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에서 출간한 [옥자(Okja: The Art and Making of the Film)]는 영화 [옥자]가 어떻게 기획되었고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촬영되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영화 속 슈퍼돼지 옥자는 실제 캐릭터가 아닌 디지털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를 보면서 실제 우리가 사는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친숙하게 느낄 수 있었기에, 그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했다.

차례를 보면 처음에 봉준호 감독이 어떻게 옥자의 이야기, 캐릭터를 생각해내었는지 이야기하고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장소를 중심으로 어떤 내용이 전개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미술적으로 어떻게 공간과 캐릭터를 창조해냈는지 알려주고 있다.

미자와 옥자의 고향인 깊은 산골에서 시작해서 이야기를 출발점이 된 미란도 그룹, 서울이라는 도시와, 미국의 실험실, 뉴욕 한복판의 슈퍼돼지 페스티벌, 그리고 도살장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진행 순서대로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를 다시 떠올리면서 그 장면장면에 숨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으로 미리 읽는 느낌을 주고 나중에 영화를 본다면 그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첫 장은 옥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야기한다. 봉준호감독이 그린 옥자와 미자의 작은 이미지로 출발해서 개와 하마 등 여러 동물의 특성을 닮은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을 설정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상상 속 존재였던 옥자는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존재, 캐릭터가 되어 제작진에게 나타나고 그것을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있게 보여줄 것인가 노력하는 과정이 남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기자들이 연기할 때 실체가 없는 옥자를 어떻게 상상하고 연기할까 궁금했는데, 실제 옥자 크기의 다양한 모형, 인형을 만들고 인형전문 연기자가 조종하며 연기했다니 재미있었다. 나중에 그래픽이 입혀져 완성되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닌 연기자와 옥자의 거리나 감정 설정을 위해 당연히 그렇게 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촬영팀은 실제 산 속에서 캠핑을 하며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 철수할 때 큰 모형과 짐 때문에 헬기가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옮기는 도중 끈이 풀렸는지 아기 돼지 모형이 숲 속에 떨어져 버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그 산 속 어딘가에 돼지 모형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에 웃음이 났고 장소를 알면 찾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옥자 이야기의 사연은 10년 전 미란도 그룹에서 진행한 한 프로젝트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책은 옥자 캐릭터, 산골짜기에 이어 미란도 그룹을 소개한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작한 대표 루시 미란도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은 이 책에서 제작진 외에 유일하게 배우 인터뷰가 소개된다. 그녀는 항상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며 웃는 얼굴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루시 미란도와 뒤에서 음모를 꾸미는 냉혹한 사업가인 쌍둥이 낸시 미란도를 동시에 연기하면서 어떻게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기했는지, 옥자 안에서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공간이 바뀌면서 중점적으로 묘사하는 캐릭터가 바뀌는데 처음에 옥자 캐릭터를 설명했다면, 미란도 그룹에서는 루시 미란도와 낸시 미란도, 미란도 기업이 가진 이미지와 상징을 보여준다.

옥자가 미란도 그룹 관계자에 의해 서울로 납치당하고 미자가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미자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자가 산을 떠나 서울을 향하면서부터 영화의 속도감이 붙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 추적과정을 산 속을 내려가는 미자의 모습, 미란도 서울지사에서의 추적, 옥자를 실은 트럭을 쫓아가는 미자의 모습 등 콘티와 스토리보드, 콘셉 아트 등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무대가 대도시 서울로 옮겨지면서 동물해방전선 캐릭터들이 가세한다. 제이, 케이, 레드, 블론드, 실버로 구성된 이들은 미국으로 보내지기 위해 공항을 향하는 옥자가 탄 트럭을 급습하고 여기까지 따라와 극적으로 옥자와 재회한 미자에게 도움을 구한다. 이들의 터널 추격장면, 서울 시내 지하상가 장면은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더욱 촬영이 궁금했는데, 현장 사진과 스토리보드 등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으로 끌려간 옥자가 도착한 곳은 미란도의 실험실이고 옥자는 그곳에서 끔찍한 폭력에 상처를 입는다. 책은 다양한 그림과 사진으로 실험실의 구조를 보여준다. 봉준호감독이 그린 실험실 그림과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재현되었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이렇게 이 책은 각각의 장 첫 머리에 그 공간이 지닌 의미,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캐릭터를 설명해주고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려주면서 영화 속으로 독자를 깊숙히 데리고 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6장 뉴욕에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미란도의 슈퍼돼지 페스티벌이 열린 뉴욕거리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뉴욕 월스트리트를 담으면서 실제 촬영은 뉴욕 뿐 아니라 캐나다 벤쿠버, 한국에서도 일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나의 장소를 표현하는데 여러 곳을 촬영한 영상을 마치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 제작진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으리나 추측된다.

아트북 [옥자]를 통해 영화 옥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틸다 스윈튼 외에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영화 제작자들, 특수효과 담당자들의 일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많아서 그들의 인터뷰가 중요하다. 하지만 책 뒤편에 홍보문구만 보면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등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를 들려줄 것 같은 느낌인데 배우 인터뷰는 틸다 스윈튼만 소개하고 있다. (그녀의 인터뷰가 많아 좋았다. ^^)

옥자:영화의 제작과 미술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캐릭터의 설정, 콘티, 스토리보드, 촬영현장 사진, 콘셉트 아트, 실제 영화 속 장면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장면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단순하게 손으로 그린 그림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콘티와 스토리보드가 되고 영화의 장면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면서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종합적인 특성, 그 안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합이 느껴져 영화를 볼 때 더 자세히 여러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제작자, 특수효과 담당자, 촬영감독 등 영화 제작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되는 동시에 순수한 영화팬에게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 될 것 같다.