽션 부문에서 수상한 앤 타일러가 재해석한 작품이며 원전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울림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현대적 서사를 보여준다.



 



그녀가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세계 문단과 출판계는 의외의 조합이라며 놀라움과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앞선 <시간의 틈>의 지넷 윈터슨이나 <샤일록은 내 이름>의 하워드 제이컵슨이 그들 개인의 역사와 문학적 토양에 비추어 어느 정도 참여가 예상되었던 영국 작가들인 반면, 앤 타일러는 1964년 등단 이후로 줄곧 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과 결혼을 그려 온 더없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앤 타일러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집필진 가운데 가장 먼저 작품을 고르는 기회를 얻었던 그녀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고, 과거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숨겨진 이야기를 보다 더 자유롭게 상상하며 대단히 즐겁게 써 내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의 책 <식초아가씨>에 나오는 주인공 케이트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와는 다른 의미에서 껄끄러운 사람이다. 입바른 소리와 직설적인 태도 때문에 타인들은 늘 케이트를 현대판 말괄량이로 여겨 왔고, 그녀 역시 이웃들과 섞이지 못한 채 거리를 두며 살아왔다. 어린이집 아이들만 케이트를 좋아할 뿐이다.



 



케이트는 스물아홉 살로 어린이집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와 여동생 버니와 함께 산다. 집에서 대부분의 가정 살림을 도맡아 하는 케이트는 결혼하지 않은 채 아버지와 여동생을 뒷바라지하면서 희생적인 삶을 이어 가고, 당연히 현재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사춘기에 접어든 버니는 자신을 키워 준 언니에게 매사에 반항적인 데다 최근에는 갑자기 옆집 아들이자 스페인어 가정교사인 에드워드 민츠를 따라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한다.



 



아버지 닥터 버티스타는 존스홉킨스 대학교가 자가면역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그를 초빙하지 않아 그의 실험실의 규모를 줄여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케이트에게 우수한 외국인 연구 조교 표트르 셰르바코프를 소개한다. 외국인인 그는 두 달 후면 비자가 만료되어 모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자신의 연구가 결실을 보이려는 바로 직전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를 잃을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아버지는 표트르가 이 나라에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케이트에게 표트르와의 결혼을 언급한다, 케이트는 딸을 팔아넘기려는 아버지의 속셈으로 봤다. 아버지의 계획에 따라 표트르는 케이트가 퇴근해서 집에 올 때 우연히만났고, 그녀의 머리를 두고 법석을 떨었으며, 나중에는 케이트의 집으로까지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비자 만료를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서툰 영어로 구애하는 표트르를 향한 그녀의 마음은 복잡해지고 표트르가 모국에 돌아가도 가족 하나 없는 외톨이 신세임을 알게 된다. 아울러 연구가 중단되면 아버지가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은 좌절을 느끼리라는 사실도 이해하게 된다. 철저하게 현대적이고 독립적인 케이트 같은 여성이 한 남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것인지. 케이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표트르는 뜬금없이 집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케이트가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같이 동행하기도 한다. 두 남자는 눈에 보이는 어설픈 작전으로 케이트의 짜증과 화를 불러오기만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아버지는 필요에 의해 결혼은 하겠지만 이민국이 의심하지 못하도록 표트르가 집으로 들어오는 것 말고는 예전과 같이 케이트 본인 방을 사용하게 될 거라고 별일 아닌 것처럼 툭 던지듯 말을 건네고 케이트의 반응을 본다. 이제 그녀는 반쯤은 아버지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그냥 서류상 결혼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겉으로는 태연한 승낙을 하고 말았다.



 



피요더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것 말고는 예전과 거의 똑같이 지낸다는 게 내 생각의 전부야. 이사는 피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는 라킨 부인이 쓰던 방에 머물 테고, 너는 그대로 네 방에서 지내면 되지, 난 네가 그걸 아는 줄 알았는데. 세상이 이럴 수가!”(135p)



 



정말 날 위해서 이 일을 해 주겠니?”



케이트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순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냐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이미 아버지가 어색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그는 다시 몸을 떼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닥터 버티스타가 외쳤다.



