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
누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20대가 시작하고부터는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시작되었다.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덜된 것 같은데 벌써 일년, 일년 지나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리고 있는 내 모습에 대한 공포. 불과 몇 년 전인 10대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도 어른이, 대학생이, 스무 살이 되고 싶었는데 말이다. 나 또한 40대가 된 후 폐경을 맞아 극중 아줌마들처럼 건망증이 심해져 전화기를 냉장고 속에 넣어 두고 찾아다니고,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모르겠어서 뻥쟁이가 되고, 우울증에 눈물이 주루룩 나고, 너무 더워 땀이 주루룩 나는 날이 찾아오겠지? oh. my god!

뮤지컬 <메노포즈>는 이런 40대 아줌마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사실 대부분의 딸들은 이렇게들 외친다. “엄마처럼은 안살아!” 나 또한 늘 외쳤다 저렇게. 어릴 때는 마냥 슈퍼우먼처럼만 보였던 우리 엄마건만, 내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엄마도 나이가 먹어간다는 생각은 늘 왜 안하게 되는 것인지. 내 기억속의 슈퍼우먼인 엄마가 내가 어른이 되어감과 함께 냉장고 속에 휴대폰을 넣어두어서 냉동을 시켜버리고, 어제 인사시킨 내 친구를 기억하지 못해 날 민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티비에서 보여 졌던 늘 한심하다 여겼던 여타의 아줌마와 같게 변해가는 모습에 “난 나이 먹어도 엄마처럼 안 될꺼야!”라고 외쳤다. 나 또한 나이 먹음에 같아질 것도 모른 채 말이다. 너무 우울해 지나? 하지만 뮤지컬 <메노포즈>는 이런 아줌마들의 나이 먹음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 준다. 비록 나이가 들어 폐경이 되고, 갱년기로 인해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만들고, 건망증이 점차 심해지긴 하지만, 중년의 새 인생을 기쁘게 시작하자! 라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여 모두 함께 메노포즈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한바탕 파티를 연다. 이십년 전 내 모습 이였을 것이 뻔한 지금의 아줌마들이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신나게 파티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이 공연은 막을 내린다.

에픽하이의 “뚜뚜루”라는 노래를 아시는지?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을 인식한 후로 내가 요즘 즐겨 듣는 이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10대는 20대가 되고픔에 안달해, 20대는 책임감에 바쁘게 허겁대. 30대는 자책하며 축제를 마감해. 40대는 돌아보며 후회를 한다네]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은 불안하고, 또 힘겨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과 힘겨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에 따라 남은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이왕지사 늙어가는 것 기쁘게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벌써부터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나는 40대도 아닌 주제에 감히 이 뮤지컬을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누구나 나이를 먹듯이 나 또한 아무리 피해보려고 해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고, 30대가 되어 축제를 마감하고 40대 아줌마가 될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 22세. 아직은 책임감에 허덕이고 있는 나이이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40대에는 후회하지 않고 내 나이의 축배를 들 날이 오겠지? 라는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되었다.

이제 내 손에는 뮤지컬 <메노포즈>의 티켓이 두장 들려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또 나의 영원한 슈퍼 우먼인 우리 엄마를 위한, 이 뮤지컬의 주인공들처럼 자신보다는 가족을 챙기느라 정작 자신이 나이 먹는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하지만 어느새 돌아보니 나이 먹은 아줌마가 되어버린 우리 엄마를 위한 메노포즈 축배의 티켓.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리 불유쾌한 것은 아니다. bravo!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