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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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평범한 인생
글쓴이
카렐 차페크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3 (81)
진이
내 삶을 담은 자서전을 집필한다면 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넣을까. 또 어떤 이야기는 넣지 않을까. <평범한 인생>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작가의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을 읽을 때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생각났고, 그의 청년 시절을 읽을 때면 '스토너'가 떠올랐다. '우리는 일기를 쓸 때마저 거짓말을 한다'던 '안나'가 떠올랐고, 여러 자아가 돌아가며 주도권을 잡던 '킬미 힐미'가 생각났다. 이 다양한 책들과 영화가 이 한 권의 책에 다 담겨져 있다니, 놀랍지 않나? 읽는 내내 계속해서 변환되는 분위기를 함께 따라가며 내 생각도 점점 깊어지는 느낌을 줬던 인상적인 책이었다. 아마 올해 내 인생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독 후에도 그 여운에 빠져 한참을 곱씹었다  

이 책은 아마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 맘대로 소제를 붙여보자면 1부 평범한 자서전, 2부 여러 자아들의 다툼, 그리고 3부 나는 누구이며, 평범한 나의 삶이란 무엇인가. 분명 평범하고 잔잔한 인생이 쓰여진 자서전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중반부에 갑자기 이기적인 자아가 나타나 평범하고 착한 자아를 압박하며 언쟁을 나누다, 그래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 누가 진짜 나일까,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나아가며 과연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 질문들이 쏟아지며 마무리된다. 원래 한 권의 책이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나? 소설 안에서 이렇게 철학적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깊게 던지는 책이 있었나? 곱씹을수록 정말 놀라운 책이다. 게다가 이런 책이 1934년에 쓰여졌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책을 읽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질문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내 안엔 과연 어떤 자아들이 존재하며, 자아들의 충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사이가 안좋았을 시절, 엄마의 우울증이 심해졌었다. 내 옆에 누워 그냥 죽고 싶다고 당신을 놓아달라는 엄마의 울음에 그러지 말라고 당신을 붙잡았다. 그런 매달림엔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착한 딸의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럼 남은 나는 어떡해? 나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럼 나는 누가 챙겨줘? 그때 내 두 자아의 다툼을 크게 느꼈었다. 어떻게 엄마가 죽겠다는데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해? / 그럼 너는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100프로 순수한거야? 정말 조금도 남겨질 너가 무서워서 붙잡고 싶은 맘은 없었어? / 난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가 힘든게 싫었을 뿐이야 / 엄마만 생각했다면, 그냥 자유롭게 놓아주는 게 맞는 거 아닐까? 네 욕심때문에 잡고 있는거야. 넌 이기적이야 / 아니야. 난 엄마를 사랑하는 착한 딸이야

2. 생각해보면 내가 누굴 대하느냐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편한 친구들과 있을 때면 철없고 솔직한 내가, 부모님과 있을 땐 착한 딸, 멋진 딸로 인정받고 싶은 내가, 일터에서는 모든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내가, 그리고 내 마음 속엔 가끔 사악하고 이기적이고 콧대높고 자아도취된 내가 꿈틀댈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내 여러가지의 자아는 내 페르소나(가면)일까. 이 수많은 가면들 중, 과연 나는 누구인가
: 그 가면들이 죄다 가짜일까? 그 중 하나만 진실이라는 법이 있나?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자아가 있고 어느 자아가 튀어나오든 그건 모두 내가 아닐까? 철없이 솔직한 나도, 착하고 멋진 나도, 사악하고 이기적인 나도, 결국 모두 모여 나라는 하나뿐인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3. 그렇다면 그 자아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내 인생은 과연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특별한 인생은 또 무엇이지?
: 어느 자아가 어느 순간에 주도권을 잡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하며 인생을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 같은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순간엔 같은 선택으로 우리가 만날 수도 있지만, 다음 갈림길에선 다른 선택으로 헤어질 수도 있다. 무수히 다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나가며 살아온 인생의 길을 되돌아본다면, 내 인생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삶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특별한 삶이라면, 이름을 크게 알리거나, 업적을 남겨 이 사회에 무언가를 남기는 삶이겠지만 정말 그것이 특별과 평범을 나누는 기준일까? 특별함이란 이 세상 단 하나로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그럼 우리의 인생은 다 제각각으로 그려지니 모두가 특별한 인생일 것이다. 

4. 하지만 모두가 그런 특별한 인생을 살았다면, 결국 그것은 평범이 아닌가? 그럼 우리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고, 아직 끝을 내지 못하였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책장을 넘김과 함께 생각이 확장됨을 몸소 느끼는 순간, 그 희열은 잊을 수가 없다. 아, 그래. 이 맛에 독서를 하지. 이런 배움의 희열을 얻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었고, 읽고 있으며, 읽어 나갈 거지. 

철학 책을 더 읽어 내 질문들에 답을 찾고 싶게 만든 책, <평범한 인생>.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한 5년 혹은 10년 마다 재독을 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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