네가 그렇게 해 준다고! , 케이트, 아가. 얼마나 고마운지 이루 다 말로 옮길 수가 없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해도 제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뜻이에요.”(145p)



 



인위적이며 강압적인 길들임으로 어색했던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달리 가식 없는 직접적인 언어로 맞부딪치는 가운데 외로운 영혼이었던 케이트와 표트르 두 사람은 상대방이 보여준 말 한마디에 맞장구 치는 모습을 보니 서로 싫지않은 모습이다. 식초아가씨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영양가 없는 말의 교환이지만 상대방의 냄새가 보인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웃음이 나듯 말이다.



 



우리 나라에는 이런 격언이 있지요. 달콤한 사람을 조심하라. 설탕은 영양분이 없다.”



이것은 흥미로웠다. 케이트가 말했다.



, 우리 나라에는 식초보다 꿀로 더 많은 파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래요, 그렇겠네요.”



표트르가 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왜 파리를 잡으려고 하죠, ? 대답해 봐요, 식초 아가씨.”



놔줘요.”



케이트가 말했다. 가까이 있으니 그에게서 싱싱한 건초 냄새가 났고 그의 팔이 억세고 강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표트르를 뿌리쳤다.



아이참.” (162p)





<식초 아가씨>에는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고리로 먹거리가 이용되는데, 케이트가 표트르를 처음 만난 것은 아버지가 도시락을 깜빡 잊어 연구소로 가져다준 때였으며, 표트르가 케이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약이 입에 쓰지 않으면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선물로 90퍼센트 카카오 다크초콜릿을 가져온다. 케이트의 가족은 매일 저녁 식사를 고기 곤죽으로 먹었으며, 케이트는 매주 아버지가 정해주는 목록에 따라 장을 보면서 계획이 어긋났을 경우 아버지의 못마땅한 표정을 기억한다. 그러나 표트르와 케이트가 마트에서 장을 같이 보는 장면은 여느 연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봄눈을 축하해야 된다면서 표트르가 KFC 치킨 한 통을 들고 예고도 없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먹거리와 인물 및 사건을 연결 지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말괄량이 길들이기>을 잠시 살펴 보자.



패듀어의 부자 뱁티스터의 맏딸 카타리나는 이름난 말괄량이다. 성질이 어찌나 사납고 수다스러운지 말괄량이 카타리나라고 하면 패듀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카타리나의 여동생 비앙카에게는 결혼을 신청하는 남자가 많았지만 아무도 카타리나에게 신청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뱁티스터는 카타리나가 시집가기 전에는 절대 안된다고 했다.



 



페트루치오는 카타리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또 무슨 말이든 잘 듣는 얌전한 아내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도 그녀처럼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카타리나를 만나 말할 때 그녀가 욕하면 그는 정반대로 상냥하다고 했다. 결혼식에서 페트루치오는 미친 것처럼 행동했다. 결혼식 후에도 카타리나가 먹지도 못하게 하고 잠도 못자게 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자 카타리나의 거만한 기는 완전히 꺾이고 해를 달이라고, 달을 해라고 해도 그대로 하는 등 무슨 말이든지 고분고분 따르게 되었다.



 



카타리나와 페트루치오는 비앙카의 결혼식에 갔다. 그녀는 루센쇼라는 젊은이와 결혼하였다. 그 때 호텐쇼라는 신사와 그의 아내가 왔다. 결혼식에서 루센쇼와 호텐쇼, 그리고 뱁티스터는 페트루치오가 카트리나와 결혼한 것을 비웃었다. 그래서 페트루치오는 누구의 아내가 가장 순한지 각자 세 사람이 아내들을 부를 때 남편의 부름을 먼저 받고 맨 먼저 달려오는 아내의 남편이 돈을 갖기로 했다.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루센쇼와 호텐쇼의 아내들은 바빠서 오지 않고 카타리나가 가장 먼저 왔다. 카타리나는 패듀어에서 제일 순한 여자로 유명해졌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카타리나는 케이트 양으로 불린다. 그녀의 남편인 페트루치오가 그를 길들였다면, 같은 주인공인 <식초아가씨>의 케이트를 길들이는 사람은 표트르가 아니라 케이트 자신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의 케이트는 과거 카타리나와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오늘의 책 <식초아가씨>의 케이트가 자신만의 완전한 세계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 끝까지 지켜보자. 어쩌면 오해했던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상대방을 알게 되면 어떤 좋은 풍경이 그려지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훈훈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식초아가씨> 앤 타일러/공경희 옮김, 현대문학, 2016.



 



<말괄량이 길들이기> 셰익스피어/신상웅 옮김, 동서문화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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